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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처럼 얇은 혈관도 넓히고 암덩어리에 항암제 직접 주사




암세포 먹여 살리는 혈관에 항암제를 주입하고 혈류를 차단하는 중재시술을 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수술장에서 칼을 보기가 쉽지 않은 시대가 됐다. 의사는 칼 대신 실처럼 가는 관(카데터)을 환자의 몸 속에 넣고 영상을 보며 환부를 치료한다. 국소마취만으로 시술할 수 있다. 영상장비가 발달하고 기구가 섬세해지면서 뇌·심장·암·척추 등 치료대상이 늘고 시술이 정교해졌다.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는 중재시술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혈관이 중재시술의 ‘길’ 역할

중재시술이 가능한 것은 우리 몸에 혈관이라는 길이 있기 때문이다. 의사는 이 길을 통해 환부에 접근해 약물을 쏘거나, 필요에 따라 혈관을 넓히고 또 막는다. 대표적인 관상동맥 성형술을 보자. 과거에는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을 넓히기 위해 가슴을 여는 개흉술을 했다.

 중재시술은 사타구니·손목·목의 혈관만 2~3㎜ 절개하고, 가늘고 말랑한 가이드와이어(줄)를 넣는다. 길을 안내하는 가이드 역할이다. 이 줄에 구멍 뚫린 도관(카테터)을 겹쳐 끼워 심장까지 쭉쭉 밀어넣는다. 카테터의 위치는 영상으로 확인한다. 좁아진 심장혈관에 다다르면 카테터의 일부를 풍선처럼 부풀려 혈관을 넓힌다. 그리고 다시 좁아지지 않도록 스텐트(그물망)를 넣는다. 좁아진 혈관이 넓어지면서 협심증이 치료된다.

 뇌·간·위·소장과 연결된 대동맥류도 원리는 같다.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박계현 교수는 “대동맥류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은 가슴과 배를 여는 수술보다 합병증이 낮아 고령자나 고위험군 환자에게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뇌혈관이 막힌 뇌경색도 풍선이나 스텐트로 뇌졸중을 예방하거나 후유증을 줄인다.

부풀었거나 출혈 있는 혈관은 막아

중재시술은 뇌동맥류 환자에겐 ‘위대한 선물’이다. 약해진 뇌혈관 벽이 압력을 받아 꽈리처럼 부풀어 오르는 질환. 한 번 터지면 생명을 다투는 뇌졸중이 된다. 과거에는 두개골을 열었다. 지금은 뇌를 손상시키지 않고 코일 색전술을 한다. 사타구니 또는 손목 혈관을 통해 카테터를 목표점에 집어넣은 뒤 부푼 혈관에 코일을 메운다. 시술 다음날 퇴원할 수 있다.

 출산 후 출혈이 멈추지 않는 산모에게도 색전술을 한다. 뚫린 혈관을 찾아 들어가 코일이나 젤라틴 물질을 채워 출혈을 막는다. 중재시술을 적용하기 전에는 산모가 과다 출혈로 생명을 잃거나, 자궁적출술을 했다. 자궁에 섬유종이나 선근종이 있을 때도 자궁동맥 색전술을 한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김만득 교수는 “혈류를 차단하면 근종이 괴사해 자궁을 드러내지 않고도 치료 효과를 본다”고 설명했다.

  눈 혈관이 막힌 망막혈전폐쇄증. 발병한 지 12시간 안에 중재시술을 하면 시력 저하나 실명을 막을 수 있다. 눈 동맥에 카테터를 넣고 혈전(피떡) 용해제를 주입해 치료한다.

 당뇨병이 있으면 혈관이 잘 막힌다. 이 중 가장 두려운 건 발이 썩는 괴사증이다. 건국대병원 당뇨발클리닉 박상우 교수는 “대개 장딴지 동맥은 길게 막히므로 20㎝ 정도 긴 풍선을 이용해 혈관을 확장한다”고 설명했다.

카테터로 약물 직접 주입 … 전기로 태우기도

중재시술은 암환자에게도 유용하다. 식도암으로 음식을 삼키기 어려운 환자에겐 직경 1㎝의 삽입관을 넣어 넓힌다. 간암엔 경동맥 화학 색전술을 시행한다. 암 덩어리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을 찾아 차단하거나 항암제를 직접 주입한다.

 국립암센터 영상의학과 안상부 전문의는 “정맥에 맞는 항암제는 온몸으로 퍼지기 때문에 전신 부작용을 남긴다. 반면 중재시술은 해당 부위에만 약물이 전달돼 약효가 빠르고 부작용이 적다”고 말했다.

 암세포를 태워 없애는 고주파 열치료도 있다. 영상장비로 암세포 위치를 찾은 다음, 굵은 주삿바늘을 꽂고 전기를 흘려 보낸다. 작은 암은 완전히 없어지고, 큰 암은 크기가 준다.

 전립선비대증으로 소변길이 막힐 때도 중제시술을 활용한다. 과거엔 전신 마취를 하고 요도절개술을 했지만, 요즘엔 심장혈관에 이용하는 스텐트를 박아 요도를 뚫는다. 나일론실이 달려 있어 2개월 뒤 쉽게 제거할 수 있다. 이외에도 위장이나 십이지장·기관기도·비루관에도 스텐트 삽입술이 응용되고 있다. 디스크 탈출증이나 퇴행성 디스크로 척추신경이 눌렸을 때도 수술 대신 중재시술을 할 수 있다.

중재시술(인터벤션)이란=카테터(가는 관)나 주삿바늘처럼 얇은 기구를 환자 몸에 넣고 방사선영상을 보며 치료해 수술과 동일한 효과를 낸다. 주로 막히거나 좁아진 혈관을 뚫거나 넓힌다(확장술). 종양을 키우는 혈류나 출혈이 심한 혈관에 알갱이를 넣어 막기도 한다(색전술). 혈관뿐 아니라, 식도·요도·눈물관과 같은 몸 안의 빈 공간(내강)에도 적용된다. 병변을 전기로 태워 없애는 방법(소작술)도 중재시술이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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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