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분수대] 나는 가수다









바그너의 오페라 ‘뉘른베르크의 명가수(Die Meistersinger von N<00FC>rnberg)’는 제목대로 16세기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열린 노래 경연대회를 다루고 있다. 이 작품 1막에는 노래 대회의 우승자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대한 논쟁 장면이 나온다. 한데 모인 마이스터징거, 즉 장인 계급 출신의 ‘노래 명인’들은 “당연히 선배 명인들이 인정하는 가수가 진짜 가수”라는 종전의 방식을 주장한다.



 그러나 주역 중 하나인 한스 작스는 “대중의 평가를 도입하자”고 제안해 논란을 일으킨다. 명인들은 일반인의 귀를 인정하느니 입을 다물어버리겠다며 이 제안을 일축하지만, 마지막에는 결국 작스가 옳았다는 것이 입증된다. ‘노래’가 소수 청중의 것에서 일반 대중의 것으로 바뀌어 가는 역사적 과정을 압축해 보여주는 내용이다.



 이렇듯 바그너는 대중의 판단에 호의적이었지만, 그가 만약 1등을 뽑는 대신 꼴찌를 탈락시키는 MBC-TV ‘나는 가수다’를 봤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궁금하다. ‘나는 가수다’는 일곱 명의 유명 가수가 노래를 하고 현장에서 청중이 순위를 매긴 다음 꼴찌는 다른 가수와 교체되는 프로그램이다. 이미 일가를 이룬 가수들이 탈락을 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세계 초유의 설정에 많은 시청자가 환호하고 있다. ‘관전이냐 감상이냐’는 평가도 있지만 ‘오랜만에 가수들의 진면목을 본다’는 호평이 주류다.



 그러나 현장 채점으로 인한 몇몇 부작용도 지적되고 있다. 예를 들어 타고난 미성으로 쉽고 편하게 소리를 내는 가수들보다는 이마에 주름을 지어 가며 ‘열창하는 듯한 모습’에 더 많은 박수가 쏟아진다. 화려한 고음을 길게 끌거나 장식음이 많은 애드리브를 삽입하는 등 잔기술도 자주 쓰인다. 내실보다는 이미지가 득표에 유리하다는 선거 전략의 요체는 여기서도 유효하다. 경쟁이 심해질수록 일단 귀에 들어오게 포장하는 능력이 중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뉘른베르크의 명가수’에는 “명인(Meister)이 되려면 그 전에 반드시 훌륭한 가수(Singer)이면서 시인(Dichter)이 되라”는 충고가 나온다. 노래 실력만큼이나 의미 있는 가사를 짓고 전달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물론 검투사들의 격투기 같은 가수들의 ‘진검 승부’에 열광하는 오늘날의 시청자들에게는 너무 한가한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송원섭 jTBC 편성기획팀장



▶ [분수대] 더 보기

▶ [한·영 대역] 보기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