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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영화 ‘트루맛쇼’ 진실게임




TV 맛집 프로그램을 고발한 다큐 영화 ‘트루맛쇼’의 포스터(왼쪽)와 제작진이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기 위해 일산에 차린 식당 ‘맛’의 전경. ‘맛’은 올 1월 TV 전파를 타자 폐업했다.





김재환 감독

“나는 TV에 나오는 맛집이 왜 맛이 없는지 알고 있다.” 이 같은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 영화 한 편이 6일 폐막한 전주국제영화제(JIFF)에서 공개돼 파문을 낳고 있다. 독립프로덕션 대표이자 전직 MBC 교양PD 출신인 김재환(42) 감독이 3년간 기획·연출한 다큐멘터리 ‘트루맛쇼’다. 감독은 “조작·기만의 맛집 방송을 파헤치고 이런 거짓말 방송이 악순환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점을 환기시키기 위해” 자비를 털어 일산에 식당까지 차렸다. 평범한 분식집이 TV를 타기까지 방송사-외주제작사-협찬대행사-식당의 물고 물리는 과정을 몰래카메라로 담았다.

 영화에 따르면 ‘TV 맛집정보 프로’는 시청자의 입맛을 자극하기 위한 ‘각본 있는 드라마’일 뿐이다. “먹다 죽을 만큼 예술이에요”를 남발하는 손님들은 인터넷 동호회를 통해 동원한 ‘가짜 손님’이다. 식당을 방송 프로그램과 연결시켜 주는 전문브로커도 있다. 이들은 제작진의 구미를 당길 만한 이색 메뉴(캐비아 삼겹살 등)를 개발해 주는 대가로 수백만원씩 받는다. 브로커 임모씨의 경우 100여 식당을 방송에 출연시켜 줬으며 본인도 조리장 등으로 수차례 TV에 등장했다.

 김재환 감독과 제작진이 차린 ‘가짜 식당’은 올 1월 SBS ‘생방송 투데이’ 전파를 탔다. 이 과정에서 협찬비로 1000만원이 건네졌다. 제작진은 또 MBC ‘찾아라! 맛있는 TV’의 ‘스타의 맛집’ 코너에 900만원을 내고 출연한 과정도 담아냈다. 생활정보 프로그램 SBS ‘출발! 모닝와이드’, KBS ‘VJ 특공대’ 등 수십 편이 실명으로 공개됐다. 김 감독은 6일 기자와 만나 “줄소송당할 것을 각오하고 만들었다”고 말했다.

 방송사들은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목된 프로그램들의 책임 프로듀서(CP)들은 “ 영화를 보지 못해 조심스럽다”면서도 “일부에 국한된 문제이거나 실제와 다르게 연출된 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KBS ‘VJ 특공대’를 제작하는 김군래 외주PD는 “협찬하겠다며 접근해온 식당들이 있지만 돈 받고 방송한 적은 없다. 일부 문제를 부풀린 것 같다”고 말했다.

 MBC ‘찾아라! 맛있는 TV’의 김정규 책임 PD는 “‘스타의 맛집’에는 대행사를 통해 출연한 걸로 아는데, 대행사 직원 개인이 알선비용을 챙겼을 뿐 제작사나 방송사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짜 손님’은 촬영 편의상 불가피한 부분이 있는데 일당을 주거나 한 적은 없다”며 “음식문화 발전에 이바지하는 PD도 많은데 한꺼번에 매도하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직격탄을 맞은 SBS는 최근 임원회의를 열고 자체 조사를 벌였다. 결론은 “제작진의 함정취재에 말려들었다”는 것이다. 박두선 담당 CP는 “SBS 규정상 식당 협찬이 안 되는데, 그쪽에서 ‘청양고추의 맛과 효능에 대한 내용’이라고 포장해 접근해 왔다. 농수산물 홍보 협찬이라 생각했는데, 우리가 속은 셈”이라고 주장했다. 박정훈 SBS 제작본부장은 “외주사를 속이고 함정취재한 것이다. 법무팀에서 소송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재환 감독은 “영화에 공개한 것은 취재 내용의 일부일 뿐 더 많은 사례를 축적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외주사·홍보사에 책임을 돌리고 빠져나가려는 방송 3사의 행태에 분개한다. 차라리 소송을 통해 검찰 수사가 이뤄지는 게 낫겠다”고 주장했다. ‘함정취재’ 부분에 대해선 “방송사들이 ‘불만제로’나 ‘소비자고발’에서 하는 방식 그대로 돌려줬을 뿐”이라고 맞받았다. ‘트루맛쇼’는 전주영화제에서 장편경쟁부문 ‘JIFF 관객상’을 받았다. 이달 내 개봉 예정이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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