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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과학기술계 여성 30% 채용은 꿈인가







전길자
과학기술실천엽합 공동대표
이화여대 화학과 교수




야구에서는 3할을 치면 훌륭한 타자라고 한다. 우리 여성 과학기술자들은 이공계 직장에서 신규 채용자 가운데 여성이 30%만 되면 ‘훌륭한 사회’라고 말하겠다. 사법·행정·외무고시 등에서 ‘여풍(女風)’이 당당하고, 국회의원 비례대표도 여성에게 50%를 할당하는 현실에서 ‘30%가 무슨 소리냐’고 할지 모르지만 여성 과학기술계의 현실은 아직 척박하다.



 이 때문에 정부는 정부 산하 과학기술계 연구기관에 ‘30% 여성 채용목표제’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이 제도를 추진한 결과 대상 기관의 여성 과학기술인 비율은 12%(2006년)에서 13.8%(2009년)로 증가했다.



특히 정부출연연구소의 여성 과학기술인 비율이 같은 기간 7.7%에서 8.6%로 증가했다. 박사급 연구원 및 연구소 내 책임자급 여성 비율도 증가하고 있다. 2006년에 18.5%이던 박사급 연구원이 2009년에는 20.3%로 늘었고, 책임자급도 3.8%에서 5%로 증가했다.



 하지만 이공계 대학의 여성 졸업생 비율이 늘어나는 것과 비교하면 아직 멀었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2009년 국내 대학에서 이공계 분야 석·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 2만2987명 가운데 여성은 5580명으로 24.3%를 차지하고 있다. 자연계열의 경우 여성 비율이 더욱 높아 대학 입학생의 45.3%, 석사과정은 48.7%, 박사과정은 32.9%가 여성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배출되는 예비 여성 과학기술인들이 훌륭한 자질에도 불구하고 취업에서는 남성에 비해 알게 모르게 불이익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학 학점은 여학생들이 대개 높지만 취업에서는 남학생에게 밀려 비정규직을 전전하거나 직장을 구하지 못해 방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남의 얘기가 아니라 우리 딸들 얘기다. 애써 교육한 여성 인재를 활용하지 못하면 국가적으로도 큰 낭비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절대로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가 없다.



 지난 10년간 정부의 노력으로 사정은 나아지고 있지만 더욱 뚜렷한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개선책이 필요하다. 우선 목표 비율을 지키지 못한 기관에 대한 페널티가 약하다는 점이다. 기관 평가를 할 때 여성 채용에 대한 항목이 있기는 하지만 그 비중이 낮아 연구기관들은 거의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30% 채용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페널티를 강화하고 채용률이 부진한 기관을 공개하는 것도 필요하다.



 여성 채용목표제와 관련된 제도들을 융합적으로 운영할 필요도 있다. 기혼 직장 여성들이 가장 신경을 쓰는 ‘일-가정 양립’에 대한 지원과 정부 부처에 전담 여성과학기술인력담당관제, 승진목표제 등이 채용목표제와 병행 추진돼야 한다. 이와 함께 국·공립 연구기관의 채용목표제는 대학과 기업 등 비영리법인으로 확대 추진할 필요가 있다.



 미국 MIT의 미래학자 레스터 트로 교수는 “고급 여성 인력을 충분히 활용하는 나라는 성공하고 그렇지 않은 나라는 실패할 것”이라고 역설한 바 있다. 이공계 직장에서의 여성 채용 목표 30%가 반드시 지켜지길 원하지만, 나는 그런 목표제가 필요 없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



전길자 과학기술실천엽합 공동대표 이화여대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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