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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죗값









범죄는 위험하지만 수지맞는 사업이다. 범죄자는 어리석지 않다. 손익계산서를 미리 머릿속에 짠다. 금전적 이익을 우선 따져본다. 재수가 없어 붙잡히면 뇌물을 주거나 변호사를 사는 등 빠져나갈 구멍을 생각해둔다. 감옥에 갇히는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 형벌의 무게와 수감생활의 고통·불이익을 계산한다. 이런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득과 실을 비교해본 뒤 실행에 옮긴다. 범죄경제학에서 분석하는 관점이다. 사기·횡령·배임 등 지능형 범죄에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199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미국 시카고대 게리 베커(Gary Becker) 교수는 이를 합리적 범죄(rational crime)라고 했다. 범죄로 얻게 될 기대이익이 지불해야 할 기대비용보다 클 때 범죄는 발생한다. ‘기대비용=적발 확률(체포·구속 등)×처벌 강도(형량)’라는 등식이 성립한다. 범죄를 막으려면 검거될 확률과 형량을 높여 가혹할 정도의 죗값을 치르도록 하는 게 효율적이다. 저울은 법에 곧잘 비유된다. “저울은 가벼움과 무거움을 있는 그대로 달 수 있지만 움직인다면 바르게 달 수 없다”고 중국 법가(法家)의 한비자는 설파했다. 죄와 벌이 균형을 이루는, 즉 죗값을 제대로 매겨야 법의 권위가 선다는 뜻이다.



 미국 법원은 2008년 사상 최대의 금융사기극을 벌인 버나드 메이도프 전 나스닥증권거래소 위원장에게 150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폰지(Ponzi, 다단계 금융) 사기로 고객들에게 600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입힌 죄를 법의 이름으로 응징했다. 감방에서 나올 생각을 접고 생을 마감하라는 단죄의 의지를 읽게 한다. 한몫 잡은 범죄 수익으로 전관 예우 변호사를 고용해 구속적부심, 집행유예, 가석방, 형집행정지 등 갖가지 방법으로 풀려나는 우리의 풍경과는 천양지차다.



 부산저축은행 사건과 금감원, 재벌가 3세의 253억원대 시세차익, 동대문 거평프레야 임차인연합회장의 230억원 사기, 800억원대의 횡령으로 막 내린 ‘벅스뮤직 신화’…. 유사한 범죄가 계속된다면 법 제도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고 봐야 한다. 경험칙상 죗값이 싸니 겁을 상실한 탓이다. 몇 년 감방에서 썩다 나와도 숨겨둔 돈다발이 수북하다면 범죄의 유혹을 떨치기 힘들다. 우리 형법에 나온 대로 가중 처벌 시 최고 50년의 유기징역형을 선고했다면 이런 경제범죄가 아직도 판칠 수 있을까. 미국처럼 100년, 200년 징역형을 도입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고대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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