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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 “세금 늘려 서민 살려야” 이한구 “기업들 한국 떠나고 있다”

4·27 재·보선에 패한 뒤 한나라당에선 감세 논쟁이 한창이다. 새 지도부가 감세 철회 법안을 마련 중이나 반론이 만만치 않다. 감세는 보수 진영의 단골 공약이다. 개인과 기업의 세금을 줄여 민간 부문을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작은 정부론’의 다른 짝이다. 노무현 정권 때 종합부동산세가 도입되자 한나라당은 “세금 폭탄 철회” 구호를 앞세웠고 2006년 지방선거에서 압승했다. 감세를 통한 성장은 MB노믹스(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의 핵심이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부터 감세가 이뤄졌다. 최고구간 세율 인하는 내년 소득분부터 시작된다. 개인소득 8800만원이 넘으면 세율을 35%에서 33%로, 기업들의 과표가 2억원을 넘으면 법인세율을 22%에서 20%로 깎아준다.

‘감세 철회’에 두 목소리 한나라당

한나라당의 새 지도부는 그런 정부의 감세 시행을 법으로 막겠다고 공언했다. 야당의 “부자 감세” 공세에서 벗어나겠다는 계산이 담겨 있다. 하지만 “기업 경쟁력을 외면한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이란 반대 목소리도 높다. 한쪽에선 “부자 감세를 철회해야 선거에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다른 쪽에선 “감세 철회가 오히려 선거에 불리하다”고 맞서고 있다.

당내 논쟁이란 점을 제외하면 지난해 11월 미국 중간선거 때 민주·공화 양당의 대치 구조와 꼭 닮았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감세조치 연장 여부는 당시 선거 최대 쟁점이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연소득 25만 달러(약 2억7000만원) 이상인 2% 부유층에 대한 감세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머지 계층에 대한 소득세율 인하 연장엔 이론이 없었다. 그러나 야당인 공화당과 보수 유권자 단체인 티파티의 반발이 컸다. 거리엔 ‘오바마=사회주의자’란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높은 실업률과 맞물려 여당은 중간선거에서 참패했고, 오바마는 부유층 감세 혜택을 2년간 연장하는 데 동의했다.

미국은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대대적인 세제개편 뒤 세율을 크게 낮췄다. 그러나 재정적자 문제가 불거지자 빌 클린턴 정부 시절 세율을 올려 흑자재정을 만들었다. 2001년 집권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경기 활성화를 명분으로 10년 기한의 감세정책을 폈다.

MB 정부 감세에 반기 든 이주영 정책위의장
-MB 정부의 감세 정책에 문제가 있나.
“현 정부 집권 후 2008년부터 감세가 이뤄졌다. 그게 경제 회생에 큰 도움을 줬다. 글로벌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성장률이 회복됐다. 특히 지난해 6% 성장을 달성하는 데 감세정책이 큰 힘을 발휘했다.”

-그런데 왜 감세 철회를 주장하나.
“지금은 속도조절이 필요한 시기다. 거시경제 지표는 좋은데 서민들의 체감경기는 얼어붙었고 민생은 어렵다. 10조원가량의 서민지원 자금을 만들어 복지 사각지대에 쓰자는 취지다. 그러려면 재원 확보를 위해 추가 감세를 유보할 필요가 있다. 경제가 좋아지면 언젠가 감세 기조로 돌아가야 한다.”

-10조원을 어떻게 만드나.
“감세를 철회하면 2조5000억원 정도를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다 세계잉여금, 세출 구조조정 등을 하면 된다. 4대 강 관련 사업이 거의 끝났으니 예산 여유가 있을 것이다.”

-법인세 감세를 철회하면 기업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겠나.
“물론 그런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MB 정부가 이미 법인세를 깎아줘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많았다. 게다가 임시투자세액공제,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한 감면 등 조세 감면제도가 여러 가지 있다. 대기업은 이런 제도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 그래서 실효 세율을 보면 조세 감면 제도가 없는 나라보다 우리 나라의 법인세율이 더 낮다. 세율만 갖고 평면 비교하는 것은 난센스다. 대기업에 세금을 깎아줘 봐야 돈이 사내에 유보되지 투자 확대나 고용 창출로 이어지는 게 아니지 않았나.”

-서민 지원이란 구체적으로 뭔가.
“국민이 가장 필요로 하는 보육·교육, 청년 일자리와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우선 지원할 계획이다.”

-선거용 선심정책 아닌가.
“근본적으로 감세 정책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다만 서민들이 어려우니 감세를 잠시 유보하자는 얘기다. 한나라당 감세 정책이란 부자들에게만 혜택을 주는 게 아니다. 어려운 계층부터 감세를 이미 해왔다. 야당이 부자 감세라고 비난하는데 그런 비난은 잘못된 것이다. 내가 서민 지원을 얘기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내게 ‘한나라당이 서민 지원에 나서면 우리가 설 땅이 없다’고 하던데 한나라당은 원래 부자를 옹호하는 그런 당이 아니다.”

-감세 철회안이 현실화되려면 청와대와 정책협의가 필요하다. 가능하다고 보나.
“감세 정책 기조에 수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4·27 선거 패배 때문이다. MB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한 민심이반이 심각하다. 새로운 성찰이 필요한 때다. 그래서 원내대표 선거를 하면서 친서민 5대 정책을 제시했고, 감세 철회를 가장 먼저 거론했다. MB 정부는 민심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정부다. 정책 조정이 필요한 대목이 나오면 청와대가 당의 입장을 존중해야지 ‘우리 노선을 따라오라’고만 하면 민심과 동떨어진 정부 아니냐. 성난 민심을 설명해 청와대든 정부든 설득하겠다.”

-2013년부터 적용될 정책이라면 차기 대통령 후보가 판단할 몫이란 비판도 나온다.
“일리 있는 말이다. 하지만 어쨌든 이 시점에서 우리가 민심을 챙겨야 할 부분은 우리대로 챙겨야 한다. 지금은 정책기조를 바꿔 서민들에게 한 걸음 다가설 때다. 감세 정책은 수정돼야 한다.”

-언제까지 마무리하나.
“필요하면 정책 의총을 열고 늦어도 7월 전당대회 전엔 법안을 통과시킬 생각이다. 현재 지도부가 책임지고 마무리한다. 감세 철회 법안을 이미 국회에 제출한 김성식 의원을 정책위의 기획재정·예결 분야 부의장에 임명했다. 김 의원에게 일을 맡긴 건 감세 철회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뜻으로 보면 된다.”

-당내 반응은 어떤가.
“MB노믹스를 유보하자는 것이니 찬반 양론이 있다. 소장파들은 우리 쪽이다. 하지만 보수 정당의 경제철학을 가진 쪽에선 반대가 많다. 의원들을 하나씩 설득해 나갈 생각이고 설득될 거라고 본다.”

‘감세 철회는 아마추어적 발상’ 이한구 의원
-감세 철회안에 동의하나.
“‘대기업만 좋아졌지 나는 어렵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다. 양극화도 심해졌다. 그러니 감세 철회 주장이 선거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경제논리에 안 맞는 얘기다. 한마디로 아마추어 발상이다. 세금 갖고 호소하려면 ‘세금을 당분간 거두지 않는다’고 하거나 ‘몇 사람만 골라서 과세하겠다’고 하면 최고로 인기를 얻을 것이다.”

-어떤 부분이 경제논리에 안 맞나.
“부자 감세 철회는 좋다. 하지만 법인세는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아직도 세율이 높다. 기업 부담을 줄여줘야 회사들이 해외로 안 가고 우리나라에서 기업 활동을 할 것 아닌가. 기업을 유치해야 고용이 늘고, 고용이 늘어야 양극화 문제도 해결될 것 아닌가.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측면에서도 기업들이 여유를 갖고 움직이도록 해주는 게 맞다. ”

-우리나라 기업의 세 부담이 실제론 그렇게 크지 않다는 말이 있다.
“그렇지 않다. 2007년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선진국 모임) 국가의 평균 법인세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26.8%였다. 우리나라는 2008년 19.8%다. 그런데 우리는 사회보장부담금과 같은 각종 부담금과 공과금이란 준조세가 있다. 선진국엔 준조세가 거의 없다. 금액으로 치면 2009년에 법인세가 35조원이었는데 준조세는 32조원이었다. 법인세와 비슷한 수준의 준조세를 부담하는 것이 현실이다.”

-복지를 위해 세금을 올려야 한다는 새 지도부의 주장에 동의하나.
“감세를 해줘도 양극화만 커지니 차라리 세금으로 거둬 복지 재정에 쓰자는 게 새 지도부의 논리다. 법인세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자는 것인데, 기분은 좋겠지만 지나치게 단순한 생각이다. 위험한 결과가 나온다. 기업은 언제라도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세금 부담이 적은 지역으로 움직인다. 그러지 않아도 지금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조세 피난처에 회사를 많이 만들고 있다. 정치적으로 세율을 올려봐야 기업들이 밖으로 나가면 세금을 더 못 거둔다. 게다가 그 돈으로 등록금 인하와 보육비 보조 등에 10조원을 쓴다는데 그게 포퓰리즘이다.”

-왜 그런가.
“대학 등록금이 비싼 것은 문제다. 하지만 등록금은 다른 교육정책과 맞춰 접근해야지 재정으로만 도와줄 일은 아니다. 대학생에게 투표권이 있다고 대놓고 등록금을 깎아주겠다는 발상 아닌가. 보육 문제도 마찬가지다. 맞벌이 부부에겐 믿고 맡길 보육시설을 만들어주는 등 보육체계를 다듬는 게 우선이다. 표만 생각하면 나눠주는 게 간단한 방식이지만 민주당·민노당식 발상이다.”

-그렇다면 복지 재정을 어떻게 마련하나.
“복지 재정이든 뭐든 재원을 마련하려면 비어 있는 곳을 찾아야 한다. 소득이 포착되지 않는 지하경제가 GDP의 20~30%인데 조세 행정만 개선하면 지하경제는 노출된다. 현금거래 정보를 늘리고 각종 면세 기준을 올리면 자료가 발생하고 세금 빼먹는 길을 막을 수 있다. 비과세 감면제를 개선하고, 낭비되는 재정지출도 막아야 한다. 농업소득 감면 등 현행법상 비과세 감면을 더하면 30조원 가까이 된다. 눈속임으로 빼먹는 게 많다. 영세 농어민을 도와주자는 차원인데 축산업자 중엔 연소득이 5억~10억원 되는 사람도 많다. 왜 깎아줘야 하나. ”

-감세 철회가 실제로 가능할까.
“몇 사람이 덜컥 마음대로 이것저것 바꾸자면 혼란스럽고, 당의 신뢰만 떨어진다. 한번 정하면 함부로 못 바꾸는 것이다. 정 바꾼다면 다음 정권을 담당할 사람들이 결정해야 한다. 복지로 한번 가면 비슷한 류의 다른 복지 수요가 끝없이 늘어난다는 걸 알아야 한다. 무상급식을 하는데 학용품은 왜 공짜로 안 주나. 보육과 의료가 무상이라면 생필품은 왜 무상으로 제공하지 않느냐는 주장까지 나올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표의 감세 입장은 뭔가.
“개인 소득세율의 경우 MB 정부가 인하토록 한 걸 인하하지 말자는 입장이다. 법인세는 약속대로 인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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