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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황 누리던 ‘거평프레야’ 어쩌다 …





[이슈추적] 동대문 1호 쇼핑몰의 몰락



11일 서울 동대문의 쇼핑몰 ‘케레스타(구 거평프레야)’ 외벽에 임차인들이 내건 “공매 결사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경남은행은 케레스타 측이 대출 이자를 내지 못하자 지난해 공매 결정을 했다. [이한길 기자]





어린이날인 5일 오후 서울 동대문의 쇼핑몰 ‘케레스타’ 7층. 절반쯤 비어 있는 매장 안은 발자국 소리가 들릴 만큼 한적했다. 고등학생 세 명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가 “여기 아닌가 봐. 썰렁해”라며 돌아섰다. 한복집 점원은 낮잠을 자고 있었고 구석의 여성복 매장은 주인이 20분 넘게 자리를 비웠다.



 지상 23층, 지하 6층인 이 건물 중 ‘살아 있는’ 층은 6층과 7층, 그리고 예식장이 있는 13층뿐이다. 나머지 층 출입구엔 ‘출입금지’나 ‘수리 중’ 같은 푯말이 붙어 있다. 한때 이곳이 동대문 상권을 대표하는 쇼핑몰 ‘거평프레야타운’이었음을 보여주는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지난 2일엔 이 쇼핑몰의 임차인연합위원회 의장을 맡았던 배관성(59)씨가 구속 기소됐다. 건물 소유권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180억원을 가로채고 임차인들에게 줄 보증금 5억7000여만원을 유용한 혐의였다. 그동안 이 곳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거평프레야타운이 1995년 동대문 최초의 쇼핑몰로 개장했을 때 한 평 남짓한 부스의 분양가가 5500만원이었다. 11년 동안 이곳에서 식당을 했던 윤진세(72)씨는 “당시엔 남대문에서 막 상권이 옮겨오던 때라 돈을 쓸어 담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좋은 시절은 채 2년이 가지 않았다. 1998년 외환위기로 거평건설이 부도를 내며 건물은 소유권 소송에 휘말렸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인들은 임차인연합위원회를 구성해 자치 운영에 들어갔다. 상인 중 한 명인 배관성씨가 의장으로 선출됐다. 8년간의 송사 끝에 법원은 2006년 임차인들의 소유권을 확인했다.



 배씨는 2007년 “보증금을 받으려면 상가를 활성화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신규 법인으로 소유권을 넘기면 쇼핑몰을 살려 보증금을 받게 해주겠다”고 상인들을 설득했다. 그는 소유권을 넘긴 상인들에게 보증금의 30%를 현금으로 줬고 나머지는 3년 안에 주겠다고 약속했다. 배씨는 소유권을 담보로 은행에서 3200억원을 대출받았고 쇼핑몰은 리모델링 후 2008년 ‘케레스타’로 새 출발했다.



 그러나 그사이 동대문은 변해 있었다. 두산타워·밀리오레 등 20곳이 넘는 쇼핑몰이 들어섰다. 케레스타 상인들의 수익성은 악화돼 갔다. 이런 와중에 배씨의 사기 행각까지 밝혀지면서 상인들은 허탈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현재 건물은 채권자인 경남은행에 의해 공매에 넘겨진 상태다. 임차인 2600여 명이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은 1250억원. 상인들은 “건물이 팔린다고 해도 근저당 4순위인 우리들에게 돌아올 몫이 없다”며 공매에 반대하고 있다.



이한길·채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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