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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에게 밉보인 이옥, 그를 지켜준 친구 김려




저자 설흔

“술병을 들어 찰찰 따르면 마음이 술병에 있고, 잔을 잡고서 넘칠까 조심하면 마음이 잔에 있고,(…) 바로 이것이 술을 마심으로써 근심을 잊는 방도요, 내가 술을 많이 마시는 까닭이다.”

 조선의 문장가 이옥(1750~1815)이 남긴 글이다. 유려한 문장에선 천재성이 번득이지만 그 글 때문에 조선시대 최고의 학자 군주였던 정조에게 낙인 찍힌다. 정조는 18세기 유행하기 시작한 박지원의 『열하일기』류의 새로운 문체를 잡문체라 규정하고 정통적인 고문을 문장의 모범으로 삼도록 하는 문체반정(文體反正)을 단행한다.

 문체반정의 배경에 대한 평가는 학자마다 엇갈린다. 그러나 성균관 유생으로 권력의 변방에 있었던 이옥이 문체반정의 희생양이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정조는 이옥의 문장을 문제 삼아 장원 급제한 그의 등수를 꼴찌로 돌리고 군역을 치르게 하는 등의 벌을 내렸다. 그러나 이옥은 끝내 자신의 문체를 버리지 않았다. 왕명을 거스른 이옥의 글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친구 김려(1766~1822)가 벗들의 글을 엮은 문집 『담정총서』를 냈기 때문이다. 김려 역시 문제적 문장 때문에 고초를 당했다. 필화사건으로 고생했음에도 김려는 유배지에서 고통 받는 백성들에 대한 애정을 문장에 담았다.

 “처녀는 묶인 채 겁에 질려 말 못하고/부모들은 발 구르며 하늘을 원망한다/들리는 말 그 녀석은 고을 아전 자식이라/관가와 결탁하고 새 혼사를 이뤘단다”

 이 두 문장가의 이야기가 책으로 태어났다. 제1회 창비청소년도서상 교양부문 대상을 받은 『멋지기 때문에 놀러왔지』다. 청소년 도서로 분류됐지만 성인이 읽어도 아깝지 않은 글이다. 저자 설흔(33)씨는 “친구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 시기가 청소년기다. 우정이나 글쓰기라는 가치가 청소년에게 맞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소설이란 형식은 두 문장가의 글과 우정을 잘 전하기 위한 그릇일 뿐”이라며 “독자들이 책을 읽고 흥미를 느껴 김려와 이옥의 원작을 찾아 읽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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