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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아내의 꿈, 나의 바람




김동률
서강대 MOT대학원 교수
매체경영


결혼을 앞둔 아내가 불쑥 두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체코 프라하와 사이먼 & 가펑클 콘서트에 데려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어려운 조건도 아니고 또 결혼에 눈먼 나는 즉각 그러겠다고 답했다. 아니, 오히려 ‘이과 출신인 아내가 이런 면도 있구나’ 하며 내심 흐뭇해하기까지 했다. 사실 프라하야 그리 어렵지 않게 갈 수 있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그동안 적지 않은 유럽 여행길에도 아내와의 약속 때문에 프라하만큼은 애써 가지 않았다. 고백하건대, 나는 뱉은 약속은 어떤 경우든 지켜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살고 있다. 그래서 아내와의 약속을 잊어버릴까 봐 늘 경계하며 살아 왔다. 이따금 프라하 얘기가 등장할 때면 쿤데라의 소설 『존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영화화한 ‘프라하의 봄’으로 달래 가며 아이들 자라기만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약속 중의 하나인 사이먼 & 가펑클 콘서트는 실제로는 무척 어려운 것이었다. 오래 전에 결별한 두 분이 죽기 전에 회동해 콘서트를 열어야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일이 아닌가. 게다가 그 콘서트가 서울이나 도쿄에서라도 열려야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사안이고. 하지만 이 전설적인 듀오는 나의 맘도 몰라주고 점점 할아버지가 되어 갈 뿐 도대체 콘서트에 대해서는 소식도 없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1982년도판 실황 DVD를 구해주며 달래 왔다. 그뿐만 아니다. 유학 중에는 짬을 내어 공연이 열렸던 뉴욕의 센트럴파크와 동부의 맨 위에 위치한 메인주까지 다녀오기도 했다. 바닷가재와 개기일식으로 유명한 메인주는 스티븐 킹의 베스트 셀러 『돌로레스 클레이본(Dolores Claiborne)』의 무대. 그러나 나의 목적은 메인주 초입의 시골동네 스카보로를 찾기 위함이다. 하지만 여행책자에서 주정부가 스스로 밝혔듯이 이 작은 도시가 ‘스카보로의 추억’과는 직접적인 연관관계가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단지 스카보로에 가봤다는 것만으로도 나와 아내는 감동으로 그날 밤을 설쳤다.

 1966년 발표된 노래는 영화 ‘졸업’의 배경음악이다. 영국 민요에서 따온 멜로디는 전쟁에서 죽은 병사가 자신의 몸에 피어난 풀들에게 말을 건네는 내용으로, 애절한 가사와 멜로디를 통해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고 있다. 출발은 잃어버린 세대(lost generation)의 저항 노래로 시작했지만, 지구촌 수많은 가수들에 의해 불리며 클래식 반열에 오른 지 이미 오래다.

 얼마 전 우연히 TV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신세대 가수 SG 워너비(SG wannabe)가 바로 사이먼 & 가펑클을 닮고 싶어 그룹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는 것이다. 노래가 발표될 당시 태어나지도 않았던 신세대 가수들이 전설적인 듀오를 닮고 싶다는 당찬 말에 나는 새삼 노래의 위력을 느꼈다. 어느 언론인은 “노래도 늙는구나”라고 탄식했다지만 노래도 다시 태어난다는 생각을 잠깐 해 봤다. 그러면서 나의 아내가 SG 워너비 공연에 모셔 가면 약속을 지킨 것으로 해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런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가운데 연분홍 치마가 흘러내리는(?) 봄날이 가고 있다.

김동률 서강대 MOT대학원 교수·매체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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