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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났다던 김태영, 3D다큐 들고 온다




중증 장애를 극복하고 티베트 고산지대 촬영에 도전한 김태영 감독. “국내 3D 극영화의 제작이 줄줄이 엎어졌지만 이번에 3D 제작의 전범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조문규 기자]

그는 2003년 쓰러졌다. 안성기 주연의 뮤지컬영화 ‘미스터 레이디’가 엎어지면서다. 뇌졸중이었다. 말을 못했고 몸 오른쪽을 못썼다. ‘세계영화기행’‘베트남전쟁 그후 17년’ 등으로 1990년대~2000년대 초 국내 다큐의 지평을 넓혔던 김태영(53· 인디컴미디어 총괄 프로듀서) 감독 얘기다. 장동건·나카무라 토오루 주연의 ‘로스트 메모리즈’(2001) 등 극영화 제작에 도전한 이후였다. “김태영은 끝났다”는 말이 돌았다.

 그가 돌아왔다. 중증 장애인의 몸으로 티베트 고산지대에서 다큐를 찍고 있다. 올 연말 개봉 예정인 3D 다큐 ‘샹그리라에서 온 편지-홍의 천사’다. 제임스 힐튼의 소설 속 이상향으로 잘 알려진 샹그리라는 중국 윈난성(雲南省) 북서부 디칭 티베트 자치주에 있는 해발 4000~6500m의 고산지대다.

 주인공은 17년째 우편배달을 하는 소수민족 장족(藏族) 여성 니마 라무(36)다. 2009년 중국 CCTV가 선정한 ‘전국 모범 노동자 56인’의 한 사람이다. 20㎏의 배낭을 짊어지고 일주일에 평균 5.5일 117㎞를 걷는다. 야영을 하고, 길이 끊긴 강을 만나면 외줄을 타고 건넌다. 영화는 인디컴미디어·피알미디어가 공동제작하며, 중국의 레이프로덕션이 합작했다. 세계적 기타리스트 잭 리, 일본의 노리히토 스미토모가 작곡을 맡았다. 한·중·일 공동프로젝트다.

 “쓰러진 이후 한동안 작품을 할 수 없었지요. 다시 활동을 시작했지만 기획자로 책상머리 신세였고요.”

 그가 기획한 ‘아시아영화기행’(2006)이 한국 다큐 최초로 디스커버리 채널을 타고 세계에 방영됐지만, 현장에 대한 열망을 지울 수는 없었다. 2009년 거동이 조금 자유로워지고 어눌하나마 말을 할 수 있게 되면서 다시 카메라를 잡게 됐다. 아직은 혼자선 무리라 공동연출이다.

 “이번 작품은 극장용 다큐에 3D라 만만치 않은 작업이죠. 후배들에게 맡겨둘 수 없어서 직접 가겠다고 하자 다들 말렸어요. 주치의에게는 고산지대에 절대 올라가지 않는다고 거짓말했죠.”

 현지 촬영은 올 2월 이뤄졌다. 디칭공항에 내려 촬영지까지 차로 꼬박 하루가 걸리는 여정이었다. 다른 사람에게 폐가 되지 않으려고 컨디션 관리에 신경을 섰지만 귀국 직후 고산감기 증세로 한 달간 꼬박 앓기도 했다.

 “니마 라무는 중국에서도 기피직종인 우편배달에 소명의식을 가진, 순수하고 성실한 여성입니다. 자기 돈을 써가면서까지 우편배달을 해요. 오지 사람들에게 행복한 소식을 전하는 전도사라고 믿는 거죠. 이처럼 남 보기엔 하찮아도 자기 직업에 소명의식을 갖고 열심히 하는 것, 그게 행복 아닐까요? 제가 다큐멘터리에 매달리는 것도 비슷한 일이지요.”

 이번 작품에는 장상일·김경철(촬영) 등 다큐계와 충무로의 쟁쟁한 스태프가 민망한 수준의 개런티로 참여했다. 첩첩산중 고산지대가 3D 공간감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김 감독의 ‘인간극장’에 동참하고 후원한다는 뜻도 크다.

 “사고 이후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줄어들었어요. 회사도 많이 정리했고요. 하지만 거꾸로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제가 하고 싶은 일만 하게 됐으니 행복한 거죠.”

 그는 6월 또 다시 현지로 날아간다. ‘홍의 천사’는 내년 중국 개봉, CCTV 상영이 확정됐다.

글=양성희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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