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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분당을 유권자를 바보로 아는 후보들




정효식
정치부문 기자


#. 경기도 성남 분당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한나라당 강재섭 후보의 선거사무실로 23일 항의 전화가 걸려왔다.

 “강 후보의 여동생이라는 사람이 구미동 신원아파트의 노인정을 방문해 마룻바닥을 구두를 신은 채 마구 밟고 다녔다”는 내용이었다. 강 후보의 여동생은 구미동 노인정을 방문한 사실이 전혀 없었는데도 말이다.

 #. 민주당 손학규 캠프에도 22~23일 지지자들로부터 여러 건의 제보가 접수됐다. ‘여기는 손학규 후보 사무실인데, 노인들은 투표하지 마세요’라는 괴전화가 유권자들 집으로 걸려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낙연 민주당 사무총장은 “대체 어떤 ‘유령세력’이 이런 짓을 벌이는가”라고 개탄했다.

 4·27 재·보선 투표일을 이틀 앞두고 전·현직 여야 대표가 나선 분당을에서 ‘교묘한’ 유언비어가 판을 치고 있다. 두 후보를 겨냥한 유언비어는 투표율이 높은 노인층을 자극해 상대방의 지지를 떨어뜨리려 한다는 데 공통점이 있다. 특히 ‘노인들은 투표하지 마시라’는 괴전화 소동은 2004년 17대 총선 때 정동영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의 “60~70대 어르신은 투표하지 말고 집에서 쉬시라”는 노인 폄훼 발언을 연상시킬 수 있어 반발도 컸다. 두 후보 측은 괴전화를 건 ‘유령’이 누군지를 놓고 2차 공방까지 벌였다.

 민주당 차영 대변인이 “분당을에서 손 후보를 사칭한 비열한 5공(共)식 공작전화 선거운동이 자행된다”며 강 후보 측을 지목했다. 한나라당의 이두아 캠프 대변인은 “민주당이 트위터를 통해 강 후보의 공작이란 식으로 허위 사실을 퍼뜨리고 있다”며 진상을 밝혀달라고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이뿐이 아니다. 후보들을 직접 겨냥한 인신공격성 유언비어도 공공연하다.

 “강재섭 후보는 불교신자인데 선거 때만 새벽예배를 다닌다더라”(강 후보는 무교이며, 부인 및 자녀는 기독교 신자다)거나 “손학규 후보는 ‘빨갱이’라더라”가 대표적이다.

 유언비어가 판을 치는 선거일수록 낙선자는 결과를 인정하기 어렵다. 유언비어가 ‘불신과 불복의 정치’를 조장하는 셈이다. 김형준(정치학) 명지대 교수는 “결국엔 유권자까지 ‘바보’로 만들어 모두를 패자로 남기는 게 유언비어”라고 말한다.

 모처럼 여야의 거물급 후보가 격돌한 분당을에 출몰하는 이 ‘유령’의 정체를 경찰과 선거관리위원회는 밝혀내야 할 것이다.

정효식 정치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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