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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균의 세상탐사] 태극마크 뗀 MB점퍼







박보균
편집인




점퍼는 메시지다. 이명박(MB) 대통령의 소통 공간에서 특별한 이미지로 존재한다. 그중 태극마크 달린 점퍼(사진)의 위상은 독점적이다. MB는 군부대와 서민 속 행사 때 그 점퍼를 입는다. MB가 그 점퍼의 태극마크를 떼라고 했다. 작은 소동이지만 의미심장한 사건이다.



 MB의 4일 아침 금융감독원 방문 때다. 급히 잡은 일정이다. 새벽부터 MB는 분노와 개탄에 젖었다. 부산저축은행 비리와 거기에 추악하게 얽힌 금감원 때문이다. 그는 금감원에 가보자고 청와대 참모들을 채근했다. 점퍼를 입겠다고 했다. 금감원 간부들의 옷차림은 넥타이 정장이다. 대통령만의 점퍼가 어색하다는 얘기가 있었다. MB는 “무슨 정장차림…혼내주러 가는데”라고 일축했다.











군청색 점퍼가 준비됐다. 오른쪽 소매 위쪽에 태극마크가 붙었다. MB는 난감해했다. 태극마크 없는 딴 점퍼를 원했다. 하지만 불시 방문이어서 시간이 없었다. MB는 청와대의 소형 버스를 일단 탔다. 태극마크를 떼라고 지시했다. 형편없이 잘못한 금감원의 간부들을 모은 자리다. 때문에 신성한 태극마크가 어울릴 수 없다는 뜻이었다. 뒤쪽 자리 여직원이 커터 칼을 꺼냈다. 태극마크의 촘촘한 실밥을 뗐다. 흔적을 문질렀다.



 태극마크 점퍼는 서민과의 소통 소품이다. 2009년 12월 이 대통령이 대구 서문시장, 영광 재래시장에 갔을 때도 입었다. 서민식당에서 수제비를 먹는 MB, 그리고 점퍼의 태극마크-. 소탈함과 애국적 면모를 함께 담으려는 이미지 처리였다. MB는 그런 기법으로 친(親)서민 정서를 드러낸다.



 부산저축은행 비리는 서민의 눈물과 한숨, 분통을 자아냈다. 반(反)서민적 특권 부패다. 태극마크 제거는 금융당국에 대한 불신과 실망감의 격렬한 표출이다. 금감원의 특권적 지위를 혁파하라는 대중의 열망을 반영한 것이다. MB식 비장함의 표현이다.



 이 대통령은 20여 분 질책했다. 양옆에 앉은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고개를 숙였다. 김 위원장이 금융당국 수장이다. 두 사람은 부끄러운 대접을 받은 것이다. 금감원은 반(反)애국·반서민의 한심한 존재가 됐다. 과거 정권, 특히 김영삼 정권 때 이런 통치 메시지는 해당 기관을 뒤집어 놓았다.



 김 위원장은 자존심 강하고 머리회전이 빠르다고 한다. 하지만 MB의 감정 표출방식엔 익숙하지 못한 듯하다. 태극마크 뗀 점퍼에 담긴 MB의 불신과 냉대를 실감하지 못한 인상이다. 그 때문인가. 그의 반응은 MB 지시와는 거꾸로다. 반응 행태가 도발적이다. 금감원 쇄신에 김·권 두 사람은 개입하지 말라는 게 MB의 주문이다. 조용히 지켜보라는 것이다. 개혁 작업에 혼선을 일으키지 말라는 요구다. 국무총리실에 혁신 TF가 만들어진 이유다.



TF 출범 첫날인 9일 김 위원장은 제동을 걸었다. 기자간담회의 공개 자리다. “금감원을 흔들면 안 된다. 내가 현 감독원을 출범시킨 장본인이다. 감독권은 아무에게 주는 게 아니다. 헌법 원칙을 훼손…”-.









이명박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을 예고없이 방문, 금융감독 기관의 사명과 분발을 지시한 후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김석동의 소신이다. 그 발언 의도에 대한 여권의 반응은 이렇다. “조직 이기주의냐, 대통령에게 반기를 든 것인가, MB 결의에 둔감한 상상력 빈곤인가, 금감원 보호로 카리스마를 과시하려는 속셈이냐”-. 그의 발언은 태극마크 뗀 MB의 결연함을 헝클어뜨렸다. MB의 체통은 구겨졌다. 권력 레임덕을 부채질하는 돌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한나라당에서 MB 정책을 묵살하는 말들이 나오는 상황이다.



 금융 개혁은 힘들다. 대통령의 힘이 빠질 듯하면 정책 집중력은 약화된다. 대통령의 말이 소홀히 취급된다. 금감원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노하우를 갖고 있다. 지난해 저축은행에 대한 감독 부실의 비판이 쏟아졌다. 금감원은 50명의 검사 인력을 늘렸다. 부실에 대한 자성은 미흡했다. 여론 비판을 권한 강화로 전이하는 재주다. 금감원은 권한 넘치고, 월급 많은 반관반민(半官半民)의 공룡이다. 금감원의 명성은 이렇게 유지된다.



 이 대통령은 초심(初心)으로 국정 전선에 서야 한다. 취임 때 그는 공직사회의 전면적 혁신을 다짐했다. 그 구상의 빛이 바랬다. 이제 공직자들은 눈치를 본다. 그러나 재임의 시간은 아직 많다. 금감원 개혁은 초심의 진정한 실천 대상이다. 금융 권력의 독점과 집중은 특권 부패를 낳는다. 권력의 영원한 속성이다. MB의 개혁행보를 국민은 주시하고 있다.



박보균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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