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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꽃’ 피우지 못한 윤증현




윤증현

글로벌 경제위기 당시 ‘구원투수’로 경제팀 사령탑에 올랐던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5·6 개각으로 취임 28개월 만에 물러난다. 그는 1998년 외환위기 때 재정경제부가 출범한 이후 최장수 장관으로 기록됐다.

 윤 장관의 가장 큰 업적으로는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과 주요 20개국(G20) 회의의 성공적 개최가 꼽힌다. 그는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이 추락하던 2009년 2월 취임해 28조원의 ‘수퍼 추경’을 추가로 투입했다. 위기에 과감하게, 또 발 빠르게 대처한 것이다. 당시 한국 경제도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결과는 0.2%의 플러스 성장이었다. 지난해에도 6.2% 성장이라는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한국에 유난히 ‘까칠했던’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도 지난해 4월 “한국은 위기를 통제하는 데 만점을 받았다. 교과서적 회복을 이루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한국이 G20 의장국을 맡으면서 그도 G20 장관회의를 이끄는 역할을 맡았다. 지난해 4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G20 회의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에게 “지식의 빈곤을 절실하게 느낀다”는 말을 했다. “우리가 언제 세계를 상대로 나라를 경영해본 적이 있었던가. 국내 문제에만 매몰돼 바깥 세상은 너무 모른다”는 한탄도 했다. 하지만 그는 특유의 친화력과 리더십을 바탕으로 국제경제의 질서를 재편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을 개혁하고 글로벌 환율전쟁이 최악으로 치닫지 않도록 하는 데 한국은 G20 안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정부 곳간을 지키는 예산장관으로서 정치권의 포퓰리즘을 비판하는 강단을 보이기도 했다. 무상급식 논란에 대해선 “종갓집 맏며느리 입장에서 어떤 사람한테든 욕 들어먹을 각오가 돼 있다. 재원을 생각하고 누울 자리를 봐가면서 다리를 뻗어야 한다”며 결기를 세웠다. 그러나 청와대의 포퓰리즘에는 약한 면모도 보였다. 지자체의 취득세 인하분을 지자체 요구방식 그대로 보전해 주는 방안에 강하게 반대했지만 끝까지 버티지는 못했다.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 등 서비스업 선진화도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는 지난해 “흔들리잖고 피는 꽃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라고 도종환 시인의 시 ‘흔들리는 꽃’을 인용했지만 끝내 꽃을 피우지는 못했다.

 윤 장관은 취임 이후 2년 동안 16개국에 17차례 해외 출장을 다녀왔으며 출장거리는 지구 7.8바퀴에 해당하는 31만2000㎞, 출장기간은 88일에 달했다. 지난주 베트남 출장을 끝내면서 그는 “당장 하루 24시간 푹 자고 싶다”는 말을 했다. 하지만 개각 발표 이후에도 신임 장관 후보자의 청문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그에게 마지막 출장 일정이 또 남아 있다. 이달 중순 카자흐스탄에서 열리는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총회를 주재하는 일이다.

서경호 기자
하노이=중앙데일리 이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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