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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윈텔’과 ‘지암’ 사이에서







이나리
경제부문 차장




미국 샌프란시스코 중심가에 있는 모스콘센터는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의 대규모 콘퍼런스 장소로 유명하다. 흥행 수준으로 주최 기업의 성장세를 가늠할 수 있을 정도다. 10일 개막한 구글 개발자회의의 열기는 과연 뜨거웠다. 세계 60개국에서 몰려온 5500여 개발자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행사장을 휘젓고 다니며, 웃고 토론하고 질문을 퍼부어 댔다. 지난해 6월 같은 장소에서 열린 애플 개발자회의를 어떤 측면에선 압도하는 듯도 했다. 진원지는 행사장 곳곳에 자리한 삼성·LG·소니·보다폰 등 세계 굴지 기업들의 부스였다.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에 구글이 만든 모바일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기업들이다. 업계에선 이들을 ‘안드로이드 군단’이라 부른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세계 IT업계를 쥐락펴락하는 최대 연합세력은 ‘윈텔(Wintel)’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Windows)와 인텔(Intel)을 합성한 단어다. 윈도 OS와 인텔의 중앙처리장치(CPU)는 30여 년간 세계 PC시장의 80, 90%를 차지하며 맹위를 떨쳤다. 문제는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스마트폰이 PC보다 더 많이 팔리기 시작한 것. 한데 윈도의 스마트폰 OS시장 점유율은 5%도 안 된다. 인텔 CPU 역시 모바일 시장에선 맥을 추지 못한다. 대세는 모바일인데 거기서 윈텔은 군소 세력에 불과한 것이다.



 새 시대를 상징하는 세력은 안드로이드 군단, 그중에서도 ‘지암(G-ARM)’이다. 구글(Google)과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암(ARM)’의 동맹을 일컫는다. 2007년 첫 등장한 구글 안드로이드는 3년 만에 스마트폰 OS 시장 점유율을 23%로 끌어올렸다. 암의 스마트폰 CPU 시장 점유율은 95%에 달한다. 올 초 열린 세계 최대 가전쇼 CES의 출시품 절반이 지암 기반이었다.



 검색엔진으로 시작한 구글은 모바일의 무한한 가능성을 감지하곤 재빨리 사업영역을 재편했다. 암은 최고 성능이 아닌, 소비자가 원하는 최적의 성능을 구현하는 데 주력했다. 구글은 애써 만든 안드로이드를 세계 IT기업에 무상 공개했고, 암 또한 라이센스비만 내면 누구든 기술을 쓸 수 있게 했다. 기존 시장과 성능 업그레이드에 매달리느라 큰 기회를 놓치고 만 윈텔과 대비된다.



 희비가 엇갈리는 사이 관련 기업들도 부침을 겪었다. 세계 1위 휴대전화 제조업체이던 노키아는 ‘어, 어’ 하다 애플에 덜미를 잡혔다. 삼성전자는 앞서 가진 못할지언정 재빨리 안드로이드 진영에 동참함으로써 새 힘을 얻었다. 하지만 더 큰 위기는 눈앞에 있다.



 이번 개발자회의에서 구글은 안드로이드폰으로 집 안 전등이나 세탁기, 러닝머신까지 제어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싸고 편리한 기술이니 제조사들로선 갖다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렇게 커진 지암의 영향력은 과거 윈텔을 능가할 게다. 삼성 같은 기업들로선 의존도 심화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살 길은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 ’가 아닌 ‘퍼스트 무버(시장 선도자) ’가 되는 것뿐인 엄혹한 현실이다.



이나리 경제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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