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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칼럼] 마지막 비핵화 협상이라는 각오로







김영희
국제문제 대기자




지미 카터가 평양에서 무슨 말을 들었는가에 상관없이 6자회담은 마침내 재개의 궤도를 타고 있다. 6자회담 재개에는 6자회담 그것 못지않게 중요한 남북회담과 북·미회담이라는 전단계가 있다. 북한 비핵화를 주요 의제로 하는 남북대화를 먼저 하고 북·미대화를 거쳐 6자회담으로 간다는 구상은 한국 정부가 지난해 6월 미국과 러시아의 전폭적인 동의와, 쉽지 않겠지만 잘 해보라는 중국의 미지근한 지지를 얻어 확정한 야심작이다. 이 구상이 빛을 보지 못한다면 이명박 정부에서는 비핵화 협상의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핵 문제는 북·미 간의 문제이지 남북 간의 문제가 아니라는 지금까지의 북한의 고집을 고려하면 남북한 비핵화 회담은 열린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거기에는 한국의 양보도 전제가 된다. 천안함에 대한 북한의 사과 없이는 어떤 회담도 없다던 한국 정부는 천안함·연평도 문제는 남북회담에서 북한이 취할 조치의 내용과 적정 수준을 논의하자는 데로 입장을 완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대화의 어느 단계에서 정상회담도 모색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 안에서도 강온 의견 대립이 여전해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이 최종 정리된 것은 아니지만 북한이 비핵화 회담에 응한다면 ‘사과 먼저’를 고집하는 것이 현실적이 아니라는 의견이 사과를 받아내는 데 올인하자는 강경론보다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북한의 사과 문제에 관한 내부 논쟁에 시간과 정력을 쏟기에는 남북한 핵회담이 너무 중요하고 복잡하다. 국론을 기울인 지혜를 모을 때다. 보수와 진보는 이념적인 굴레에서 벗어나 무엇이 진정으로 북한 비핵화와 남북 평화공존의 길인가를 냉정하게, 실증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남북 비핵화회담은 2005년 9·19 공동성명과 2007년 2·13 합의의 문제점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해야 한다. 9·19 공동성명은 6자회담의 목표를 북한 비핵화가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로 못 박았다. 그런 표현은 북한에 의해 악용될 소지를 남겼다. 아니나 다를까. 북한은 기회 있을 때마다 북한 비핵화가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협상을 고집해 오다 2006년에는 핵실험으로 9·19 공동성명을 사실상 휴지조각으로 만들어버렸다. 북한은 핵의 평화적 이용권을 보장한 공동성명의 조항도 합의를 위반하고 핵개발 프로그램을 계속하는 데 악용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9·19 공동성명의 최대 수혜자는 북한, 최대 피해자는 남한이 된 꼴이다.



 2·13 합의도 실무그룹 설치에 관한 조항은 북한의 입맛에 맞게 되어 있다. 한반도 비핵화 실무그룹은 북한이 북한 비핵화 협상의 성격을 한반도 핵군축 협상으로 바꿀 문호를 열어놓았고 북·미, 북·일 관계 정상화와 경제·에너지 협력 그룹은 오로지 북한에 제공될 반대급부를 논의하기 위한 회의체가 될 수 있고, 동북아 평화·안보체제 그룹은 북한이 체제 안전을 위해 갈망하는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논의의 장으로 준비된 것이다.



 문제는 북한이 이렇게 유리한 합의에도 불구하고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공공연히 핵·미사일 실험을 자행하고 남한에 대해서는 잇따른 군사도발을 서슴지 않았다는 점이다. 남북한, 북·미 비핵화회담과 재개될 6자회담에 대한 북한의 요구 수준은 그만큼 높을 것이다.



 정부는 북한이 재개될 6자회담에서는 비핵화 논의에서 평화협정 논의로 의제의 전환을 시도할 것으로 본다. 남한이 경계할 협상전략이다. 재개되는 6자회담이 비핵화와 평화협정과 북·미, 북·일관계 정상화와 대북 경제지원 같은 큰 이슈에 대한 대타협 대신 주(主) 평화협정, 종(從) 비핵화로 흐르면 한반도 비핵화라는 고상한 이름을 단 북한 비핵화는 요원할 것이다.



 남북한, 북·미 비핵화회담과 6자회담 재개가 북한의 핵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가운데 이루어질 수는 없다. 최소한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이 필요하다. 우라늄 농축 문제도 국제사회가 유엔 안보리 결의의 형식으로 북한의 합의 위반을 지적하고 넘어가야 한다. 정부 소식통이 말한 대로 농축 우라늄에 관한 안보리 결의의 핵심은 중국을 국제사회의 북한 비난에 동의시키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남북한, 북·미 회담을 거쳐 6자회담을 다시 열어 본격적인 비핵화 협상을 시작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오바마가 아니라도 ‘할 수 있다(Can do)’ 정신이 절실하다. 핵무기가 북한 생존전략의 핵심이라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은 금물이다. 그것은 북한의 핵무장을 수수방관하자는 무책임한 주장일 뿐이다.



김영희 국제문제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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