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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View 파워스타일] 이소영 국립오페라단장





“엄마 옷 입어요, 엄마 냄새 맡으려고”





국립오페라단 이소영(50) 단장의 차림새는 현실과 환상을 오간다. 오페라를 무대에 올리기 전까진 현실이다. 편안한 운동복, 고무 밑창으로 된 납작한 신발이 필수다. 넓은 연습실을 휘젓는 연출가의 옷이다. 사무실엔 간이침대, 가방 속엔 테니스 공이 있다. 2008년 취임 후 집엔 통 들어가지 않고, 무거운 스케줄로 몸이 쑤실 때마다 테니스 공을 안마 도구로 쓴다. 지갑 속에 넣고 다니는 사진① 두 장도 중요한 소지품이다. 2년 전부터 후원하고 있는 엘살바도르의 여덟 살짜리 아이다. 전투적으로 오페라를 만들며 진이 빠질 때 사진을 보고 힘을 얻는다.



 이렇게 만든 오페라가 개막하면 환상도 시작된다. 작품에 대한 자신의 느낌을 보여줄 수 있는 옷으로 갈아입고 손님을 맞는다. “이달 초 공연한 ‘카르멜회 수녀들의 대화’ 땐 회색 옷을 입고 정서를 표현했어요.” 혁명과 인간에 대한 작품을 위한 의상이었다.



 이 단장의 옷엔 상표가 없다. 따가움을 참지 못해 모두 뗐기 때문이다. 명품도 없다. “대부분의 옷이 유럽 거리를 지나다 작은 가게에서 산 거예요.” 인터뷰 때 입은 푸른 바지는 오페라 전성기를 이룬 베르디의 고향, 이탈리아 부세토에서 우연히 샀다. 25년 전이다. 오페라를 보고 나온 밤, 비 오는 거리를 걷다가 푸른색 벨벳이 조명에 반짝이는 걸 보고 ‘내 옷이다’ 싶었다 한다. 아시아풍 상의도 독일의 어느 거리에서 샀다. 독일의 신진 디자이너가 삼베를 이용해 만든 작품이다. 상표를 떼어버려 디자이너 이름은 기억하지 못한다.















 모든 옷을 오래 입는다. “잘 모셔놨다 조심스레 꺼내 입고 다시 모셔놔요.” 어머니가 젊은 시절 입던 옷을 여전히 입는 비결이기도 하다. “엄마 냄새를 맡으려 그래요. 어머니가 버리면 제가 다시 다 주워와요. 속옷까지 전부요. 몸으로 부드럽게 만든 그 느낌은 그 어떤 명품도 못 따라와요.” 즐겨 쓰는 베레모② 또한 어머니 것이다. 낡고 먼지가 묻었지만 역시 엄마 냄새 때문에 좋아하는 소품이다.



 쇼핑할 시간은 많지 않다. 대신 아주 좋은 소재를 사는 것이 원칙이다. 장식이 많고 무겁거나 눈에 띄는 옷은 피한다. 그래야 오래 입는다. 오페라 극장과 외부의 온도 차 때문에 숄도 필수다. 무채색 계열의 숄 여러 개를 갖춰놓고 있다. 100% 캐시미어로 된 옅은 갈색 숄③ 역시 어머니가 쓰던 것이다. 가볍지만 따뜻하다. 이 단장은 19~22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을 연출해 올린다. 두 남녀가 몇 번의 어긋남 끝에 진실한 사랑을 찾는 희극이다. “인간도 우주의 먼지일 뿐이라는 메시지를 전할 생각이에요. 어딘가 먼 행성에서 벌어지는 러브스토리 느낌으로 만듭니다.” 이 단장은 이날 편안한 연습복 차림이었지만 ‘사랑의 묘약’ 속 환상으로 이미 한 발짝 떠나 있는 듯했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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