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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고] 청춘은 맨발이다 ② 김지미의 재혼과 이혼




1985년 임권택 감독의 영화 ‘길소뜸’에 출연한 신성일(오른쪽)과 김지미. 두 사람은 63년 ‘77번 미스 김’을 시작으로 40여 편의 영화에서 주인공으로 함께 나왔다. [중앙포토]

김지미와 나는 영화배우로서 다소 부담스러운 사이였다.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기에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1963년 영화 ‘77번 미스 김’을 시작으로 약 40여 편의 영화에서 호흡을 맞췄다. 또 나훈아 전 부인의 공군 투서사건으로 김지미와 나훈아의 관계를 훤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김지미를 이야기할 때 네 번째 남편 이종구 박사를 빼놓을 수 없다. 김지미의 전 남편은 널리 알려진 대로 홍성기 감독·최무룡·나훈아다. 이 박사는 세계적 심장내과 전문의로 내게는 친형 같은 존재였다. 이 박사 가족은 이북에서 대구로 피란을 왔으며, 동생 이봉구는 나와 경북고 동기였다. 유명한 비뇨기과 의사였던 이 박사의 부친은 6·25전쟁 때 유행했던 성병을 치료하며 큰돈을 벌었다. 경북고 2학년 때 집이 몰락하면서 학업을 이어갈 수 없는 상황에 몰린 내게 사실상 학비를 대주신 분도 이 박사의 아버지였다. 자존심이 강한 나는 돈이 될 만한 책을 들고 이 박사 부친을 찾아가 “학비 좀 주세요”라며 눈물을 흘리곤 했다. 그분께선 군말 없이 그 책들을 사주셨다.




1991년 결혼한 이종구(왼쪽)·김지미 커플.

 91년 무렵이었다. 이 박사가 내게 김지미와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왔다. 우리는 매주 인사동 화랑에 가서 함께 그림을 볼 정도로 자주 만났다. 인사동 선화랑 김창실 대표도 우리 멤버였다. 이 박사는 89년 캐나다에서 30년 만에 귀국해 한국 물정에 어두웠다.

 이 박사의 첫 번째 결혼은 실패였다. 병원에서 만난 독일계 미국 여자와 결혼해 아이를 둘 낳았는데 알고 보니 그 여자는 알코올 중독자였다. 이혼 수속을 밟고 서울 아산병원 심장센터 소장으로 취임했는데 김지미 어머니의 심장 치료를 맡았다가 김지미와 인연을 맺게 됐다. 혁신적인 심장 수술법을 도입한 이 박사의 인기는 대단했다.

 나는 김지미와의 만남을 강력하게 반대했다. 한동안 이 박사가 보이지 않던 어느 날 이 박사 부친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가 없는 내겐 아버지나 다름없는 분이었다.

 “신영(신성일 본명은 강신영(姜信永))아, 이 박사가 김지미 만난다고 하더라. 어떻게 생각해? 난 반대인데….”

 “저도 반대입니다.”

 “그럼, 네가 이 박사 만나서 설득해라.”

 우리는 삼성동 인터컨티넨탈호텔 36층의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만났다. 이 박사가 대뜸 말했다.

 “나, 김지미와 만나느라 바빴다. 우리 결혼할 거야.”

 당시 리즈 테일러가 몇 번째 결혼을 했다고 떠들썩할 때였다.

 “형님, 네 번째 남편이 자랑스러운 건 아니지 않습니까?”

 “지미는 참 바쁘게 사는 여자야. 참 대단해.”

 이 박사는 요지부동이었다. 헤어진 후 이 박사 아버지는 어떻게 됐느냐며 전화로 물어왔다. 난 반대했다고 말씀 드렸다.

 “이 박사가 그러는데, 네가 찬성했다고 하더라.”

 기가 막혔다. 이 박사의 눈에 콩깍지가 씐 것이었다. 곧 약혼식이 발표됐고, 김지미는 그때부터 내게 등을 돌렸다.

 성격이 솔직하고 화끈한 김지미는 젊은 시절부터 먹여 살려야 할 식구가 많았다. 한 30~40명쯤 되지 않았나 싶다. 그 식구를 다 먹여 살렸다는 점에서 훌륭한 여인이다. 결국 이 박사와 김지미는 2002년 결혼생활을 정리했다.

신성일
정리=장상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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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