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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전쟁 100일 … 커피·설탕값 왜 9.9% 올랐나

“시장을 시장답게 만드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한 강연에서 한 말이다. 정부의 전방위 물가 누르기를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을 염두에 둔 것이다. 지난 1월 13일 정부가 종합대책을 내놓으며 시작한 ‘물가와의 전쟁’은 100일을 넘어가고 있다. 하지만 물가를 강제로 누르는 게 가능할까. 링컨의 어록에 빗대자면 “한 개 품목을 영원히 누를 수는 있고, 모든 품목을 잠시 누를 수는 있지만, 영원히 모든 품목을 통제하기는 불가능”하다. 정부도 그걸 안다. 기획재정부 이용재 물가과장은 “정부가 물가 충격을 완전히 없애겠다는 게 아니라 강펀치를 맞고 나가떨어지는 대신 잔펀치를 여러 대 맞으며 버티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누른 만큼 스프링의 반발력도 잔뜩 높아져 있다. 물가전쟁 100일이 남긴 빛과 그림자를 숫자로 풀어봤다.






정부 눈치에 두 자릿수 못 올려 … 금요일에 발표

9.9% 인상 
요즘 식품업체들이 앞다퉈 내놓고 있는 ‘신종 유행 상품’이다. 22일 동서식품은 커피 제품의 출고 가격을 최고 9.9% 올린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중순에는 삼양사·대한제당 등이 설탕 값을 9.9%씩 올렸다.

  9.9%의 인상은 일종의 고육책이다. 원자재 값 오름 폭만 보면 두 자릿수를 올려야겠지만, 정부의 서슬에 ‘두 자리에 가까운 한 자릿수’를 올리는 걸로 일단 한발 물러난 것이다. 설탕업계 한 관계자는 “실제로는 20%의 인상 요인이 있었지만 정부 시책에 협조하기 위해 인상 폭을 최소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의 눈치 보기는 가격 인상 발표 시기에서도 엿보인다. 동서식품(22일)을 비롯해 동아원(1일·밀가루), CJ제일제당(3월 11일·설탕) 모두 금요일에 인상 사실을 알렸다. 이를 두고 아무래도 시선이 집중되는 평일보다는 주말이 덜 부담스럽기 때문이란 해석이다. ‘리뉴얼’ ‘프리미엄’의 이름을 달고 가격을 올린 상품의 출시가 늘어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기업들의 원가 부담이 갈수록 커지면서 이런 눈치 보기도 언제까지 이어질지 미지수다.

공공료 억제 등 정부 압박도 물가 잡는 데 영향

0.4%포인트 하락 
정부의 ‘물가 잡기’가 올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미칠 효과를 한국은행이 추산한 것이다. 가장 큰 기여를 한 게 공공요금 동결, 등록금 인상 억제 등이다. 이를 감안해 최근 한은이 내놓은 올 물가상승률 예상치는 3.9%다. 정부의 압박 효과가 없었다면 4% 선을 훌쩍 넘겼을 것이란 얘기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의 올해 한국의 물가 예상치는 4.5%다. ‘3’과 ‘4’가 주는 심리적 충격의 강도를 감안할 때 정부엔 위안이 되는 평가다.

 하지만 0.4%포인트 속에는 물가정책과 관계없는 제도 변화의 영향도 가미돼 있다. 한은 신운 물가분석팀장은 “특성화고 납입금 정부 지원 등으로 소비자물가는 내렸지만 이는 부담 주체가 가계에서 정부로 바뀐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아랫돌 빼 윗돌 괸 셈이다. 공공요금도 마냥 동결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출구전략’을 어떻게 짜느냐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 “하반기로 돌려놓은 공공요금 인상만 생각하면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는 푸념이 나오는 이유다.

배추 1년 새 72% 하락 … 이제는 폭락할까 걱정

1772원 
21일 기준 봄 배추 한 포기 값이다. 한 해 전 이맘때 가격(6075원)보다 71.7% 떨어진 것은 물론 평년 가격의 절반 수준이다. 연초 물가 상승세를 주도하던 농산물 가격은 최근 급전직하하고 있다. 오히려 폭락에 따른 부작용을 걱정해야 할 정도가 됐다. 양파 1㎏은 1441원으로 한 해 전보다 38% 떨어졌고, 풋고추도 100g에 810원으로 역시 37.5% 하락했다. 날이 풀리면서 채소류 출하가 늘어난 데다 그간 수입량을 늘리고 재배 면적을 확대한 영향이다.

 어쨌든 농산물은 연초 정부의 예상한 흐름이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겨울이 지나면 석유 수요가 줄면서 유가도 다소 안정될 것이란 전망은 어긋났다.

정부의 원화가치 방어선 … “물가-성장 절충선”

1080원 
요즘 외환시장 관계자들이 언급하는 정부의 새로운 ‘환율 방어선’이다. 원화 가치는 3월 말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달러당 1100원 선을 뚫고 올라갔다.

물가 불안에 정부가 저지선을 열어주며 원화 강세를 용인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마냥 오를 것 같던 원화 가치는 달러당 1080원 선에서 막혀 있다. 이 근처에 오면 이른바 ‘속도 조절용 시장 개입’의 강도가 강해진다. 최근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공동으로 외환 검사에 나선다는 소식도 원화 강세에 제동을 걸었다.

 원화가 강세로 가면 수입 물가를 떨어뜨려 물가에는 이롭지만 수출가격을 올려 성장에는 해가 된다. 정부가 보는 물가와 성장의 ‘절충선’이 1080원 아니냐는 말이 흘러나온다.

조민근·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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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