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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러대던 강산에, 나긋나긋해졌다구요





다섯곡 담은 미니앨범 ‘키스’
섬세한 창법 달콤한 느낌
“창작에는 한계가 없잖아요 제게 없는 것 해보고 싶었죠”



강산에는 변화를 즐긴다. “똑같은 걸 되풀이하는 건 죽어도 싫다”고 말한다. 2년 만에 내놓은 미니앨범 ‘키스’에선 섬세한 창법으로 파격적인 보컬 변신을 시도했다. [변선구 기자]





이런 명제를 들었다. 음악은 배워야 한다. 악보를 독해하고 화성도 이해해야 음악을 만들 수 있다. 잘못 알았다. 이 남자, 강산에(46)를 보라. 그는 악보를 볼 줄 모른다. 코드에 대한 이해도 두텁지 않다. 꺾은선을 끼적이고는 악보라고 우긴다. 그런데도 세련된 음악을 빚어낸다.



 “음악은 듣는 데서 시작되죠. 그런데 듣고만 있으면 음악을 만들 순 없어요. 음악을 들을 때 생겨난 감정을 끄집어 내면 됩니다. 멜로디는 우주처럼 무한해요. 떠오르는 멜로디를 담아내면 그게 노래죠. 음악을 배워야 한다는 명제는 없어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음악을 만들 수 있어요.”









강산에식 꺾은선 악보. 그는 정식 악보를 볼 줄 몰라 나름의 채보법을 만들어 쓴다.



 정말 그랬다. 그는 평생 악보란 걸 그려본 적이 없다. 대신 자기만의 작곡 노트를 끼고 산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음악을 나름의 채보법으로 그려둔다. 그는 “메모지 한 장만 있으면 음악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남자를 만난 날, 그걸 실제로 볼 수 있었다. 봄볕이 쏟아지는 노천 카페였다. 문득 그가 멜로디를 흥얼댔다. ‘너의 눈빛을 보고 내 마음은….’ 즉석에서 노래 두 마디를 만들었다.



 “저는 늘 이런 식으로 음악을 만들어요. 불현듯 떠오르는 멜로디를 머리에 담아뒀다가 그걸 제 노트에 정리하죠. 저에겐 음악은 이래야 한다는 명제가 없어요. 느낌이 가장 중요하죠. 느낌이 오면 그걸 음악으로 풀어냅니다.”



 요즘 그가 꽂힌 느낌이란 섬세함에 가깝다. 최근 발표한 미니앨범 ‘키스(KISS)’를 들어보면 알아챌 수 있다. 모두 다섯 곡이 수록된 이 앙증맞은 앨범에서 그는 파격 변신을 했다. 눈에 띄는 건 보컬의 변화다. 데뷔 후 강산에의 보컬은 줄곧 내지르는 스타일이었다. ‘넌 할 수 있어’ ‘라구요’ 등 죄다 질러대는 보컬이 특징이었다.



 그런데 그걸 확 뒤집었다. 1992년 데뷔 이후 처음으로 섬세한 보컬에 도전했다. 소리를 드세게 뱉는 게 아니라, 부드럽게 삼키는 식으로 노래를 불렀다. 특히 타이틀곡 ‘키스’에선 연인의 키스 장면을 노래했는데, 그의 목소리가 달콤하게 느껴질 만큼 부드럽다.



 “저한테 없는 것, 한번 해보고 싶었던 걸 해봤어요. 창작에는 한계가 없으니까요. 한번 해볼까 생각이 들면 그냥 해보는 거죠. 그런데 제게 없던 목소리를 내려니까 사실 좀 힘들긴 했어요. 하하.”



 음색은 변했지만, 그 특유의 노랫말의 문학성은 여전하다. 1번 트랙 ‘그날 아침’은 성기완 시인의 시에 곡을 붙였다. ‘그날 아침’이란 가사만 28번 연속 반복되다가 ‘그날 아침 당신 집 앞’이란 말로 마무리 된다. 술 마신 다음 날 아침을 묘사한 ‘떡됐슴다’도 해학이 돋보이는 곡이다. 이런 식이다. ‘다신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한 지 며칠도 안 돼 떡됐슴다. 또 떡됐슴다….’



 “‘떡됐슴다’는 반성의 노래에요. 어느 날 술 먹고 제대로 떡이 됐는데 ‘지금 내가 뭐하고 있지’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도 이제는 몸도 챙겨야 할 나이인데….”



 맞는 얘기다. 올해로 마흔 여섯, 적은 나이는 아니다. 술 마시는 육체는 청춘을 잃어가도, 그의 음악에서 청춘이 사라질 수 있을까. “진짜로 내가 하고 싶은 것들에 귀를 기울이고 그걸 따라 음악을 해왔다. 내 안의 소리를 붙들고 버티니까 20년 가까이 음악을 할 수 있더라. 앞으로도 꿋꿋이 버틸 생각”이라고 했다.



글=정강현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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