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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명당이 따로 있나, 만들면 명당이지









사람의 지리학

최창조 지음, 서해문집

288쪽, 1만5000원




귀에 익은 동요 하나. 기찻길 옆 오막살이 아기가 있다. “기차소리 요리해도 우리 아기 잘도 잔다.” 칙폭 칙칙폭폭 시끄러운데 어찌 아기는 잘도 잘 수 있을까. 최악의 주거환경이지만 아기에게는 그 오막살이가 명당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또 어떤가. ‘성불사 깊은 밤에 그윽한 풍경소리’로 시작하는 가곡의 무대인 황해도 정방산 성불사. 성불사는 장마철이면 법당 마당까지 물이 찬다. 사각형 모양의 산지에 둘러싸인 분지(盆地) 중앙에 자리잡은 탓이다. 사찰을 창건한 것으로 알려진 신라 말 고승 도선국사(827~898)가 잠시 정신을 놓았던 것일까. 상주하는 스님들을 홍수에 대비한 상비군으로 쓰려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이렇듯 명당은 별게 아니다.



 이 책의 부제는 ‘최창조의 망상록’. 자생 풍수의 ‘대표선수’로 알려진 최창조씨가 자신을 낮춰 ‘망상’을 적었다고 했다. 두서가 부족한 글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표현이 좀 심했다. 인생 60대에 접어든 저자의 공부와 성찰을 고루 섞은 고급 에세이다. 문학·역사·철학 등 최씨가 그간 읽어왔던 많은 책을 인용하고, 신문·잡지 기사도 덧붙여 현실감을 높였다.



 책의 뼈대는 최씨가 그간 냈던 풍수이론서와 맥을 함께한다. 조상의 덕을 보고, 돈을 불려주는 명당은 세상에 없다는 것. 풍수의 핵심은 발복(發福)이 아니고 모자란 곳을 채워주는 비보(裨補)라고 거듭 강조한다. 특히 ‘명당은 찾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야 한다’는 적극적 자세를 보인다. ‘음덕·미신’의 풍수가 아닌 ‘현실·대안’의 풍수를 제시한다. 일례로 최씨는 4대강 정비를 반대하는 환경절대론자의 손을 들어주지 않는다. 막힌 핏줄을 틔우고 더럽혀진 피를 맑게 하는 방안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 중병에 걸린 어머니(땅)를 방치할 수 있느냐고 반문한다.



 그럼에도 세상을 보는 최씨의 눈은 따스하고 다정하다. 못난 것, 잘난 것을 두루 품는 노년의 온축(蘊蓄)이 읽힌다. 풍수는 사람과 땅의 조화이기 때문이다. “완전한 땅은 없다. 사람이건 땅이건 결함이 없는 것은 없다. 결함이 없는 것을 취함은 사랑이 아니다”고 했다. 사람의 지리학을 넘어 사랑의 지리학으로 다가온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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