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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개발·디자인까지 중국서 완결, 내수 시장 잡아라”


▲삼성그룹 신입사원들이 지난해 1월 하순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해 팀별 표현 발표를 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새로운 대졸 신입사원 채용 방침이 화제를 낳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 중국어 능통자를 우대하기로 한 것 말이다. 좀 더 상세히 말하면 삼성은 비즈니스 중국어 시험(BCT) 등 5개 중국어 인증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딴 입사 지원자들에게 가점을 주기로 했다. 입사시험인 삼성직무적성검사(SSAT·500점 만점) 점수에 15(3%)~25점(5%)을 얹어준다.

삼성은 지난달 27일 수요 정례 그룹 사장단 회의가 끝난 뒤 이런 방침을 발표했다. 이후 인터넷상에서는 ‘BCT 620점(1000점 만점)과 신HSK 5급 중 어느 게 더 쉬운가요’라는 등의 질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삼성에 들어가고픈 취업 준비생들이 던지는 질문들이다. BCT 620점과 신HSK 5급은 삼성이 채용 때 가점을 주는 기준선이다. 그 이상이 돼야 ‘+α’를 얻을 수 있다.

각 대학의 중문과는 물론 중국어 학원들도 ‘중국어 열공’ 바람을 기대하는 눈치다. 학원가에선 ‘BCT에 강한 학원’ ‘신HSK 정복’ 등의 문구를 내세우면서 취업 준비생들을 유혹하고 있다. 그럴 만도 하다. 삼성그룹은 올해 대졸 신입사원 9000명을 뽑는다. 지난해는 8000명을 채용했다.







8000~9000명 정도라면 많은 숫자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건 최종 합격자 수다. 지원자 수는 몇 곱절이다. 삼성그룹이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지만, 삼성의 입사 경쟁률은 거의 두 자릿수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해 7만~8만 명이 응시한다는 얘기다.

중국어 가산점, 합격 여부 가를 변수로
채용 시 중국어 우대는 삼성으로서도 파격이다. 삼성이 특정 외국어를 잘한다고 해서 입사 시험에 가점을 주는 것은 처음이다. 토익(TOEIC) 같은 영어 실력은 지원 자격을 구분하는 기준이었다. 점수나 등급이 일정 수준을 넘지 못하면 아예 지원을 할 수 없다. 그러나 영어를 아무리 잘해도 가점을 주지는 않았다. 그런데 유독 중국어 능통자에게는 특혜를 주기로 했다.

가점도 후하다. 500점 만점에 15~25점. 언뜻 크지 않은 것 같아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1980년대 중반까지 대입 학력고사는 340점 만점(체력장 포함)이었다. 500점 만점에 25점은 학력고사 점수로 따져 17점이다. 그 정도면 지원서를 내는 대학 이름이 달라졌다. 삼성 측은 “SSAT에서 1점 차이로 당락이 결정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15~25점은 큰 혜택”이라고 말한다. 중국어를 잘하면 입사 확률이 확 높아질 정도로 가점을 정했다는 설명이다.

삼성이 점수를 인정하는 시험은 BCT, 신HSK 등 5개뿐이다. 삼성이 승진 심사를 할 때 중국어 점수를 인정하는 시험 5개를 그대로 따왔다. 삼성은 올 들어 비즈니스 현장의 언어능력을 중시한 BCT를 그룹 내부 평가시험으로 채택했다. ‘관리’로 이름난 삼성이니 객관적이고 신뢰할 만한 테스트를 골라내는 데 꽤 신경 썼을 것이다.

중국어 능력 가점은 15점, 20점, 25점 셋뿐이다. BCT의 경우 620점 이상이면 15점을 준다는 최소 기준은 정했으나, 몇 점 이상에 20점 또는 25점을 줄지는 아직 미정이다. 그룹 내부에서는 BCT 860점 이상이면 25점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란 소리가 나온다.

삼성이 중국어 능통자를 우대하게 된 것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의지에서 비롯됐다. 이 회장은 최근 그룹 고위 임원들에게 이런 주문을 했다고 한다. “그룹 안에서 영어는 확산이 됐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중국과 중국어는 아직까지 안 되고 있다. 방안을 마련해 달라.”

이 회장은 지난달 28일 서초동 사옥 출근 길에 기자들과 만나서도 “중국이 커지고 있고, 영향력도 큰 나라”라며 중국에 주목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삼성이 중국어 가산점 방침을 밝힌 이튿날이었다.
실제로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경제 규모가 뜀박질하는 나라다. 매년 경제성장률이 10% 안팎에 이르고 있다. 더욱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엔 수출보다 내수에서 성장동력을 찾으려 하고 있다. 경제 성장의 축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회의 등을 통해 향후 경제 정책의 무게를 ‘민부(民富)’에 둘 것임을 천명했다. 민부 정책에 맞춰 임금도 가파르게 오른다. 베이징(北京)은 지난해 최저 임금을 20% 올린 데 이어 올해 20.8% 또 인상했다. 값싼 노동력 때문에 현지에 공장을 지은 기업들은 인건비 부담이 폭증해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하지만 임금이 오르는 건 기업들에 또 다른 기회다. 소비 능력이 커지고 내수시장의 몸집이 불어나기 때문이다. 더욱이 미·유럽의 요구에 따라 위안(元)화가 점진적으로 절상될 경우 중국 내수시장의 존재감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소비시장의 내용도 바뀌고 있다. 1인당 소득이 5000달러에 육박함에 따라 개인용 컴퓨터와 휴대전화 단말기, 고화질 TV 등 첨단제품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는 추세다.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중국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건희 회장은 10년 전부터 삼성 내부에서 중국의 중요성을 역설해 왔다고 한다. 이에 따라 삼성도 중국 사업을 공격적으로 펼쳐 왔다. 삼성의 대(對)중국 투자 누계액은 2005년 45억 달러에서 2010년 90억 달러로 급증했다. 5년 만에 두 배가 된 셈이다. 삼성에선 현재 22개 계열사가 중국에 진출해 있다. 중국삼성에서 일하는 인력은 2005년 5만 명에서 지난해 말 9만1000여 명으로 5년 새 80% 넘게 증가했다. 삼성이 중국 대륙에서 지난해 올린 매출액은 407억 달러다.

임금 인상·위안화 절상 땐 시장 더 커져
삼성도 중국 진출 초기엔 여느 기업처럼 중국을 생산 기지로 활용했다. 그러나 이젠 미·유럽에 버금가는 소비시장으로 중시한다. 대부분의 대도시에 판매거점을 확보하는 단계를 끝냈다. 현재 타깃으로 삼는 것은 ‘4~6급 도시’라 불리는 농촌 지역 도시들이다. 중국 인구의 80%, 국내총생산(GDP)의 47%를 차지하는 지역이다. 삼성은 이 지역들을 파고들기 위한 시장 개척 조직을 중국삼성(중국현지법인) 안에 만들었다. 대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득이 떨어지는 지역이지만 철저히 프리미엄 제품의 이미지를 심는다는 전략이다. 그런 전략은 휴대전화 단말기 ‘애니콜’ 시리즈를 낼 때도 적중했다. 중국에서 삼성 이미지는 노키아·소니를 능가한다.

삼성은 ‘중국에 제2의 삼성을 건설한다’는 중·장기 전략도 세웠다. 장기적으로는 생산·판매뿐만 아니라 연구개발(R&D)·디자인·부품 조달까지 중국 안에서 완결된 경영체제를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이미 삼성은 중국에 7개의 독립 연구소와 17개의 생산법인 내 연구소 등 24개 R&D 조직을 갖고 있다. 지난달 중순에는 중국의 200여 개 부품업체를 모아 놓고 구매 상담을 했다.

이렇게 공격적으로 중국 사업을 확대함에 따라 중국어를 잘하는 지역전문가도 많이 필요하게 됐다. 그러면서 중국 전문가를 키우는 데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반성도 나왔다. “주목해야 할 중국과 중국어는 아직까지 그룹 안에서 확산이 안 되고 있다”는 이건희 회장의 주문이 나온 배경이다.

삼성은 중국 사업 확장에 따른 수요와 이 회장의 지시에 맞춰 중국어 능통자를 우대하기로 했다. 중국어를 잘하면 승진할 때 다른 외국어를 잘하는 것보다 가점을 더 후하게 준다는 기본 방침도 세웠다. 이런 제도들이 효력을 발휘해 삼성 안에 중국어를 모국어처럼 쓰는 인력이 많아지려면 5년 이상 걸릴 것이다. 이들이 활약할 5~10년 뒤에 삼성의 중국 사업은 과연 얼마나 도약해 있을까. 기업 경영도 결국 인재 확보 경쟁이다.

권혁주 기자 woo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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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