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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하면서 리듬 있는 곡선 … 고려청자 닮았다




초승달 모양의 페어웨이, 커다란 레이크, 인공폭포가 장관을 이루는 4번 홀 전경.



경기도 이천의 블랙스톤 골프장을 도자기에 비유하자면 ‘고려 청자’라 할 만하다. 고려 청자의 은은한 곡선이 코스 안에 그대로 녹아 있다. 무엇보다도 굴곡이 심한 페어웨이가 그렇다.

 북코스 1번 홀에 서면 유려한 곡선의 내리막 지형이 눈에 들어온다. 내리막을 지났다 싶으면 다음 홀은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우리네 인생살이가 그렇듯이 오르막을 지나면 이번에 다시 내리막이 나타난다. 그 곡선이 그렇게 인위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부드럽고 리드미컬하다. 그 곡선에 리듬을 맞추면 스코어가 좋아진다. 반대로 그 리듬을 맞추지 못하면 좋은 스코어를 기대하기 어렵다.

 페어웨이에만 곡선이 존재하는 게 아니다. 퍼팅 그린에도 고려 청자의 은은한 곡선이 그대로 살아 있다. 굴곡이 심한 그린은 고려 청자의 옆모습 같기도 하고, 어머니의 젖가슴 같기도 하다. 퍼팅을 할 때도 마찬가지로 그 곡선의 리듬에 따라 오르막 또는 내리막 퍼팅을 해야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 곡선을 제대로 읽지 못하면 그린 바깥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그린은 무척 빠르고 매끄럽다. 해마다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의 잔디를 연상시킨다. 3퍼트는 다반사고, 4퍼트도 종종 나온다.

 그래서 좋은 스코어를 내기가 쉽지 않다. 참을성이 없으면 라운드를 망칠 수도 있다. 전체적으로 페어웨이가 그리 좁은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티샷을 하기가 쉬운 것도 아니다. 홀마다 입을 벌리고 있는 적잖은 벙커가 부담스럽다. 북코스와 서코스엔 46개씩의 벙커가 자리 잡고 있다. 특히 그린 주변에 늘어선 벙커에 빠졌다간 탈출하기가 쉽지 않다. 벙커를 피하는 전략적이고 정교한 샷이 필요하다.

 4번 홀(파4·390m)이 시그니처 홀이다. 내리막을 향해 호쾌하게 드라이브샷을 하는 맛이 일품이다. 페어웨이를 걷다 보면 왼편에 자리 잡은 호수 주변에 인공폭포가 자리잡고 있다. 티잉 그라운드에서부터 그린을 향해 폭포가 흘러가는 느낌이다. 그래서 이 홀을 지날 때면 반드시 뒤를 돌아봐야 한다.

 오르막 경사가 심한 5번 홀(파5·490m)은 ‘매직 홀(magic hole)’로 불린다. 티잉 그라운드에 서면 분명히 8개의 벙커가 보이는데 그린에 올라서서 뒤돌아보면 그 많던 벙커가 온데간데없다. 경사지의 곡선에 가려 벙커가 시야에서 사라지기 때문이다.

 파3의 7번 홀(218m)은 아늑하고 고즈넉하다. 오른편엔 호수가, 왼편엔 푸른 오엽송이 줄지어서 있다. 잎이 5개라서 ‘오엽송’으로 불리는 이 가로수를 따라 걷다 보면 황제의 정원을 거니는 듯한 기분이 든다.

 후반 홀(서코스)에도 파노라마 같은 경관이 이어진다. 내리막 지형의 13번 홀 티잉 그라운드에 서면 속이 후련하다. 마지막 18번 홀 티잉 그라운드(파5·511m)는 블랙스톤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 오른쪽으로 휘어진 도그레그 홀인데 여기서도 방심은 금물이다. 티샷이 페어웨이에 떨어진다 해도 끝까지 경계심을 늦추면 안 된다. 올해 대회에선 마지막 18번 홀에서 승부가 갈릴 전망이다.




유럽 대저택을 연상시키는 클럽하우스.

 
블랙스톤 이천은 골퍼를 압박하지도, 압도하지도 않는다. 부드러운 곡선으로 골퍼를 품에 안는다. 동양적인 곡선이 두드러진 페어웨이 곳곳에 흰색 벙커와 푸른색 호수가 보기 좋게 버무려져 있다. 그렇지만 방심하면 고려청자의 유려한 곡선에 손이 베일 수도 있다. 전략적인 샷을 하지 않으면 트리플 보기 이상을 각오해야 한다. 웅장한 클럽 하우스도 볼거리다. 천장이 높은 클럽 하우스는 숲속에 자리 잡은 유럽의 대저택을 연상시킨다. 건물은 웅장하지만 실내 분위기는 갤러리를 연상시킨다. 실제로 미술 작품이 곳곳에 걸려 있다. 미술관을 겸하는 골프장인 셈이다.

 2011년 4월, 이 아름다운 골프장에서 세계 정상급 골퍼들의 샷 대결이 펼쳐진다. 28일 개막하는 유러피언 투어 발렌타인 챔피언십이다. 고려청자를 연상시키는 굴곡이 심한 블랙스톤 골프장에서 누가 좋은 스코어를 낼지 지켜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정제원 기자

벙커·워터해저드·절벽 … 승부처는 4번·7번·18번 홀




왼쪽부터 순서대로 4번 홀, 7번 홀, 18번 홀



◆4번 홀(파4·390m)

전장 390m짜리 내리막 파4 홀이다. 티잉 그라운드에 서면 초승달 모양의 페어웨이가 눈에 들어온다. 왼쪽으로는 커다란 레이크가 입을 벌리고 있다. 페어웨이를 걷다 보면 티잉 그라운드 밑에서부터 시작되는 인공폭포가 눈에 띈다. 그 광경의 아름다움에 정신이 팔리면 타수를 까먹을지도 모른다.

◆7번 홀(파3·218m)

가장 긴 파3 홀이다. 풍광은 아름답지만 스코어를 줄이기는 쉽지 않은 홀이다. 그린 주변의 벙커를 피하려다 자칫하면 오른쪽의 워터해저드에 공을 빠뜨릴 수도 있다. 위험을 피하려면 그린의 왼쪽을 노리는 것이 좋다. 200m가 넘는 긴 파3 홀에서 프로골퍼들은 어떤 클럽을 선택하는지를 지켜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

◆18번 홀(파5·511m)

마지막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오른쪽으로 굽어지는 도그레그 파5 홀이다. 페어웨이가 넓어보이지만 자칫 잘못하면 절벽 아래로 공이 떨어질지도 모른다. 티잉 그라운드에선 내리막 경사지만 페어웨이에서 그린까지는 오르막이 기다리고 있다. 이 홀에서 버디를 하느냐, 보기를 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끝까지 긴장을 늦춰선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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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