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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욱의 과학 산책] 비만 유발 박테리아




조현욱
객원 과학전문기자


인간의 몸에는 약 100조 마리의 박테리아, 즉 세균이 산다. 이 중 99%는 장에 거주하면서 대부분이 좋은 역할을 한다. 식물의 섬유소를 분해해 인체가 흡수할 수 있는 탄수화물로 전환하며, 다양한 비타민을 생산하고, 병원균의 증식을 억제한다. 장내 박테리아(=대장균)의 주류는 약 30종이 차지하고 나머지 수백 종은 소수파에 불과하다.

박테리아의 구성비는 비만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과학저널 네이처 2006년 12월호에 게재된 논문을 보자. 워싱턴대(세인트루이스) 제프리 고든(Jeffrey Gordon) 교수팀은 비만자 12명과 날씬한 사람 5명의 대변 내 박테리아를 비교했다. 그 결과 주류 박테리아인 피르미쿠테스(Firmicutes)와 박테로이디테스(Bacteroidetes)의 숫자가 크게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비만자는 날씬한 사람에 비해 피르미쿠테스가 20% 더 많았고 박테로이디테스는 90% 가까이 적었다. 비만자들은 이후 1년간 다이어트를 했다. 그러자 체중이 25%가량 줄면서 피르미쿠테스의 비율은 떨어졌고 박테로이디테스의 비율은 올라갔다. 하지만 애초에 날씬했던 그룹의 수준에는 결코 도달하지 못했다.

이로써 양자의 연관성은 드러났다. 하지만 박테리아 구성비는 비만의 원인일까, 결과일까?

비만의 (결과이자) 원인이기도 하다는 사실이 동물실험에서 확인됐다. 연구팀은 비만 생쥐와 날씬한 생쥐의 장내 박테리아 샘플을 각각 추출한 뒤, 장내 세균이 거의 없도록 무균 사육한 생쥐들에 주입했다. 2주가 지나자 비만 쪽 박테리아를 주입받은 생쥐들은 날씬한 쪽의 것을 주입받은 생쥐들에 비해 체지방 증가량이 두 배에 이르렀다. 고든 교수는 “지방 증가량은 1g의 몇분의 1에 불과했지만 이것이 누적되면 극적인 차이가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연구팀은 유전자 조작으로 비만을 유도한 생쥐의 경우 장에 피르미쿠테스가 더 많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장내 박테리아 전체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섬유질을 분해하는 유전자의 총량이 더 많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그 의미는 동일한 사료를 먹어도 더 많은 영양분을 흡수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비만의 원인에 과식, 운동 부족, 유전자에 더해 장내 박테리아를 추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혹시 비만한 사람과 자주 접촉하면 그런 박테리아를 전해받지는 않을까? 그럴 일은 없다. 인간의 장내 생태계는 심지어 항생제로 대량 청소를 당한 뒤에도 원래의 박테리아 구성비를 회복하는 능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조현욱 객원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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