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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양 한올고 하키부 전국대회 우승

지난 4월 12일 경남 김해 국제하키장.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렸다. 땀으로 온몸을 적신 온양 한올고 하키부 여학생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울었다. 전국대회(2011 춘계 하키선수권대회)에서 4년 만에 우승한 순간이었다. 전교생 250명에 하키선수는 단 13명. 그마저도 2명은 하키를 시작한 지 2년이 채 안된 신입생이었다. 연습장조차 없어 근처 대학교 운동장을 빌려 연습했다. 26일 전국대회 정상에 오른 온양 한올고를 찾았다.









춘계전국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온양한올고 하키부원 13명이 27일 연습게임을 앞두고 기념촬영을 했다. [조영회 기자]







열악한 환경, 선수는 고작 13명



26일 오후 3시30분 온양한올고 체력 단련실. 열평 남짓의 작은 공간에서 13명의 앳돼 보이는 소녀들이 운동에 한창이다. 햇볕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컨테이너박스에서 저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여고생들은 다름아닌 이 학교 하키부원들. 전국대회로 누적된 피로를 가벼운 웨이트로 풀고 있었다. 30분 정도 운동을 한 선수들의 발걸음은 운동장으로 향했다. 운동장에서 선수들은 하키채 대신 배구공을 들었다. 편을 나눠 피구를 하기 위해서다. 해맑게 웃으며 피구를 하는 선수들의 모습은 영락없는 10대 소녀였다.



 하키부 이대휘 코치는 “예전 까지만 해도 맨땅에서 실전 연습을 하곤 했지만 지금은 부상의 위험성이 커 운동장에서는 레크레이션 등으로 훈련을 대신한다”며 “실전연습이 필요하면 차로 이동해 인근 대학교에 인조 잔디구장을 빌린다”며 열악한 환경을 설명했다.



 운동을 시작한 선수들의 사연도 다양하다.









전국대회서 득점왕을 차지한 백이슬 선수. [조영회 기자]



 주장 홍미라(3학년) 선수는 우연한 기회에 중학교 1학년 때부터 하키를 시작했다. 160cm 정도의 왜소한 몸이었지만 운동을 좋아해 무작정 뛰어들었다. 부모님의 큰 반대는 없었지만 걱정은 많이 했다고 한다. 더구나 홍 선수의 포지션은 골키퍼. 팀에서 유일하게 온몸을 사용할 수 있는 골키퍼가 매력적으로 보여 시작했단다.



 하지만 다른 포지션과 달리 10kg 가량의 무거운 장비를 온몸에 두르고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하기에 부담감이 컸다. 게임을 나가면 잦은 실수도 연발했다. 그런 그가 주장 완장을 차고 출전한 춘계전국대회에서는 한 경기당 평균 0.3골로 참가팀 골키퍼 중 최소실점을 기록했다. “주장으로써 동생들에게 든든하게 뒤를 지켜주고 싶었어요. 아이들은 교체없이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뛰는데 제가 골을 허용하면 더 힘들어지니까요.”



 MVP에 뽑힌 백이슬(2학년) 선수는 이번 대회에서 모두 9골을 넣었다. 팀이 기록한 12골 중 80% 이상을 책임진 것이다.



 백 선수는 단지 남보다 신체조건이 좋아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포기하고 싶은 적도 많았지만 그때마다 함께 고생한 팀원들을 생각했다. “보호장비를 착용했다 하더라도 시속 100km의 빠른 공을 수없이 맞아가며 뒷문을 지켜준 언니에게 골로 보답하고 싶었어요. 물론 다른 언니들에게도 도움을 많이 받았구요. 생애 최고의 순간을 동료들과 보낸 것 같아 너무 기뻐요”



 하키는 11명씩으로 구성된 두 팀이 전·후반 각 30분씩 경기를 치른다. 예비 엔트리까지 총 18명의 선수를 등록시킬 수 있으며, 교체는 무제한이다. 하지만 온양한올고의 선수는 모두 13명. 그 중 2명은 경력이 고작 2년에 불과한 신입생이었다.



‘오빠 리더쉽’ 돌풍을 이끌다



열악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올해 전국대회에서 온양한올고가 최고가 될 수 있었던 중심에는 이 코치가 있었다. 코치 경력 11년 차인 그는 올 1월부터 온양한올고 여자하키부의 코치를 맡았다. 10년간 남자아이들만 가르쳐온 이 코치에게 여자 선수들은 다가가기 어려운 존재였다.



 혹시나 모를 오해 그리고 강요와 압박에 예민한 여학생들이었기에 모든 면에서 조심스러웠다.



 몇 주간 고심을 거듭한 끝에 그가 내린 결론은 ‘오빠 같은 코치가 되자’ 였다. 모든 문제에 있어 따뜻한 대화를 건네면 마음을 열고 다가올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실전에 나가서도 강요와 압박 대신 격려와 배려로 힘을 실어줬다. 8일 전국대회 4강전이 열렸던 하키장 라커룸에서는 13명의 소녀들 모두 긴장감과 득점에 대한 부담으로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이 코치는 “너희들이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 만족한다. 중요한 건 승리가 아니다. 너희들의 열정을 확인했으니 그것으로 됐다”라며 함께 눈물을 글썽였다.



이 코치의 격려에 오히려 힘을 얻은 아이들은 연장전과 승부치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제천여상을 5-4로 누르고 결승에 올랐고 결승에서도 홈팀 김해여고를 꺾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김해여고의 경우 역대전적에서 3전 전패라는 기록이 있었지만 “한번 해보자. 기록은 기록일 뿐”이라는 이 코치의 말에 수 천명의 응원을 등에 업고 경기에 나선 김해여고를 2-1로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온양 한올고 여자 하키부를 맡은 지 불과 4개월여 만에 이른바 ‘오빠 리더십’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이 코치는 “선수들에게 일대일로 다가가 소통하며 자율 속에 규율을 느끼게끔 유도했다. 단체회의에서도 늘 팀융화를 강조했다”고 말했다.



 대회에서 기억에 남는 선수에 대한 질문에도 “꼽을 수 없다. 모두 잘해줬다. 생각지도 못했던 어린 선수들도 제 역할을 해줘 내 기대치를 훨씬 뛰어 넘었다”며 모든 선수를 칭찬했다.



아산시의 지속적인 관심 필요



아산에 있는 여자 하키팀은 한올중·고와 아산여중·고를 포함해 순천향대, 아산시청 등 모두 6곳이나 된다. 하지만 국제 규격을 갖춘 정식 하키장은 단 한군데도 없다. 이 코치는 “아산 여자 하키는 분명 전국최고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러한 결과가 앞으로 더 큰 결실로 맺어지기 위해서는 더 많은 관심과 성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키부 송해봉 감독은 “한올고 하키부의 선전에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진 건 사실이다. 그러나 비교적 안정된 저변을 가지고 있는 수도권과 비교하면 여전히 아쉬운 점이 많다”라고 말했다.



한편, 온양한올고 하키부는 지난 1980년 처음 창단해 국가대표선수를 15명 배출하고 각종 전국대회에서 10여 차례나 우승한 전통의 강호였다. 하지만 그 동안 지원자가 10년간 5배 이상 줄었고 유능한 인재가 연고를 옮기는 경우도 빈번해 최근 몇 년간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글=조영민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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