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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의 현장] 외환은행 매각 보류 … ‘변양호 신드롬’에 백기 든 김석동







정부 중앙청사에서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한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표정이 굳어 있다. [중앙포토]



‘영원한 대책반장’도 론스타 이슈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도망치며 처리하지 않겠다. 상반기 안에 마무리짓겠다”던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끝내 백기를 들었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은 다시 법원의 판결만 기다려야 하는 상황으로 돌아갔다. 내년 선거 일정까지 감안하면 2~3년은 또 흘러야 할 것 같다.



 금융계와 시장이 바랐던 것은 단 하나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대주주로서 ‘적격’이든 ‘부적격’이든 상관 없으니 더 이상 미루지 말고 판정을 내려 달라는 것이었다. 적격 판정에 따른 ‘정상 매각’ 하든, 부적격 판정에 따른 ‘강제 매각’ 하든 이젠 론스타를 돌려보내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그게 곧 더 큰 국부유출을 막고 불확실성도 줄일 첩경이란 공감대였다. 김 위원장은 이런 바람에 화답했었다. 내 사전에 ‘변양호 신드롬’(책임 추궁이 두려워 정책 결정을 미루는 일)은 없을 것이란 신호를 분명히 보냈다. 그의 소신과 돌파력을 잘 알기에 기대는 컸다.



 도대체 무엇이 그를 주저앉힌 것인가? 김 위원장은 지난 3월 대법원이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을 유죄 취지로 서울고등법원에 파기 환송한 뒤 사면초가로 몰렸다.



 가장 큰 압박은 국회였다. 정무위 야당 의원들은 “금융위가 론스타의 ‘먹튀’를 허용하면 곧바로 청문회를 열어 책임을 추궁하고, 감사원 감사청구와 검찰 고발로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야당의 공세를 막아줄 것으로 기대했던 여당 의원들은 수수방관했고, 일부는 야당 쪽에 가세하기까지 했다. 청와대는 시종일관 ‘불개입’ 원칙을 고수하며 사태 해결에 등을 돌렸다.



 정부 안에서도 갈수록 우군이 줄었다. “자칫 정권 말 게이트로 몰릴 수 있다. 국회와 감사원, 검찰의 집중포화를 맞으면 금융위가 ‘식물 위원회’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소리가 커졌다. 실무자들은 “외부 로펌에 의뢰한 법리해석이 너무 엇갈린다”며 결정을 주저했다. ‘변양호 신드롬’이 도지고 만 것이다. 저축은행 사태도 그의 발목을 잡았다.



 향후 사태의 전개는 불을 보듯 뻔하다. 론스타는 가혹하게 배당금을 뽑아갈 것이다. 이미 투자 원금은 확보한 터다. 1조원의 현대건설 매각 대금을 포함해 외환은행의 배당 가능 재원은 4조원을 넘는다. 매년 8000억~9000억원의 순익이 쌓이고, 내년쯤 하이닉스 매각대금(7000억원 추정)도 들어온다. 증권가에선 론스타가 배당을 최대한으로 뽑고 3년 뒤 외환은행을 매각할 경우 지금 하나금융에 넘기는 것보다 25%(약 1조2000억원)는 더 챙길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3일 외환은행의 주가가 12.8%나 급등한 배경이다. 론스타의 고배당 정책에 편승하려는 투자자들이 대거 등장한 것이다.



 론스타가 단기 성과에 치중한 경영을 하면서 외환은행의 경쟁력은 점점 더 약해질 것이다. 론스타가 외환은행 경영의 전략과 기획 쪽에 무관심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한국의 신뢰 저하도 감수해야 한다. 론스타와 그 동조자들은 “한국은 투자금 회수도 힘든 꽉 막힌 시장”이라고 떠들 것이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그게 우리의 수준이라면 수준이다. 통제불능의 ‘먹튀’ 논쟁은 한국 경제에 큰 수업료를 남길 것이다.



김광기 경제선임기자



◆변양호 신드롬=2003년 외환은행의 론스타 매각을 결정했다가 구속된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현 보고펀드 대표)의 사례에서 나온 말. 이후 논쟁적인 사안이나 책임질 일은 하지 않는 공무원의 ‘몸 사리기’를 일컫는 용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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