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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은 전쟁터 , 야구장은 놀이터… 여자들은 어딜 갈까

붉은 홍염이 터지고 짙은 연기가 퍼지면 축구장은 전장(戰場) 분위기에 휩싸인다. 왼쪽 사진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FC 서울 서포터들이 응원하는 장면. 두산 베어스 팬들이 잠실야구장에서 치어리더와 함께 흥겨운 응원전을 펼치는 오른쪽 사진과 대조된다. [중앙포토]
가슴을 두드리는 북소리와 시뻘건 홍염이 있는 곳, 치어리더의 댄스와 키스타임이 있는 곳. 당신이 여자친구와 함께라면 어디를 가겠는가. 앞은 축구장이고, 뒤는 야구장이다.

프로축구 vs 프로야구 ‘여성 마케팅’

요즘 프로축구와 프로야구의 공통 화두는 ‘여심(女心)’이다. 스포츠를 접하는 비율이 낮은 여성을 끌어들여야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2011년 현재, 여심은 축구보다 야구로 기울어 있다. 프로야구는 여성팬의 중요성을 알고 발 빠르게 움직였다. 반면 축구는 아직 제자리걸음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여성 관중 집계를 구단 자율에 맡긴다. 지난해 롯데의 홈인 사직구장을 찾은 관중 중 여성 비율은 36.3%다. 하지헌 KBO 홍보팀 대리는 “다른 구단도 롯데와 비슷하다”고 전했다. 김가은 프로축구연맹 홍보팀 대리는 “16개 구단 중 여성 입장객만 따로 집계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며 “야구에 비해 여성 관중 비율이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축구의 기원과 축구를 둘러싼 문화는 ‘친(親)남성적’이다. 거의 모든 문명은 들판에서 공을 차며 몸싸움을 벌이는 ‘축구의 원형’을 갖고 있다. 축구 종가가 된 영국도 마찬가지다. 스코틀랜드의 스포츠사회학자 리처드 줄리아노티는 영연방의 전통 축구를 ‘교양 없는 남자들의 경기’였다고 묘사했다.

20세기 들어 유럽과 중남미 국가들은 축구장을 도심에 지었다. 노동자들은 일과를 마치면 축구장으로 가 자신의 지역 팀을 응원했다. 잉글랜드는 축구를 아예 남성·노동자의 대표 스포츠로 발전시켰다.

미국을 대표하는 스포츠인 야구는 축구의 발전 양상과 사뭇 다르다. 구단주들은 야구를 수익성과 연결시켰다. 도시 외곽에 거대한 야구장을 짓고 가족 단위 관중을 유치했다. 언제든 지갑을 열 수 있도록 부대시설을 갖췄다. 자연스럽게 야구는 친가족·친여성 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남성들이 모인 자리에 싸움이 벌어지는 건 다반사였다. 구장에서 난동을 부리는 훌리건이 등장해도 축구계는 별다른 해결책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메이저리그는 난동꾼들을 용납하지 않았다. 야구장이 위험해지면 주요 고객층인 가족과 여성을 잃을 거라고 판단했다.

야구팬인 김주희(24)씨는 “축구는 끈끈한 동지애를 지닌 남성들의 상징 같다. 거칠고 공격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김씨는 “야구장에는 가족이나 연인들이 많이 찾는다. 확실히 부드럽고 여성에게 열려 있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유재영(23)씨는 프로축구 FC 서울 서포터스다. 축구광인 유씨도 축구가 남성적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그는 “축구장에서 흥분한 남자들이 몰려들어 시비를 벌일 때도 있고, 욕설을 하기도 한다”며 “이런 면이 여성들에게 부정적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응원문화는 어떨까. 장선미(33)씨는 프로축구 수원 삼성 팬이다. 2002 한·일 월드컵 때 ‘축구의 야성적인 매력’에 눈을 떴다. 하지만 장씨는 최근까지도 축구장보다 야구장을 더 많이 찾았다. “최신 가요를 개사한 응원가를 부르고, 율동을 하는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축구장에 가더라도 서포터스와 거리를 두고 앉았다. 그는 “축구는 응원이 지나치게 격렬해 낯설었다”고 설명했다.

축구장의 응원소품은 홍염과 연막탄 그리고 북이다. 홍염은 폭죽 끝에 불을 붙이는 것이다. 골을 넣거나 경기 분위기를 북돋울 때 주로 사용한다. 타오르는 불꽃과 연막의 뿌연 연기는 축구장을 전쟁터 비슷한 분위기로 만든다. 원칙적으로 홍염 사용은 불법이다. 그러나 한 축구 서포터스는 “경기당 평균 20개의 연막과 홍염을 터뜨린다”고 귀띔했다.

북도 빼놓을 수 없다. 유재영씨는 “북은 전투적이고 파워풀한 분위기가 필요할 때 사용한다”고 말했다. 길이가 최대 20m나 되는 대형 깃발도 중요 아이템이다. ’그대들 가는 길 우리가 지켜 주리라’ ‘축구는 전쟁이다. 반드시 이겨라’ 등 강렬한 문구를 써 넣는다.

야구장 응원 풍경은 축구와 사뭇 다르다. 대형 스피커에서는 투박한 북소리 대신 최신 가요가 흘러나온다. 두산 김현수의 2011년 테마곡은 인기 팝그룹 욜란다 비 쿨의 ‘위 노 스피크 아메리카노’다. LG 박용택의 테마곡은 김범수의 최근 앨범 타이틀 ‘나타나’다. 유행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테마곡은 여성은 물론 젊은 층을 야구장으로 향하게 하는 동력이다.

축구장의 대형 깃발과 대비되는 게 아기자기한 문구를 적어 넣은 피켓이다. SK 팬인 최현지(21)씨는 구장을 찾을 때마다 색지에 ‘최정은 내 것’ ‘수비왕 정근우’ 같은 문구를 적어 간다. 최씨는 “독특하고 개성 있는 피켓일수록 중계화면에 자주 잡힌다. 묘한 경쟁심도 느낀다”고 전했다.
프로야구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우승 이후 부쩍 늘어난 여성팬에 주목했다. 8개 구단은 앞다퉈 각종 이벤트를 마련했다.

두산은 2009년부터 ‘퀸스데이’를 실시하고 있다. 입장권 할인뿐만 아니라 좋아하는 선수와 사진 찍는 기회도 제공한다. 두산은 기존 야구용품에 핑크빛을 덧입혀 여성들의 소비 취향도 꼼꼼히 챙겼다. KIA는 매달 마지막 목요일 홈 경기 때 ‘타이걸스 데이’를 열어 화장품 등 선물을 준다. 한화의 ‘여인천하’도 비슷한 이벤트다.

야구단은 여성 편의시설 정비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SK는 2010년 테이블과 화장 소도구를 갖춘 ‘카페형 파우더룸’과 함께 산모를 위한 아늑한 분위기의 수유실을 만들었다. 잠실구장은 올 시즌을 앞두고 8억원을 화장실 증축과 리모델링에 썼다. 목동구장도 2억4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여성 화장실을 증설하고, 최신 설비를 갖췄다.

야구에 비해 프로축구의 여성 마케팅은 걸음마 단계다. 인천과 수원이 여성팬에게 할인과 함께 화장품을 제공하는 행사를 마련하고 있지만 야구에 비해 행사 질이나 밀도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FC 서울 팬 차태혁(25)씨는 “축구팀의 여성 마케팅 수준이 떨어진다”고 꼬집는다. 그는 “구단이나 프로연맹 관계자들은 여성팬을 모으기 위해 구체적으로 고민하지 않는다. ‘축구만 잘하면 된다’ ‘공격축구를 하면 된다’ 식의 생각이 전부”라며 “여자들이 몸싸움 많이 하고 거칠게 경기한다고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의 마음을 훔칠 만한 보다 세심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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