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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일의 古今通義 고금통의] 독부









『대명률(大明律)』에서 규정한 가장 큰 죄가 십악(十惡)이었다. 그중 첫 번째가 모반(謀反)으로서 종묘사직을 위태롭게 하는 죄였다. 왕조 교체를 꾀하는 것이 십악 중에서 가장 큰 죄로서 온몸을 찢어 죽이는 능지처사했다.



 그럼에도 왕조 교체는 계속되었다. 왕조 교체의 논리 또한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일부론(一夫論)이다. 『맹자』 『양혜왕(梁惠王)』조는 제선왕(齊宣王)이 “탕(湯)이 걸(桀) 임금을 쫓아내고, 무(武)가 주(紂) 임금을 정벌했는데,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라고 물었다고 전한다. 맹자가 그런 사료가 있다고 대답하자 선왕은 “신하로서 그 임금을 시해(弑害)하는 것이 옳습니까?”라고 따져 물었다.



 당연히 ‘신하가 임금을 죽였으니 잘못’이라고 대답할 줄 알았지만 맹자의 대답은 달랐다. 맹자는 “인을 해치는 자를 적(賊)이라 하고, 의를 해치는 자를 잔(殘)이라고 하는데, 잔적(殘賊)은 일부(一夫 : 한 사내)에 불과합니다. 일부인 주(紂)를 죽였다는 말은 들었어도 임금을 시해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인의(仁義)를 해치는 자는 임금이 아니라 잔인한 도적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모시주(毛詩注)』 『상송(商頌)』은 “무왕이 주를 정벌한 것을 혁명(革命)이라고 이른다”라고 역성혁명(易姓革命)의 정당성을 천명했다. 일부(一夫)를 독부(獨夫)라고도 한다. 『모시주』



『대아(大雅) 문왕(文王)』조는 “주(紂)를 독부라고 하는데, 다시 천자로 복위하지 못했다”고 전한다. 『상서(<5C1A>書 : 서경)』 『태서(泰誓)』에는 “나를 어루만져주면 임금이지만, 나를 학대하면 원수다”라는 말까지 나온다. 정치를 잘못하면 임금이 아니라 원수라는 내용이 경전에 버젓이 등장하니 임금으로서는 뜨끔하지 않을 수 없다.



 태종은 재위 5년(1405) 8월 세자(양녕)에게 “걸주(桀紂)를 왜 독부라고 부르는지 아느냐?”라고 물었다. 세자가 “인심을 잃었기 때문입니다”라고 대답하자 “걸주는 천하의 주인이었지만 인심을 잃자 하루아침에 독부가 되고 말았다. 하물며 너와 내가 인심을 잃으면 하루도 이 자리에 있지 못하게 될 것이다”라고 깨우쳐주었다. 부모로부터 왕위를 물려받은 왕조국가에서도 임금이 인심을 잃으면 독부가 되고 원수가 되었다. 선거로 뽑힌 역대 대통령들이 임기 후반으로 가면 거의 예외 없이 독부(獨夫)로 전락한다. 선거 때만 지나면 민심 무서운 줄 모르기 때문이다.



이덕일 역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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