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보름 새 증시로 3조 몰려 … 700조원 부동자금 ‘머니 무브’ 시작됐나

요즘 시중에 갈 곳 잃고 떠도는 돈은 약 700조원. 은행 예금, 기업어음(CP), 부동산 어디에도 갈 곳을 못 찾고 있는 돈이다. 이 돈이 요즘 주식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다. 올 초 빠르게 오르는 주가에 눈치만 보던 개인들이 최근 증시 조정을 맞아 본격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금융자산이 10억원 이상인 부자들은 헤지펀드로 눈을 돌리고 있다. 최소 가입액이 1억원 이상이지만 상품이 없어서 못 팔 정도다. 최근 보름 새 증시에만 3조원이 몰렸다. 또 한 차례 증시로의 돈 이동, ‘머니 무브’가 시작됐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 광고회사에 다니는 이모(31)씨는 2월 2000만원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지난해 결혼한 그는 연말에 아내와 함께 받은 보너스 2000만원을 저축은행에 넣어뒀다. 하지만 전셋값이 치솟자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겠다며 주식 투자를 결심한 것이다. 경기도 판교의 100㎡(약 30평) 아파트에 살고 있는 그는 “1억9000만원이던 전세금이 1년 만에 두 배로 뛰어올랐다”며 “내년에 치를 전세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불안한 저축은행보다는 우량주 중심으로 투자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올려줄 전세금이 없으면 내년 1월 전세 만기가 될 때 월세를 겸한 반전세로 전환하거나 훨씬 더 작은 집으로 옮겨 가야 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돈을 더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2. 서울 논현동에 사는 중소기업 대표 김모(58)씨는 지난달 말 예전에 투자했던 기업어음(CP)이 만기가 되자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펀드에 3억원을 넣었다. 그는 “자금을 급하게 사용할 필요가 없어 중장기로 투자할 곳을 찾았는데 이 펀드가 목적에 딱 맞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전 세계 선물시장에 투자하는 이 펀드는 지수가 오를 때뿐 아니라 하락할 때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절대수익형 전략을 쓴다. 신한금융투자가 지난달 1일 50억원 규모로 이 상품을 선보이자 당일에만 70억원이 몰려 하루 만에 마감됐다. 그후 이 상품을 더 출시해 달라는 고객의 요구가 몰려 신한금융투자는 한 달 동안 다섯 차례에 걸쳐 245억원어치를 더 판매했다. 이 회사 정돈영 상품개발부장은 “예상을 뛰어넘는 반응에 놀랐다”고 말했다.

 단기 부동자금이 700조원에 육박하는 국내 금융시장에서 돈이 움직이는, 이른바 ‘머니 무브’가 일어나고 있다. 일반인은 증시로, 부자는 주로 헤지펀드로 몰려들고 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개인은 4조5000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지난해 주식투자 인구는 전년보다 2.6% 늘어난 479만 명으로 사상 최대였다. 경제활동 인구 5명 중 1명은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셈이다. 부자들이 즐겨 찾는 헤지펀드는 1분 만에 다 팔릴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헤지펀드 설정액도 지난해 말 6133억원에서 지난달엔 9659억원으로 급증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부자들은 돈을 버는 것만큼이나 지키는 것을 중시하기 때문에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에 관심을 갖는 반면, 소액 투자자는 공격적 투자로 단기에 많은 이익을 얻으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주요 투자 대상에 대해 국내 투자자는 좋지 않은 시각을 갖고 있다. 이른바 ‘3 불(不)’이다. 저축은행 예금과 기업어음(CP)에 대해선 ‘불신(不信)’하고 부동산은 ‘불안(不安)’하며 은행 예금은 ‘불만(不滿)’이란 것.

 이런 와중에 국내 주식시장은 올해 2.6% 올랐다. 한때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지난해 말보다 10%가량 오르기도 했다.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한 개인이 주식시장을 찾는 이유다. 5월 들어 국내 주식시장이 5.6%가량 떨어지자 개인투자자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주식시장으로 몰렸다. 이달 들어 개인이 순매수한 금액만 2조6889억원이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현재의 조정은 일시적”이라며 “국내 증시가 올 연말까지 많게는 2500포인트(코스피 기준)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하우스 푸어(House poor)’로 전락한 개인까지 빚을 내 주식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감독당국과 금융투자협회가 대책을 마련할 정도다.

12일까지 신용거래융자는 6조82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2007년 6월 7조105억원)에 육박했다. 개인투자자가 고객의 95% 이상인 키움증권에 따르면 4월 신규 계좌 수는 1200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630개)의 두 배에 육박했다.

 민상일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국내 개인투자자의 평균 모습은 수도권에 거주하는 40대인데 이들 상당수가 하우스 푸어”라며 “주택을 보유한 사람은 금융위기로 타격을 받았고, 집이 없는 사람은 전세가격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민 연구원은 “개인투자자는 시장이 오른 뒤에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며 “개인의 투자 욕구가 커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성인모 한국금융투자협회 자율규제기획부장은 “신용융자가 계속 늘고 있어 주가 하락 시 투자자 손실이 우려된다”며 “금융감독원과 신용거래 관련 위험 고지를 강화하고 투자자별 신용한도를 초과해 신용을 제공할 경우 리스크를 평가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모범규준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김창규·하현옥 기자

◆하우스 푸어=부동산 버블 때 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가 가격 폭락으로 집도 못 팔고 빚만 늘어나 생활고에 빠진 이들을 일컫는다. 최근 국내에선 높은 전세금 때문에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까지 포함하고 있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