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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홍의 소프트파워] ‘없는 게 메리트’다 ?







정진홍
논설위원




# “없는 게 메리트라네 난/ 있는 게 젊음이라네 난/ 두 팔을 벌려 세상을 다 껴안고/ 난 달려갈 거야….” 1984년생 동갑내기 여성듀오 ‘옥상달빛’의 정규 1집 ‘28’의 타이틀곡 ‘없는 게 메리트’라는 노래의 첫 소절이다. 여기서 ‘28’은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은 청춘의 나이를 뜻한다. 비록 난 ‘28’의 갑절이 넘었지만 왠지 이 노래가 좋다. 근데 ‘가진 게 메리트(장점)’가 아니라 ‘없는 게 메리트’라니! 누구는 날 때부터 손에 금붙이를 쥐고 태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평생 간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화투칠 때 오광패를 들었다고 반드시 이기는 것이 아니고 싸리패를 들었다고 반드시 지는 것이 아님과 마찬가지다. 오히려 좋은 패를 너무 많이 쥐고 있으면 그걸 지키려다 되레 꼬이는 것이 화투판 생리다. 인생살이도 그와 다르지 않다.



 # 자고로 인생의 수성(守成)보다 축성(築城)이 쉽고 그보다 공성(攻城)이 나은 법이다. 개인이든 회사든 나라든 수성하기 시작하면 곧 망한다. 치고 나가야 한다. 그런데 가진 게 많아지면 그게 어렵다. 갖고 있는 것들을 지키려고 이리저리 피하고 몸을 사리기 때문이다. 그러다 결국 다 잃는다. 얻는 데는 더디 걸려도 잃는 것은 순식간이다. 가진 게 없어 더는 잃을 것도 손해 볼 것도 없는 사람, 기업, 국가는 물불 안 가리고 덤벼들어 결국 얻는다. 그래서 더는 잃을 거조차 없는 게 제일 무서운 거다. 이 대목에서 ‘옥상달빛’의 노래가 더욱 다가온다. “…나는 가진 게 없어 손해 볼게 없다네/ 난 정말 괜찮아요 그리 슬프지 않아요/ 주머니 속의 용기를 꺼내보고/ 오늘도 웃는다….” 그렇다! 털어봤자 먼지밖에 없는 주머니일지라도 대신 용기를 담아 도전한다면 다시 웃을 수 있다.



 # 젊음의 진수는 없다고 기죽지 않는 거다. 아울러 없다고 겁내지 않는 것이다. ‘옥상달빛’이란 여성듀오 역시 가진 게 없는 인디밴드다. 옥탑방에서 시작해 변변한 악기조차 없어 실로폰과 멜로디언을 갖고 음악을 하면서도 기죽지 않았다. 때론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세상에 겁먹기도 했지만 결코 포기는 없다. 실망도 없다. 좌절도 없다. 비록 가진 건 없지만 꿈은 넘친다. 그래서 그녀들은 이렇게 노래하며 스스로를 격려한다! “…어제 밤도 생각해봤어/ 어쩌면 나는 벌써 겁내는 거라고/ 오늘은 나, 눈물을 참고 힘을 내야지/ 포기하기엔 아직은 나의 젊음이 찬란해….”



 # 매년 5월 셋째 월요일은 젊은이들이 만 20세가 된 것을 축하하고 격려하는 ‘성년의 날’이다. 올해는 91년생이 성년이 된다. 물론 나이만 찬다고 해서 모두 어른이 되는 것도 아니고 요즘 같아선 성년이 된다는 것이 꼭 즐거운 일만도 아닌 듯싶다. 한창 꿈 많고 가슴 활짝 편 채 활보해야 할 때에 벌써 좌절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며 헤어나오는 것조차 힘겨워진 처지가 이제 성년이 된 젊은이들의 현주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성듀오 ‘옥상달빛’은 어깨 처진 청춘들에게 차라리 ‘없는 게 메리트’라며 기죽지 말고 살자고 역발상으로 말한다. 참으로 기특하다 못해 눈물겹고 짠하다.



 # 우리는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나라의 국민이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가진 게 없었고 오히려 ‘없는 게 메리트’였기에 해낼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허세가 갑옷이 되고 알량한 부와 권력과 정보가 투구가 됐다. 돈 있고 권력 있고 정보 있는 것들은 망해가는 은행에서도 돈을 빼내 챙기고, 돈도 권력도 정보도 없는 서민들은 앉아서 땅만 치는 세상이다. 서민들 호주머니는 텅 비어 있는데 있는 사람 곳간은 더 쌓을 곳이 없을 정도다. ‘있는 게 메리트’지 ‘없는 건 죽어도 싼’ 세상이 돼 버렸다. 하지만 이래 가지곤 결국 다 죽는다. 없는 것만 죽는 게 아니라 결국엔 있는 것도 죽는다. 있는 것 혼자 못살기 때문이다. 그러니 ‘없는 게 메리트’까진 아니더라도 ‘없어도 살 순 있는’ 그런 사회여야 이 나라 국민 계속하겠다고 하지 않겠나!



정진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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