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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으! 비명 절로 터지는 꽃의 난전 이 봄날




윤금초

시조시인 윤금초(70)씨는 전남 해남 출신이다. ‘오우가’‘어부사시사’ 등을 남긴 고산(孤山) 윤선도(1587∼1671)가 그의 선조다. 이를 테면 시조의 DNA가 그의 몸 속에 흐르고 있다. 하지만 그는 처음에는 시조보다 산문에 더 관심이 컸다. 고교백일장에 나가 단편소설로 상을 받았고, 지금의 중앙대 전신인 서라벌예대에서도 소설을 전공했다.

 시조의 엄격한 정형(定型) 안에 담아두기에는 하고 싶은 얘기가 너무 많았던 것일까. 언제부턴가 그는 압축하고 덜어내기보다 말의 물꼬를 터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하는 사설시조에 주력했다. 2004년 사설시조집 『주몽의 하늘』을 펴냈고, 뜻을 함께하는 시인들과 함께 2008년 결성한 현대사설시조포럼 대표를 맡고 있다.

 윤씨가 7년 만에 시조집 『무슨 말 꿍쳐두었니?』(책만드는집)를 냈다. 평시조는 물론 연작 사설시조 ‘뜬금없는 소리’ 등 65편을 실었다. 새로 빚어낸 시조는 꽃 피고 낙엽 지는 계절을 노래하거나 경박한 세태를 질타하거나, 한결같이 시절가조(時節歌調), 즉 시절에 충실한 시편들이다.

 바야흐로 봄이 한창이다. 시조집 첫 머리에 실린 평시조 ‘난전(亂廛)’은 경쾌하면서도 거칠 것 없이 꽃 피는 봄의 감흥을 담아냈다.

 ‘무르녹는 아편 꽃물 온몸 물집이 생기고//귓불 간지럼 태우는 날벌레 날갯짓 잦다.//코 째는, 아으! 코 째는, 꽃의 난전 이 봄날.’ ‘아으!’하는 비명이 절로 터져 나오는 꽃의 향연을 떠들썩하고 어지러운 시장 난전에 비유했다.

 ‘-봄, 어떤 화간(和姦)’이라는 부제가 붙은 평시조 ‘꽃의 변증법 4’, 사설시조 ‘대흥사 속 빈 느티나무는’은 춘정 달아오르게 하는 에로틱한 시다.

 세태 비판은 ‘뜬금없는 소리’ 연작을 통해서다. 말 그대로 맥락도 없고 비판의 대상도 명백하지 않은 뜬금없는 소리를 통해 할 말을 한다.

 ‘…재주는 점퍼쟁이가 넘구 재미는 양복쟁이가 보는 게여. 우리가 백 년 살아야 삼만 육천오백 일인디, 길은 물음물음 가고 사람은 알음알음 만나는 게여…’(‘뜬금없는 소리 5’ 중). 투박한 듯 구성진 남도 사투리를 통해 허울 좋은 거짓말이 판치는 각다분한 현실을 꼬집고 있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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