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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만의 ‘인플레이션 시위’로 상하이항 마비…비상 걸린 베이징

중국 상하이항이 사실상 마비됐다. 20일 이후 이어지고 있는 트럭 운전자들의 파업 때문이다. 그들은 급여인상을 요구하지 않는다. 일하는 시간을 줄여 달라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치솟은 기름값과 비싼 항구 이용료가 파업의 발단이다. 전형적인 ‘인플레이션 시위’다. 중국은 이런 인플레이션 시위를 경험했다. 22년 전인 1989년 4월의 천안문 사태다. 이 사태의 1차 원인은 식료품값 급등이었다.


수도 베이징에 비상이 걸렸다. 경제정책 책임자들이 공산당 청사에 모여들었다. ‘중앙재경영도소조(中央財經領導小組)’ 회의가 소집돼서다.

 소조는 중국 경제정책을 사실상 결정한다. 조원은 13명이다. 조장은 원자바오(温家宝·온가보) 총리다. 부조장은 리커창(李克强·이극강) 부총리다. 저우샤오촨(周小川·주소천) 인민은행장(PBOC) 등 재정과 금융통화, 조세정책 담당자들이 모두 조원이다.

 재경영도소조의 안건과 발언은 비공개가 원칙이다. 하늘 아래 영원한 비밀이 없다고 했다. 비밀스러운 영도소조 회의 내용도 곧잘 외부에 전해지곤 했다. 22일 독일 슈피겔지 인터넷판은 “원자바오 총리가 (영도소조 회의에서) “물가 안정을 위해 환율 유연성을 높이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는 식으로 발언했다고 보도했다. 위안화 가치의 하루 변동폭을 확대한다는 의미다. 물가잡기 전선에선 최후의 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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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정부는 지난해 3월 물가 사냥에 뛰어들었다. 먼저 지급준비율을 끌어올렸다. 거의 동시에 창구지도에도 나섰다. 인민은행 간부들이 직접 시중은행에 전화를 걸어 대출 여부를 지시했다. 센 처방이었지만 효과는 거의 없었다. 대출은 늘 정부의 통제치를 넘어섰다. 풀려난 돈은 물가를 자극했다.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베이징 억제 목표치인 3%를 훌쩍 뛰어넘었다. 결국 중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이달 초까지 모두 네 번이나 올렸다.

 하지만 올 3월 물가는 5.4%나 올랐다. 불길한 진단마저 나왔다. 중국 출신 전문가 치곤 과감하게 발언하는 타오둥(陶冬) 크레디트스위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임금과 서비스 요금이 오르기 시작한 것으로 봐서 물가상승이 구조화하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마지막 남은 위안화 변동폭 확대 카드를 꺼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 정부가 위안화 변동폭 확대 카드를 꺼내 들 기미를 보이자 시장은 눈치 빠르게 먼저 고개를 숙였다. 상하이 주가는 26일까지 사흘 연속(거래일 기준) 내렸다. 중국이 물가를 잡기 위해 위안화 변동폭을 확대하면 수출이 줄고 성장률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현재 달러와 견준 위안화 가치는 하루 기준치를 중심으로 0.5% 안에서만 오르내릴 수 있다. 미국·유럽 쪽은 “그나마 그 폭 안에서 변동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이다. 중국 정부가 외환시장을 틀어쥐고 하루 위안화 가치 상승을 0.1% 이내에서 억제하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환율 변동폭 확대는 사실상 위안화의 가치 상승이다. 2005년 고정환율제 폐지 이후 가장 큰 사건일 수 있다. 중국 수출 기업들에는 충격적이다.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 등이 “변동폭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고위층 자제들(태자당)로 미국 등에서 공부해 덜 민족주의적이다. 국제주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위안화 가치를 낮춰 교역 상대국의 등을 치는 정책은 낮은 수라고 여긴다. 반면 리커창 부총리 진영은 위안화 변동폭 확대에 반대한다. 그들은 ‘수출 확대→성장 가속→중산층 증가→조화로운 사회 건설’을 주장한다. 이들은 후진타오(胡錦濤·호금도) 국가주석과 마찬가지로 공산청련단 출신이다. 사회주의 원리에 좀 더 가깝다.

 두 진영은 UC샌디에이고대 베리 노턴(경제학) 교수가 말한 ‘중국 경제정책 엘리트들의 양대 세력’이다. 두 세력이 중앙재경영도소조 회의에서 어떻게 타협하는가에 따라 세계 2위 경제대국의 정책이 결정된다. “지금 이들은 원자바오 총리가 내놓은 위안화 변동폭 확대를 놓고 갑론을박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상하이 증시가 긴장하며 지켜보는 ‘고강도 긴축 처방’을 낳기 위한 산통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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