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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장관 안 나와 국무회의 못 열 뻔했다니

어제 국무회의장에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국무위원(장관)들이 무더기로 결석하는 바람에 정족수(과반)를 채우지 못해 회의가 제 시간에 열리지 못했다. 총리실 직원들이 부랴부랴 연락해 곧바로 열리긴 했지만 창피한 일이다.



 국무회의는 국정을 움직이는 행정부의 최고 정책심의기관이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제와 내각제가 절충된 독특한 헌정체제다. 그래서 우리나라 국무회의는 내각제 국가의 의결기관인 각의(閣議)보다는 권한이 약하지만, 대통령제 국가의 자문기관인 장관회의보다는 권한이 강하다. 엄밀히 말하자면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할 사항’을 17개 항에 걸쳐 명시한 헌법 89조 정신에 비춰볼 때 국무회의는 사실상 각의에 가깝다. 각 부처의 정책·법률은 물론 인사·예산 등 거의 모든 주요 국정업무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모든 정부 부처의 주요 안건이 최종적으로 국무회의를 거쳐야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시행될 수 있다. 국무회의를 통과하지 못한 안건은 대통령의 결재서류에 올라가지도 못한다.



 국무위원인 장관들에게 이보다 더 중요한 회의는 없다. 그런데도 장관들이 결석하고 지각하는 바람에 국무회의가 열리지 못하는 사태가 터진 것이다. 도대체 장관들이 국정에 책임을 느끼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결석한 이유를 들어봐도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 많다. 국회의원들과 조찬모임을 갖느라 결석한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고려대 교육대학원 평생교육 최고경영자 과정 세미나에 참석한다고 빠진 이재오 특임장관 등은 국무회의의 중요성을 제대로 알지 못한 듯하다. 차가 막혀 지각하는 바람에 회의장에 들어가지도 못한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은 더 한심하다.



 마침 이날 국무회의에서 김황식 총리는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상아를 몰래 들여오다 세관에 발각된 외교관”이나 “저축은행 사태를 방조한 금융감독기관”도 문제지만 국무위원들의 기강이 더 큰 문제다. 장관들이 이처럼 안이한 자세로 국정에 임하는데 그 휘하 공무원들에게 뭘 기대할 수 있겠는가. 장관들은 채찍을 들어 먼저 자신을 내려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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