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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휩쓴 도시, 자연의 힘으로 다시 서다

greensburg  지난달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선 유엔이 주관하는 ‘글로벌 그린시티’ 시상식이 열렸다. 전 세계 수백 개 도시가 경합한 가운데 올해 수상자로 미국 캔자스주 서남부의 작은 도시 그린즈버그가 뽑혔다. 그린즈버그는 미 상공회의소와 독일 지멘스가 주는 ‘2011 환경파괴 없는 도시상’도 받았다. 인구 900여 명에 면적 3.9㎢에 불과한 시골도시 그린즈버그엔 지난해에만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관광객 5만여 명이 몰렸다.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미국 대통령도 2009년 취임 후 첫 의회 연설 때 그린즈버그를 미래 청정도시의 모델로 치켜세웠다.




1 미국 캔자스주 서남부의 작은 도시 그린즈버그 전경. 2007년 5월 거대한 토네이도에 초토화된 그린즈버그는 화석연료 대신 풍력·태양열 등 신재생 에너지로 전기를 만드는 청정도시로 탈바꿈했다. 2 전기를 절약하는 LED 가로등. 3 풍력·태양열로 전기를 자체 생산하는 키오와 카운티 병원. 4 옥상과 지붕 옆면에 태양열 집열판을 설치한 그린즈버그 시청. [그린즈버그 그린타운 홈페이지(www.greensburggreentown.org) 제공]






중서부 ‘깡촌’ 그린즈버그가 처음 미국 신문의 1면을 장식한 건 2007년 5월 4일이었다. 이날 오후 9시15분 거대한 토네이도가 도시를 덮쳤다. 캔자스주는 매년 토네이도 습격을 받기로 유명하다. 로키산맥에서 내려온 차가운 공기와 멕시코만에서 올라온 더운 공기가 중부 대평원에서 맞닥뜨리면서 거대한 회오리바람을 일으킨다. 주민들도 토네이도엔 이골이 나 있었다. 그런데 2007년 토네이도는 달랐다. 시속 320㎞의 강풍을 동반한 강도 5의 초대형 토네이도는 영화에서나 보던 바람기둥을 몰고 왔다. 불과 12분 만에 도시 건물의 95%를 집어삼켰다. 11명이 죽고 수십 명이 다쳤으며 주민 거의 대부분이 집을 잃었다. 그나마 토네이도 발생 20분 전에 경보가 발령된 덕에 인명 피해를 줄인 게 불행 중 다행이었다.




2007년 5월 발생한 토네이도로 도시 건물의 95%가 초토화된 그린즈버그 전경.





거대 토네이도에 가지들이 꺾인 큰 나무와 주변 모습.

 자연의 무시무시한 힘 앞에 인간은 무력했다. 토네이도에 질린 주민은 하나 둘 도시를 떠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린즈버그는 저력 있는 도시였다. 서부개척시대 그린즈버그는 사람이 삽으로 판 미국 최대 우물이 있었던 곳이다. 이곳 주민도 자연의 힘에 굴복하지 않는 개척정신을 물려받았다. 뜻을 모은 몇몇 주민은 ‘그린즈버그 그린타운’이라는 주민자치 조직을 만들었다. 자연을 이길 수는 없지만 자연과 공존하며 그 힘을 이용하자는 도시 재건 구상도 여기서 나왔다. 도시를 파괴한 대평원의 바람을 그린도시 재건의 동력으로 이용하자는 역발상 아이디어가 나왔다. 캔자스주는 미국 3대 풍력에너지 자원의 보고이기도 했다. 사방에 지평선이 펼쳐진 대평원은 태양열 발전에도 안성맞춤이었다.

 주민들이 뜻을 세우자 곳곳에서 도움의 손길이 답지했다. 캔자스주립대와 위치타대가 발벗고 나섰다. 미래 청정도시 개발을 구상하던 미 국립신재생에너지연구소(NREL)는 재정과 기술 지원을 아까지 않았다. 토네이도가 휩쓸고 간 지 2년 만인 2009년 10월 23일 그린즈버그 남쪽 평야지대에선 풍력발전단지 준공식이 열렸다. 이곳엔 56m 높이의 1.25㎿짜리 풍력발전기 10개가 우뚝 섰다. 이 발전단지 준공으로 그린즈버그는 100% 신재생에너지만 쓰는 청정도시의 꿈을 실현했다. 현재 그린즈버그는 이곳에서 생산된 전기의 25%만 쓴다. 나머지는 캔자스주 40여 개 도시가 공동으로 만든 캔자스 전력회사에 팔아 소득을 올리고 있다.

 그린즈버그가 풍력발전단지에서 생산한 전기를 팔 수 있게 된 건 도시 전체를 에너지절약형으로 재건했기 때문이다. 2007년 토네이도가 발생했던 날을 따 2008년 5월 개관한 ‘5·4·7아트센터’ 앞에는 600W짜리 자체 풍력발전기 3대가 서 있다. 건물 옆과 옥상엔 태양열 집열판이 설치돼 있다. 외벽도 유리로 마감해 자연 채광을 최대한 활용했다. 지하엔 지열을 이용한 냉난방 설비가 갖춰져 있다. 12개의 대형 배터리를 이용해 낮에 생산한 전기를 모아뒀다가 밤에 쓸 수 있도록 했다. 그린즈버그에서 가장 큰 키오와 카운티 병원도 자체 풍력발전기를 운영한다. 거리의 가로등도 에너지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인 발광다이오드(LED) 등으로 바꿨다. 가정집도 태양열과 지열 활용이 기본이다. 그 결과 가정집의 전기료는 평균 40% 줄었다.

 그린즈버그는 자원 재활용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2007년 토네이도가 지나간 뒤 그린즈버그 주민은 쓰러진 나무를 버리지 않았다. 못 쓰게 된 나무는 파쇄해 연료로 쓰고 쓸 만한 것은 가구자재로 재활용했다. 폐허에서 나온 벽돌은 시청 청사를 짓는 데 썼다. 빗물도 그냥 흘려보내지 않았다. 시내 한복판에 자리잡은 존디어 농기계회사 앞마당엔 정화시설을 갖춘 큰 연못이 있다. 미관상 아름답기도 하지만 이 연못은 빗물과 생활용수를 모았다가 정원수로 활용하는 데 쓰이기도 한다. 그 결과 그린즈버그는 미국에서 인구 한 명당 친환경건물인증(LEED)을 받은 건물을 가장 많이 확보한 도시가 됐다.

 그린즈버그의 실험은 아직 진행 중이다. 4년 전 파괴된 건물을 아직 다 복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도시 중간중간엔 공터가 아직 많이 남아있다. 그렇지만 이곳 주민들은 길을 찾아냈다. 더 이상 화석연료나 원자력을 이용하지 않고 환경을 파괴하지도 않으면서 도시를 건설할 수 있는 걸 스스로 입증해 보이고 있다. 해마다 이곳을 찾는 전 세계 친환경 연구자의 발길이 늘고 있는 건 이 때문이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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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