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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봤습니다] 박정현 기자의 서울 개봉중 국악 전문수업

연극과 영화·애니메이션·국악 등의 전문가들이 학교 교단에 섰다. 서울 시내 300여 개 중학교에서 연극 배우, 시나리오 작가, 만화가 등 현직 예술인들이 참여하는 예술융합형 교과수업이 이달 초 시작됐다. 학교별로 방과후 동아리나 자율활동 형태로 운영하기도 하고, 교사와 함께 정규 수업에 참여하는 곳도 있다. 국악 전문가와 동아리 수업이 이뤄지고 있는 서울 개봉중학교(구로구)를 찾아가 봤다.

글=박정현 기자
사진=김진원 기자




㈔사물놀이 한울림 황영권 강사.


20일 오후3시30분 개봉중학교의 한 교실. 정규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하나둘 교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교실 한 켠에 놓여 있는 커다란 가방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장구다. 교실 바닥에 주저앉아 각자 장구 하나씩을 앞에 놨다. 이 학교 풍물반 학생은 모두 19명.

김지수(3년)군은 유일한 남학생이다. 지난해 음악시간에 일 주일 동안 장구를 배웠는데 그 매력에 빠져 동아리에 가입했다. 손으로 음의 강약을 조절할 수 있는 게 좋아서란다. 일 주일 경력의 김군을 제외하곤 다들 장구가 처음이다. 장구 잡는 법도, 채를 드는 자세도 아직 어설프다. “다정아, 장구 거꾸로 놨다.” ㈔사물놀이 한울림 소속 황영권 강사가 수업 전에 학생들의 자세를 하나하나 잡아줬다.

“푸~ 하고 숨을 내쉬면서 몸에 있는 힘을 빼봐. 이 힘으로 장구를 치는 거야.” “우리 전통 음악에서는 여음이 중요해. 채가 편에 닿는 시간이 짧아야 여음이 길어.” 장구 초보자들에게 황 강사는 힘 조절을 위한 호흡법부터 장구 놓는 위치, 새끼손가락으로 채를 지지하는 방법까지 일일이 지도했다.

‘덩따따궁따궁’ 휘모리장단을 배우기 앞서 황 강사가 간단히 시범을 보였다. 학생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황 강사는 “악기는 춤을 추는 것이다. 입으로 음을 따라하면 리듬을 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장구 잡는 방법도 모르던 학생들이 두 시간이 지나자 제법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학교·교사 부담 줄고 수업 질 달라

개봉초 풍물반 동아리 학생들은 매주 두 시간, 한 달에 한 번 토요일에 네 시간씩 이 수업을 받는다. 이날은 두 번째 시간이었다. 고석희(2년)양은 장구 소리가 좋아 풍물반에 들어왔다. “공부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쌓이는데 장구 소리가 경쾌해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다. 김서희(2년)양은 장구를 배워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 조다정(3년)양은 할머니 칠순잔치 때 장구 솜씨를 선보일 계획이다. 학생들의 공통 목표는 올 가을 열리는 풍물축제 공연이다. 풍물반을 맡은 이소라 교사는 “현재 풍물수업이 진행 중인 30개 학교 학생들이 모여 축제 형식의 발표회를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학생과 학교는 예술 전문가의 수업을 반기는 분위기다. 이 교사는 사물놀이반을 꾸리려던 차에 문·예·체 전문강사 지원학교 공모 소식을 듣고 지원했다. 그는 몇 년간 사물놀이를 배운 경험이 있지만 전문가들이 직접 학생을 가르치니 교육의 질이 다르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 학교 강현선 교장은 “교사가 학생을 가르치려면 따로 시간과 돈을 들여 배워야 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전문가들이 도와주니 학교로서도 부담이 줄었다”고 말했다. 남초원(3년)양은 “전문가에게 직접 배울 수 있는 기회여서 정말 좋다”고 반겼다.




서울시내 중학교 300여 곳에서 문·예·체 전문강사들의 수업이 시작됐다. 서울 개봉중 풍물반 학생들이 사물놀이 수업을 받고 있다.



서울 287개 중학교서 전문가들이 교육

서울 동대문중학교는 뮤지컬 수업을 한다. 수업 첫날 문화예술교육협회에서 발레·보컬·연기 강사가 참가해 오디션도 봤다. 학생들이 노래에 재능이 있는지, 연기에 재능이 있는지 보기 위해서다. 연말에 있을 서울학생동아리한마당에서 연극을 배우고 있는 학생들이 모여 공연을 할 계획이다. 장민옥(음악) 교사는 “중간고사 기간이라 한 주 휴강했더니 학생들이 다음 수업을 기다릴 정도로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방과후에 수업을 하니까 학습에 지장이 없고, 교사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줘 좋다”고 말했다.

여의도중학교는 음악 교과 과정에 전문강사가 수업을 한다. 한울림 이경필 팀장은 “음악 교과서는 국악과 양악으로 구성되는데 양악 전공 교사들의 취약한 부분을 국악 강사들이 가르친다”고 설명했다. 문·예·체 전문강사 수업을 진행 중인 287개 학교는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해도 학교 상황에 따라 진도가 다르다. 아직 첫 수업을 시작하지 못한 학교도 있다. 교육청에서 아직 지원금이 나오지 않아 장비 등을 구입할 수 없어서다. 지원금은 강사비는 물론 악기 구입비, 작품 발표비, 체험학습비 등에 사용된다. 장소가 마땅치 않아 이곳 저곳 교실을 옮겨다니며 수업하는 곳도 있다. 올해 처음 진행하다 보니 여러 가지 시행착오가 있지만 대체로 전문강사 수업에 대해 학생들과 학교의 기대가 컸다.

문·예·체 전문강사 지원프로그램 = 서울교육청은 올해 문화·예술·체육 교육 활성화를 위해 전문강사와 프로그램을 중학교에 지원하고 있다. 이 분야의 전문단체 소속 전문가들이 학교에서 교사와 함께 통합교과를 운영하고, 계발활동과 창의적 체험활동, 방과후 동아리활동을 지도한다. 현재 연극 30개교, 만화·애니메이션 32개교, 영화 17개교, 국악 30개교, 자율영역 28개교, 체육활동 150개교 등 모두 287개교가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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