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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마리 ‘블랙스완’의 공포

블랙스완(Black swan·검은 백조) 두 마리가 나타났다. 검은 백조는 경제학에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돌발사건을 뜻한다. 현재 시장 통념에 비춰 발생 가능성이 아주 낮은 사건이란 얘기다. 최근 나타난 블랙 스완은 바로 ‘상품시장 급락’과 ‘그리스 유로(euro)화 포기설’이다.

두 마리 검은 백조로 글로벌 시장의 긴장감은 크게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 스트레스는 2008년 9월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8일(한국시간)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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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검은 백조의 등장으로 글로벌 상품(원자재) 시장은 5일(현지시간) 패닉 상태에 빠졌다. 원유·금·은·구리 등이 5~11% 추락했다. 그뿐 아니었다. 밀·면화 등 농산물 가격도 미끄러졌다. 패닉은 곧 시장 탈출로 이어졌다. 헤지펀드와 투자은행 상품 트레이더들이 사놓은 상품을 처분했다. 상품 상장지수펀드(ETF)에서도 돈이 빠져나갔다. ETF는 펀드 주식 가격이 금이나 은 등의 가격과 나란히 움직이도록 설계됐다. 최근 상품투자 붐을 가능하게 한 핵심 장치다. 지난 한 주 투자자들은 미국 아이셰어스(iShares) 은ETF에서만 자금 60억 달러(약 6조5000억원)를 뺐다.

 중국이 원자재를 계속 사들이는 한 급락은 없을 것이라는 시장 통념도 흔들렸다. 그 통념 때문에 절대 다수의 투자자들이 급락 징조를 무시했다. 사실 패닉 징조는 올 4월 들어 나타났다. 4월 11일 골드먼삭스는 “원유값이 배럴당 20% 정도 곤두박질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지난달 말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금 투자는 어리석은 짓”이라고 질타했다. 5월 들어 마침내 은값이 추락했다. 은값 급락은 상품시장 거품 붕괴로 이어진 경우가 많았다. 통념은 과거 교훈마저 잊게 했다. 최근 200년간 상품시장을 보면 ‘수요·통화량 증가=지속적인 가격 상승’은 아니었다. 버블과 붕괴의 연속이었다.

 또 한 마리의 검은 백조는 7일 오후 등장했다.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은 “유럽연합(EU) 재무장관들이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가능성을 분석한 보고서를 놓고 토론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리스의 유로화 포기설을 흘린 것이다. 그리스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총리는 당장 “(그리스의 유로화 포기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가설”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유로 재정위기의 과정을 보면 정책 담당자들의 강한 부정은 곧 강한 긍정인 경우가 잦았다. 그리스·아일랜드·포르투갈은 하나같이 구제금융을 강하게 거부했지만 끝내 손을 내밀 수밖에 없었다.





슈피겔이 지난달 그리스 채무구조조정(워크아웃) 가능성을 보도한 직후 독일과 그리스 정부는 ‘엉터리 기사’ 또는 ‘소설’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이후 그리스는 워크아웃을 사실상 인정했다. 이런 흐름에 비춰 그리스의 유로화 포기도 기정사실화될 수도 있다.

블랙스완 두 마리 때문에 “글로벌 투자자들이 배짱을 부리기 힘들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로이터통신은 8일 전망했다. 배짱은 투자자들의 위험 감수 의지(Risk appetite)다. 배짱이 줄어들면 몸사림이 심해진다. 글로벌 시장 참여자들은 주식 가운데 원자재 종목들을 우선 처분할 가능성이 크다. 상품 가격이 떨어지면 가장 먼저 실적이 줄어들 수 있어서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월가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상품 가격 급등 혜택을 본 브라질과 호주 등의 주가가 크게 흔들릴 수도 있다”고 7일 내다봤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상품 패닉과 그리스 사태 때문에 유로화 약세와 미 달러화 강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이날 전망했다.

 국제 원유값 하락이 이어진다면 국내 기름 값은 이달 하순부터 떨어질 수 있다. 지금까지 국내 정유사들은 국제 가격 변동치를 통상 2주일 후 공장도가에 반영했다. 주유소는 그보다 1주일가량 뒤에 판매 가격을 조정해 왔다.

강남규 기자

◆블랙스완(검은 백조)=뉴욕대 나심 탈레브(금융수학) 교수의 저서인 『블랙스완』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그는 통계에 비춰 발생 확률이 아주 낮은 사건을 희귀한 검은 백조에 비유했다. 그는 저서에서 “일어날 확률이 1만분의 1 이하인 사건이 검은 백조”라며 “월가는 통계논리에 취해 블랙스완을 무시했다가 위기를 겪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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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