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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한국만 비싼 관세 내며 무역하는 ‘바보’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경제학원론 수업에서 학생들이 높은 집중력과 함께 다양한 표정을 보일 때가 있다. 교역의 이득에 대해 배울 때다. 두 나라가 교역을 함으로써 교역 이전에 비해 같은 자원을 투입해도 모두 더 많이 소비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그래프와 숫자를 통해 보여주면 눈이 동그래진다. 그 마법의 비결이 각자 싸게 생산할 수 있는 것에 전문화해 생산을 늘린 다음 나누는 것이라고 설명하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다 교역은 나라 안의 모두에게 동시에 득이 되지는 않으며, 수입으로 일부 국내 공급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할 때는 표정이 미묘해진다. 그러나 교역의 득이 실보다 크므로 전체적으로는 이득이라고 그래프를 통해 보여주면 다시 수긍하는 표정으로 돌아온다.

 교역에 대한 우리 사회 현실의 태도는 학교와 같으면서 다르다. 머리로는 교역의 이득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그러나 수입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계층이 생긴다는 데 대해 심정적으로 불편해한다.

 현실이 학교와 다른 점은 득과 실의 차분한 비교가 안 된다는 점이다. 피해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는 증폭돼 실제보다 과장되게 나타나지만 이득은 과소평가된다. 그럴 수도 있는 것이 피해는 단기적으로, 그리고 특정 영역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므로 쉽게 눈에 띄는 반면, 이득은 장기에 걸쳐 그리고 넓게 나타나므로 확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름을 붓는 것이 왜곡된 언론과 정치권이다. 이데올로기적으로 편향된 시각을 갖는 일부 매체는 개방의 득과 실을 공평하게 보도하지 않는다. 득실의 종합적 그림을 그리지 않고 피해 중에서도 특정한 부분만을 예시해 침소봉대한다. 여기에 일부 국회의원이 가세한다. 이들은 객관성이 없는 보도를 들먹이면서 정부가 빗장을 열고 다 내주고 있다는 식으로 공격한다. 그리고 매체는 이를 다시 보도하는 식으로 부정적 여론의 눈덩이를 굴린다. 그 결과 개방이 지연되거나 개방돼도 불필요한 비용이 많이 들어 개방 효과가 떨어지게 된다.

 불합리를 없애기 위해서는 사실로 증명하는 수밖에 없다. 지난 4월로 한·칠레 FTA가 발효된 지 7년이 지났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발효 전에 비해 2010년 현재 생산유발은 4.6배, 취업유발인원은 3.7배나 증가했다. 특히 취업유발인원은 2003년 6041명에서 2010년 2만2344명으로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칠레 FTA로 우리 포도농업은 다 죽는다고 했던 반대론자의 주장과 달리 국내 포도재배면적은 FTA 발효 이전에 비해 오히려 감소세가 둔화됐다.

 어떤 이들은 우리나라의 개방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하는데 이 또한 사실과 다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 교역에서 FTA 국가 간 교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49.2%인데, 우리나라의 FTA 교역 비중은 전 세계 평균보다 한참 낮은 14.8%에 그치고 있다. 이는 일본이나 중국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다른 나라들은 낮은 관세로 무역을 하고 있는데 우리는 비싼 관세를 물어가며 무역하고 있다는 말이다. 분석에 의하면 한·EU FTA, 그리고 한·미 FTA가 다 발효되어도 FTA 비중은 35%에 머물러 세계 평균에 못 미친다.

 개방이 빛과 함께 일부 그림자도 만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간의 개방 역사를 보면 우리 국민은 성공적으로 적응해 왔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도약의 기회로 삼았다. 1990년대 초반 가전제품 시장 개방을 통해 국제경쟁력이 강화된 것이 대표적 예다.

 한·EU FTA에 이은 한·미 FTA의 조속한 비준이 필요하다. 그리고 교육서비스와 의료보건서비스의 시장 개방 또한 조속히 실현돼야 한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법 환경만 고쳐놔도 엄청난 사업 기회가 생길 것이며 수십만 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이다. 그만큼 그림자도 없어질 것이다.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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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