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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로인’ 한 최용수, 아직도 선수인 줄 아나 봐





[최영미의 K-리그 관전기]
‘신분’ 잊을 만큼 몰입, 보기 좋아
조광래 대표팀 감독 만났더니
“팬 성원 없이 수준 높은 K-리그 없죠”



최영미씨



인천의 골키퍼 윤기원이 자신의 차 안에서 숨진 채로 발견되었다. 그리고 이틀 뒤 제주 유나이티드의 신영록 선수가 경기 중에 쓰러져서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왜 이런 안타까운 일들이? 개인의 문제인가 집단의 문제인가. 나는 알지 못한다. 다만 왜? 라고 물을 뿐.



 지난 5월 15일 서울 강남의 어느 식당에서 조광래 대표팀 감독을 만나 점심을 들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녹음기를 꺼내려는데 그가 종이를 내밀었다. 내가 미리 e-메일로 보낸 질문에 대한 그의 답변을 인쇄한 종이였다. 덕분에 내 수고를 덜게 되어 고마웠다. 소문과 달리 사투리도 심하지 않고 말투도 느렸다. 그는 ‘생각한’ 것을 말하는 사람이었다.





최영미=최근 K-리그에서 안 좋은 일들이 잇따라 발생, 윤기원의 자살과 신영록의 사고가 소통 부재와 관련 있다고 보나?



 조광래=확인되지 않은 내용이라 소통 부재라고 말하기는 조심스럽다. 신영록이 교체 투입으로 경기장에 들어가 심장에 큰 부담을 받은 것이 아닌가.



 최=요즘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조=월드컵 예선에 대한 준비다. 중동의 강호들이 시드 배정을 받지 못해 지난 월드컵보다 힘든 지역예선이 될 것이다.



 최=자신의 지도 스타일을 짧게 요약한다면?



 조=머리와 몸으로 느끼는 것을 중시하는 감독이다. 브레인과 보디가 일체감을 이뤄야 좋은 축구를 할 수 있다.



 최=2014년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다면, 당신의 목표는?



 조=8강이다. 그리고 한국축구의 세계화를 이루는 것.



 최=실력이 비슷한 두 팀의 경기에서 승부를 결정하는 건 무엇이라 생각하나.



 조=선수들의 멘털(정신력)이다. 감독이 되어 선수들에게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것이 국가대표선수로서 프라이드이며, 이는 기술과 체력, 전술보다도 때론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식사를 마치고 K-리그 FC서울과 경남의 경기를 보러 월드컵경기장으로 향했다. 관중이 많고 응원도 요란해 축제 분위기가 물씬. 오후 3시, 연기가 피어오르고 북소리가 높고, 부채를 손에 들고 응원하는 아이들을 구경하느라 경기 시작을 놓쳤다. 지난주 춘천에서 관전한 리그 최하위 강원FC보다 속도가 빠르고 패스도 훨씬 조직적인 두 팀. 서울의 선제골이 터지고 불꽃이 터졌다. 그리고 귀에 익은 부부젤라의 굉음. 기다란 피리를 부는 재미에 애들은 경기장에 오는지도 모른다.



그날 가장 재미난 장면은 서울의 감독대행 최용수의 움직임이었다. 서울이 경남 진영을 파고들다 공이 경기장 밖으로 나갔는데, 마침 터치라인 옆에 서있던 그가 공을 집더니 힘차게 안으로 던졌다. 나의 축구상식에 의하면 감독은 ‘스로인’할 자격이 없다. 자기가 아직도 선수인 줄 아나? 선수인지 감독인지 잊을 만큼 경기에 열중하는 태도가 좋았다. 감독대행이 이끄는 서울이 정식감독이 이끄는 경남을 3대 1로 물리쳤다. 같은 시간에 벌어진 포항과 전북의 경기가 궁금했다. 춘천으로 돌아와 뉴스를 보니 포항이 3대 2의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었다. 재방송이라도 보고픈데, 채널을 돌려도 K-리그가 보이지 않는다. 프리미어리그와 월드컵은 지겹도록 틀어주면서, 방송국마다 황금시간대에 프로야구 하이라이트를 다투어 편성하면서, 우리 축구는 푸대접. 재방송을 보려 새벽 2시가 되기를 기다리다 조광래 감독의 말이 생각났다. “팬들의 성원이 없으면 K-리그 수준이 높아질 수 없다.”



최영미(시인·본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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