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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나는 김무성·박지원, 부산·목포 막걸리 섞으며 ‘2시간 취중 토크’

지난 1년 동안 국회를 운영해 온 김무성 전 한나라당 원내대표(부산 남을)와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전남 목포)가 9일 오후 만났다. 김 전 원내대표는 6일 황우여 원내대표에게 자리를 넘겼고, 박 원내대표는 13일 퇴임한다. 이날 두 사람은 각각 고향의 막걸리를 들고 와 서로의 사발에 따라주면서 대화를 시작했다. 두 사람은 이내 부산·목포 막걸리를 섞어 마시며 ‘정치’에 대해 논했다. 때론 웃으면서 때론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한 ‘막걸리 대담’은 두 시간가량 이어졌다.



김무성 “지금 한나라 위기감은 오히려 행운일 수도”
박지원 “이겼다고 건방져지면 국민이 가만 안 놔둬”







김무성 한나라당 전 원내대표(오른쪽)와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9일 저녁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만났다. 그간 원내사령탑으로서 느낀 소회를 밝히며 막걸리로 건배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한나라당 김무성(60·부산 남구을) 전 원내대표는 김영삼 전 대통령, 민주당 박지원(69·목포) 원내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서 정치를 배웠다. 둘은 닮은 점이 많다. 2008년 총선 때 그들은 각각 한나라당과 민주당에서 공천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둘 모두 무소속으로 출마를 강행해 나란히 당선됐다. 그런 다음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각각 조건 없이 입당했다. 그 뒤엔 함께 원내대표가 됐고, 똑같이 비상대책위원장직도 맡았다. 두 사람 모두 양당의 차기 대표감으로 거론된다.



 9일 여의도의 ‘대방골’이란 한식집에서 만난 둘은 각각 부산과 목포 막걸리를 들고 왔다. 두 사람은 “맛이 좋다”며 부산·목포 막걸리를 섞어 마시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원내대표로서 활동한 지난 1년을 돌이켜 보기도 했고, 정치권의 미래에 대해 나름의 전망을 하기도 했다. 김 전 원내대표는 6일 퇴임했고, 박 원내대표는 13일 물러난다. 둘의 ‘막걸리 대담’은 두 시간가량 진행됐다. 진행은 정치부 신용호·채병건 차장이 맡았다.











 -정치가 잘 되려면.



 ▶박지원 원내대표=민심이 무섭다는 것부터 알아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성공하려면 정치에서 손을 떼야 한다.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을 존경하지만 이 대통령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 의원이 (정치권에서) 나가줘야 한다.



 ▶김무성 전 원내대표=그 형님(이상득 의원)이 정치를 (이 대통령보다) 먼저 해서 6선까지 됐다. 동생이 대통령이니 자기 인생은 좀 양보하라는 건 무리한 요구다. 그 형님도 자원외교를 열심히 하면서 큰 공을 세웠다고 봐야 한다.



 ▶박=그건 그분이 안 해도 된다. 꼭 해야 한다면 의원직 사퇴하고 자원외교 담당해도 된다.



 ▶김=자원외교의 결실은 공으로 인정해야지.



 -내년 총선을 어떻게 전망하는지.



 ▶박=지금 (현 정부에 대한) 민심이 바닥이다. 이대로 가면 내년 총선(4월)에서 우리가 승리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건방지면 국민이 가만히 안 놔둔다. 그러니 겸손하게 국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김=지금 이대로라면 한나라당이 어렵다. 그러나 당이 위기를 자각하고 있다. ‘이대론 안 된다’는 바람이 (6일 실시된 원내대표 경선을 통해) 분 건 행운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국민에게 선택권을 돌려주는 공천 개혁을 하면 내년 총선에서 현재 의석(172석)만큼은 못 돼도 과반수(150석)를 넘나드는 수준은 될 것이다.









김무성 전 원내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가 인터뷰 자리에 갖고 나온 부산 생탁 막걸리(녹색)와 목포 생 막걸리.



 -성남 분당을 재·보선에서 손학규 대표가 당선됐다.



 ▶김= 정치를 하려고 마음먹었을 때 다짐한 게 있다. 어떤 경우에도 당은 옮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치는 정체성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정당의 울타리 속에서 정권 창출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당을 옮기는 것까진 좋은데 대권까지 잡겠다고 하면 (손 대표의) 정체성은 도대체 무엇이냐.



 ▶박=한나라당에 있었을 때도 계속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지지한 손학규다. 이번 성남 분당을에서 민주당의 누구도 (나가면) 어렵다고 했을 때 구당(救黨)정신으로 가서 당선된 사람이 손학규다. 이제 와서 그의 정체성을 따지는 건 비생산적이다.



 - 이재오 특임장관이 어려운 위치에 있는데.



 ▶박=이 장관은 안 죽어. 무언가는 해.



 ▶김=파워 시프트(권력이동)가 있었지만 이 장관은 여전히 실체다. 이 장관이 설 자리를 만들어 줘야 한다. 설 자리를 안 만들어 주고 흔들면 당이 분열된다. 내가 여야 관계에서 백전백승을 안 하겠다고 한 건 ‘윈윈(win-win)’하는 게 정치이기 때문이다. 일방적 승리는 승리가 아니다. 그동안 우리 정치를 보면 집권만 하면 야당을 죽이려고 했는데 그런 행태도 문제다.



 ▶박=그래서 ‘권력은 측근이 원수고, 재벌은 핏줄이 원수’라고 하지 않나.



 - ‘김무성은 곰, 박지원은 여우’라고 하는데.



 ▶박=하하, 그런 걸 뭐. 어떤 때는 좋은 의미도 되고, 다르게 보면 나쁘게도 보이는 거 아닌가.



 ▶김= 상임위에 들어갔는데 박 원내대표가 마주 앉아 있더라고. 내가 손바닥을 펴서 뱅글뱅글 돌리며 ‘여우야~, 여우야~’ 하고 놀렸지. 하하하.



 ▶박=사실 김 원내대표가 진짜 많이 양보했지.



 ▶김=아이구, 양보해 준 걸 아시긴 아시는가 봅니다. 원내대표 시작하면서 ‘여당은 야당과 친해야 된다’고 선언하고 시작했다. 통일민주당 원내행정실장(1988년)을 지낸 이후 나는 국회 돌아가는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 싸우면 내가 피해를 본다는 걸 알기에 싸움은 안 한다. 형님(박지원)하고 원내대표 하면서 우린 동교동·상교동계 출신이니 정치를 망쳐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안 싸우려면 여당이 양보하는 거다. 나름 양보를 많이 한다고 했는데 부족한 것 있으면 양해하세요.



 ▶박=맞다. 우리 언행에 대한 책임은 김대중 대통령에게 가고, 김영삼 대통령에게 가는 거다. 게다가 김 원내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저는 우리 당의 복잡한 역학관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뚫고 나갔다. 하지만 지난 4일 처리하기로 했던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문제는 내 뜻대로 안 됐다. (4일 민주당이 불참한 가운데) 비준안이 처리된 뒤 김 원내대표가 고별 기자간담회를 하고 나서 전화를 했더라. ‘나는 형님을 욕했는데 민주당이 그렇게 복잡한지 몰랐소’라고 하더라.



 ▶김=민주당 내부가 그리 복잡한 줄 진짜 몰랐다. 어떻게 한나라당과 민주당, 정부가 함께 합의한 것을 뒤집을 수 있느냐고 생각했지.



 ▶박=그래도 다 이해해 주니 고맙다.



 -서로 고마웠을 때는.



 ▶김=고마웠을 때? 고마운 적이 있었나. 하하하. 난 협상가가 아니다. 되면 되고 안 되면 안 되는 거지. 말 질질 끌어가면서 사람 진 다 빼놓고 나중에 가서 딴소리하면 사람이 환장한다. (박 원내대표와는) 길게 얘기할 필요가 없었다. ‘돼요 안 돼요. 이건 왜 안 돼’ ‘여기까지 하고 다음에 보자’ 이러면 끝이다. 진짜 고맙더라.



 ▶박=고마운 게 많지. 한나라당은 절대적 다수다. 그런데 양보를 해주잖아. 그러고 가장 미울 때는 지난해 연말 예산안 강행 처리 때였지.



 ▶김=맞다. 내가 가장 미안했을 때가 예산안 통과시켰을 때였다. 미안하고도 고마웠던 게 (국회 본회의장에서) 나한테 퍼부으려고 다가와선 옆에 있던 이재오 장관에게 막 퍼붓더라. 박 원내대표가 제일 미웠을 땐 역시 지난 4일이었지. 85건의 민생 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해 놓고 FTA 비준안 때문에 본회의장에 안 들어오니 진짜 미치겠더라고.



 -차기 당 대표로 출마하는 건가.



 ▶박=아직 그런 말 하긴 좀 빠른 거 아니에요? 나는 지금 현직인데.



 ▶김=난 지금 쉬고 싶은 생각밖에 없다. 지난 1년간 하도 고생을 해서…. 이 형님이 나보다 머리가 좋고 말도 잘하고 경험이 훨씬 많아서 내가 당할 재간이 있었겠느냐. 내가 안 지려고 밤에 잠 안 자고 연구를 하면서 이렇게 1년 보냈더니 내 마음이 ‘동백꽃 아가씨’야. (이 노래를 부르며)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



 두 사람의 대담이 끝나자 그 자리로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이 찾아왔다. 원래 세 사람이 약속이 있었다고 한다. 맹 장관은 ‘서울 막걸리’를 들고 왔다. 세 사람은 이번엔 서울·부산·목포 막걸리를 섞어 마셨다. 맹 장관은 “두 원내대표가 정치를 복원시켰다고 할 수 있다 ”고 말했다.



글=김경진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김무성
(金武星)
[現] 한나라당 국회의원(제18대)
1951년
박지원
(朴智元)
[現] 민주당 국회의원(제18대)
[現] 민주당 원내대표
[前] 문화관광부 장관(제2대)
194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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