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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드피디아 4] 취미가 전문가 뺨치는 수준…하비홀릭(Hobby holic)

 다음 질문에 답해보자. ①하던 일은 뒷전이고 주말에 만날 동호회 사람들이 월요일부터 기다려진다 ②취미생활에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긴다고 핀잔을 들은 적이 있다 ③틈틈이 모은 저축통장을 취미생활비로 깬 적이 있다. 세 가지 모두에 고개를 끄덕였다면 당신은 하비홀릭(Hobby holic)족이다. 취미를 뜻하는 ‘hobby’와 광적으로 빠져있다는 의미의 ‘holic’. 특정한 취미나 관심사에 열정을 다 바치는 이들이다.





사진출처 : 중앙일보 DB

#스포츠용품 업체에 다니는 방창석(32)씨는 사내에서 클라이밍팀 기획ㆍ감독을 맡고 있다. 동호회 ‘익스트림 Team764’ 클럽의 팀장이기도 하다. 산악자전거ㆍ스카이다이빙ㆍ페러글라이딩ㆍ철인 3종 경기ㆍ울트라마라톤 등 극한의 종목을 즐기는 클럽이다. 전문 스포츠선수와 직장인들로 구성돼 있다. 2000년 박씨는 220만원짜리 MTB를 사면서 익스트림 스포츠에 눈을 떴다. 첫 도전의 짜릿함을 잊을 수 없어 매번 새 종목에 도전한다. 지금의 직장도 취미가 발전하면서 얻게 됐다. 올해 하반기에는 두 달 예정의 실크로드 횡단을 계획하고 있다. 일부는 저축한 돈으로, 일부는 스폰서를 구해 1억 원의 경비를 마련하려고 한다. 그는 “일부 회원은 회사가 휴직계를 받아주지 않으면 퇴사를 고려할 것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박정운(가명·36)씨는 결혼 1년 차 때 파경을 맞을 뻔했다. 자신의 ‘애마’ 인 6년된 스포츠카 때문이다. 결혼 전 ‘차 튜닝’에 흠뻑 빠져있었던 그는 인치업(휠의 지름을 원래의 것보다 큰 사이즈로 교체)과 브레이크 튜닝(속도를 줄일때 급격히 멈추게 하는 과정), 배기 시스템 튜닝(액셀을 밟을 때 배기음을 더 강하게 내는 장비)을 했다. 철마다 드레스업(차의 외관이나 내장을 꾸미는 작업)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오디오나 내비게이션은 늘 최고급 사양으로 갈아끼웠다. 박씨가 차에 들인 금액은 차 값보다 많았다. 2009년 겨울에 결혼한 박씨는 무광 도색을 하려 180만 원을 쓰려다 아내로부터 핀잔을 들었다. 아내는 “차에 그만 좀 투자하라”며 “전셋집 살면서 차에만 신경 쓰면 언제 내 집을 갖느냐”고 화를 냈다. 이때부터 차를 둘러싼 두 사람의 갈등은 깊어만 갔다. 결국 올해 초 이혼위기에까지 몰렸다. 다행히 양가 부모의 중재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박씨는 차를 팔았다.

취미는 또 하나의 인생이자 삶의 동력이다. 물론 잘 쓸 경우다. 인생의 진로를 바꾼 방씨 사례가 그렇다. 하지만 잘못 쓰면 박씨처럼 된다. 가정은 파탄에 몰리고, 회사도 뒷전이 된다. 자칫하면 인생 낙오자가 되기 십상인 셈이다.

◇취미 하나는 있어야 대접받는 세상=LG경제연구소는 ‘2010년 주목할 7가지 소비 트렌드’ 중 하나로 ‘하비홀릭’을 선정했다. 주 5일 근무제와 개인별 소득 증가, 인터넷 커뮤니티 확산은 하비홀릭을 양산하는 촉매제가 됐다. 일상을 벗어나 한가지쯤 취미생활을 해야 ‘인간답게 산다’고 보는 사회 분위기도 한 몫 하고 있다. LG경제연구소 박정현 책임연구원은 “이 트렌드는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며 “1인 가구가 늘면서 취미에 몰입하는 계층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각종 동호회가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주로 카페 운영진이 하비홀릭일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단지 즐기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전문가에 비견되는 입지에 오르려 한다. 네이버 ‘캠핑퍼스트’ 동호회의 경우 13만5000여 명의 회원이 활동 중인데 이들 중 일부 하비홀릭은 캠핑 초보자를 위한 책을 내기도 했다. 취미가 ‘밥 먹여주는’ 경우도 있다. 탤런트 이세창에게 카레이싱은 취미였다. 그러다 카레이서 전문자격증을 땄고 각종 대회에 출전, 상금도 여러차례 받았다. 심지어 한 대학의 자동차 기계계열 겸임교수로 일하기도 했다.

◇지름신 강림을 노리는 마케팅=취미에 과도하게 몰입하면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정신적ㆍ금전적인 피해를 끼칠 수 있다. 가정 파탄의 원인이 될 수 있고 회사 생활에 종지부를 찍을 수도 있다. 날씨가 좋아져 주말 내내 산에 오른 회사원 정승우(39)씨는 “하루는 좀 쉬어야 하는데 이틀 모두 갔더니 월요일에 졸음 때문에 고생했다”고 고백했다. 또 “아이랑 놀아주지 않았다고 출근길에 아내에게 싫은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찾아서 했든 끌려서 했든 취미에 한번 빠지면 지출은 늘 수밖에 없다.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꼭 사겠다’며 집착하기 때문이다. 등산에 취미를 갖겠다고 하고선 당장 매장으로 달려가 등산장비와 등산복을 쭉 빼입은 이들도 적지 않다. 하비홀릭의 구매 심리를 이용하는 광고 마케팅은 날로 새로워지고 있다. 드러내놓고 물건을 사라고 하지 않는다. 취미를 취미 이상인 양 홍보한다. 등산홀릭 이영호(43)씨는 “‘산을 정복하는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는 문구가 야성을 자극해 옷을 사게 된다”고 말했다.

◇4말5초의 반란=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고 웬만큼 자식도 키워놓은 40대 후반~50대 초반이 ‘액티브 시니어’로 등장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공연계에선 중년 여성 관객이, MTBㆍ모터사이클 업계에선 중년 남성 고객이 새로운 고객 대열에 진입했다. 이들이 학원비ㆍ관리비ㆍ보험료 등 만만찮은 생활비를 뒷전으로 하고 하비홀릭이 된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아이 양육에만 전념하다 인생의 이모작 기로에 설 때쯤 자신을 되돌아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부는 어렸을 때 이루지 못한 꿈을 위해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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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