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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현장] 땅주인에게 비용 떠넘기는 매장문화재법





집터서 나온 유물 … 노다지? 애물단지?



6년 전 터 파기 공사를 하다 육의전 터가 발견된 서울 종로구 육의전빌딩 지하. 현장을 보존하라는 문화재청의 결정으로 공사가 중단됐다가 전시장을 짓기로 하고 공사를 재개했다. 이 아이디어를 낸 황평우 소장(오른쪽)이 공사 현장을 살피고 있다. [김도훈 기자]



16일 서울 종로 탑골공원 옆의 8층짜리 ‘육의전빌딩’ 지하에선 박물관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6년 전 터 파기 공사를 하다 조선시대 상점가인 육의전 터가 발견된 곳이다. 옛 육의전 터 위엔 유리를 놓아 현장을 보존하고 주변은 유적박물관으로 꾸미고 있다. 유적박물관 조성에만 20억여원이 들어간다.



 하지만 건물주 이영길(67)씨는 공사비 얘기가 나오자 한숨만 쉬었다. 박물관 조성비를 모두 이씨가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씨가 부지를 매입해 건물을 짓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5년이었다. 하지만 땅을 파자마자 문화재가 출토됐고 공사가 중단됐다. 문화재청은 발굴 조사를 통해 이곳이 육의전 터라는 결론을 내고 현장을 보존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건물 짓지 말라는 얘기였다.



 이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문화재 전문가인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을 찾아갔다. 황 소장은 절묘한 해법을 내놨다. 빌딩은 올리되 지하에 유적 전시장을 짓는 것이었다. 문화재청도 승인했다. 공사 시작 3년 만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부동산 개발’과 ‘문화재 보존’을 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았다며 선전을 했다. 하지만 요즘 이씨는 후회하는 날이 많다.



 “솔직히 ‘그때 모른 척 공사를 계속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루에도 몇 번씩 합니다.” 직접적인 비용 부담에 공기 지연에 따른 금융 비용, 지하층 임대수입을 포기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현행 매장문화재보호법 11조는 땅을 파다가 문화재가 발견되면 유물 발굴과 보존, 관리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을 건축주가 부담하도록 했다. 게다가 문화재청은 보존가치가 있다고 하면서 사적지로는 지정하지 않고 있다. 그렇게 되면 관리 비용을 국가가 지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화재 전문가들은 법 정비가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법이 오히려 문화재 훼손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황 소장은 “아마도 4대문 안에 새로 세운 초고층빌딩 중 상당수는 유적을 뭉개고 지었을 것”이라며 “문화재 보존 비용을 무조건 건축주에게 부담시키는 현행법을 고치지 않고선 문화재 훼손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최근 한나라당 김영선 의원 등은 매장문화재 발굴 비용의 일부를 정부나 지자체가 부담하도록 하는 법 개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부정적이다. 서울시 문화재과 김수정 조사연구팀장은 “빌딩을 다시 지으면 개발 이익을 얻는데 문화재 발굴 비용까지 정부나 지자체가 부담한다는 건 국민 정서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글=양원보 기자

사진=김도훈 기자



◆육의전=조선시대에 운종가(세종로), 종루(종로) 등 중심가에 자리 잡고 비단·무명·명주·모시·종이·어물의 6가지 상품을 팔던 대형상점. 국가에 세금을 내는 대신 이들 물품에 대해선 독점 판매권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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