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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도쿄 디즈니 아르바이트의 힘







김현기
도쿄 특파원




동일본 대지진 발생 두 달이 지난 요즘 일본 네티즌의 최대 화제어는 ‘디즈니’와 ‘아르바이트’다. 최근 한 민방이 보도한 ‘3·11 대지진 당시 디즈니에선 무슨 일이…’가 계기가 됐다. 도쿄 인근 우라야스(浦安)시에 있는 도쿄 디즈니는 지진 당시 7만 명의 고객으로 넘쳐났다. 방송사는 당시 손님들이 비디오카메라 등으로 찍은 118분의 동영상과 387장의 사진을 토대로 ‘디즈니에서 단 1명의 부상자도 발생하지 않은 이유’를 파헤쳤다.



 주역은 아르바이트였다. 디즈니랜드·디즈니시를 포함해 도쿄 디즈니에서 일하던 종업원 수는 1만 명. 이 중 90%가 아르바이트였다. 대지진이 발생하자마자 이들 9000명의 아르바이트는 고객들의 ‘수호천사’가 됐다. 누가 뭐라 지시하지 않았는데도 이들은 매장에 있던 인형, 쿠션을 다 끌어모아 고객들에게 재빨리 돌렸다. “여러분, 일단 건물에서 가급적 벗어나시고 머리를 이 인형과 쿠션으로 보호하세요.”



 주차장 도로가 갈라지고 분수대의 물이 밖으로 넘쳐날 정도의 여진. 게다가 하늘에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기온은 영하 가까이 뚝 떨어졌다. 건물 안으로는 안전이 확보되지 않아 들어갈 수 없는 상황. 아르바이트들은 머리를 맞대더니 이번에는 매장의 선물 봉지, 비닐 시트, 골판지 박스 등을 내오기 시작했다. 선물 봉지를 우비처럼 뒤집어 쓰게 하고, 골판지 박스와 비닐 시트로는 천막을 만들어 비를 피할 수 있게 했다. 한 아르바이트는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들을 보곤 여진으로 흔들리는 샹들리에 밑에 벌떡 서더니 “걱정 마세요. 난 샹들리에의 요정! 무슨 일이 있어도 여러분을 지킬 거예요”라며 신나게 춤을 추기 시작했다. 다른 여성 아르바이트는 마술을 선보였다. 고객들 얼굴에 환한 웃음과 안도감이 돌아왔다. 매장에 있던 초콜릿·과자 등을 자발적으로 꺼내 무료로 돌린 것도 아르바이트였다. 한 50대 고객은 “자정이 넘어 안전이 확인된 다른 건물로 일부 고객이 이동하는데 수백 명의 아르바이트들이 컴컴한 길 양쪽에 일렬로 줄 서 있었다”며 “질서정연하게 손에 램프를 들고 빛을 밝히고 있는 모습을 보며 ‘저 아이들도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과 친지가 있을 텐데’란 생각에 눈물이 났다”고 감격해 했다.



 디즈니 아르바이트의 결단력과 임기응변은 하루아침에 생긴 게 아니다. 이들은 1년에 무려 180회 재해방지 교육을 반복했다. 이틀에 한 번꼴로 훈련을 해온 것이다. 회사도 이들을 뒷받침했다. “매뉴얼에 집착 말라. 너희들 모두가 리더다. 누가 시키지 않더라도 고객에 도움이 되는 걸 우선 실시하라. 나머지 책임은 회사가 다 진다”며 신념과 긍지를 아르바이트 개개인에게 심어줬다. 정사원도 아닌 아르바이트가 지진 다음날까지 단 한 명 이탈하지 않고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원전 사고 초기 서로 뒷걸음치며 책임 회피에 급급했던 도쿄전력, 밑의 사람 호통치느라 시간 다 보내던 간 나오토 총리, 매뉴얼에 묶여 재해지역의 차량 하나 제대로 치우지 못하고 있는 일 정부. 모두 디즈니 아르바이트에게 한 수 배워야 한다.



김현기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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