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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즐거움

‘비혼(非婚) 세대’란 말이 나올 정도로 결혼하지 않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혼이나 상처 후 다시 결혼하지 않는 중년이나 노년도 적지 않다. 결혼제도의 폐해, 부부 생활의 허위성에 대해 진절머리를 치는 이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쓸쓸하게 늙어 죽는 게 아닐까’ ‘모아 놓은 돈도 없는데, 직장에서 떨려 나면 어떻게 혼자 사나’ 하는 현실적인 걱정들도 한다. 심리적인 문제점이 특별히 없어도, 혼자 생활하다 보면 병들었을 때나 실직할 때 더 불안할 수 있다. 또 스스로 부족하고 불만스러운 모든 상황이 결혼을 하지 않은 탓이라 생각하고, 혼인만 하면 문제가 모두 없어질 것이라는 비현실적 기대를 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이런 환상이 굳어지면 어떤 사람을 만나도 만족하기 힘들다. 그래서 겉으로 비교적 완벽해 보이는 유부남이나 유부녀에게 끌리는 이도 있다. 물론 깔끔하고 능력 있는 기혼자들의 안정감이 배우자의 크고 작은 희생 및 헌신과 관련됐다는 사실은 곧잘 간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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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혼자 살면서 나름대로 독신 생활이 굳어지면 막상 누군가와 같이 사는 게 불편할 수 있다. 밥 먹고 자는 시간의 차이, 화장실 쓰고 방 치우는 방식, 양쪽 부모님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 등등 사소하지만 참을 수 없는 문제로 부딪치기도 한다. 누군가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좀 불편해도 참고, 의견이 다를 때는 조율할 수도 있어야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은 탓이다. 갈등이 생기면 충돌하게 되지만 서로에게 사과도 해 보면서 화해하는 과정도 때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애매함, 긴장감, 부정적인 감정들을 견디지 못하고 아예 헤어지자고 지레 선을 긋고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한편으로는 독거인은 ‘좀 모자라거나 괴팍한 사람들이다’ ‘외롭고 불쌍하다’고 치부하는 편견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혼자 살지만 철저하게 자기관리를 해서 깔끔하고 편안한 독신을 즐기는 이도 적지 않다. 배우자나 자식이 없어도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일종의 대안가족으로 생각해 오랫동안 공들이며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는 이도 많다. 핏줄을 나누고 결혼을 해야 가족이란 생각도 시대착오적일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소통 방식의 발달로 실제로 피를 나눈 친지보다 사이버세계의 친구들과 더 속 깊은 대화를 나누고, 친부모나 자식 못지않게 사회적 약자를 섬기며 나누는 즐거움을 누리는 이도 많다. 따지고 보면 20세기식 폐쇄적 핵가족제도의 역사가 그리 긴 것도 아니다. 봉건시대에는 대가족이나 마을 주민들이 고아나 혼자 사는 노인을 돌보기도 했었다. 지금도 멀리 떨어져 사는 자식들보다 이웃에게 더 많은 도움을 받고 정을 나누며 사는 노인이나 장애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웃사촌이 부모형제보다 나을 때가 사실은 더 많다.

언젠가는 “독거노인의 증가, 급속한 가정의 해체가 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는 식의 기사가 없어질 때가 올 것 같다. 다만 혼자이면서 동시에 함께 사는 즐거움이 가능할 수 있도록 새로운 주거형태·휴식·오락·봉사의 장이 더 다양한 사회적 분위기가 함께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크게 보면 우리는 모두 지구촌 한 가족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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