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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엘리베이터





엘리베이터는 기원전 200년경 그리스의 아르키메데스가 개발한 도르래 원리에서 출발했다. 우물에서 물을 길어 올릴 때 썼던 두레박·밧줄·도르래가 오늘날의 형태로 발전한 것이다. 일상생활에 응용된 것은 19세기 들어서다. 1853년 미국의 발명가 엘리샤 오티스는 줄이 끊어질 경우 철로 만든 톱니가 브레이크 역할을 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처음 만들었다. 전기로 구동되는 승강기는 1880년 독일 지멘스가 시조(始祖)다. 국내에는 1910년 조선은행(현 한은 화폐금융박물관)에 처음 설치됐다.

 엘리베이터는 전문용어로 쓰이기도 한다. 곡물을 건조·저장·분류·가공·운송하는 설비시스템을 말한다. 설치 장소에 따라 산지(country)·강변(river)·수출(export) 세 종류가 있다. 산지엘리베이터는 대규모 경작지 인근에 자리 잡는데, 곡물저장고로 불리는 사일로(silo)와 유사한 면이 있다. 여기에 집하된 곡식은 중간 단계인 ‘강변’을 거쳐 큰 항구에 위치한 수출엘리베이터를 통해 세계 각지로 보내진다. 곡물 비즈니스의 필수 유통망인 셈이다. A(ADM), B(벙기·Bunge), C(카길·Cargill), D(드레퓌스·Dreyfus)라 불리는 4대 곡물 메이저가 이런 시설을 장악하고 있다. 이들은 100년 이상 사업을 해 오면서 시장점유율을 85%로 키웠다. 전형적인 과점(寡占)으로 이들의 물량과 시세 결정력은 대단하다.

 식량안보를 거론하는 배경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밀과 옥수수 자급률은 각각 0.8%에 불과하다. 콩은 8.7%, 보리쌀은 26.6%다. 쌀만 100%를 넘는다. 이런 불균형은 농정(農政)을 잘못 편 결과다. 쌀은 남아돌아도 정부가 시세보다 비싸게 수매(收買)해 주니 벼농사에만 몰두했던 것이다. 전체 식량자급률은 54.9%이고 사료용 곡물까지 포함하면 26.7%로 떨어진다. 한 해 2000만t이 넘는 국내 곡물 소비량의 4분의 3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곧 미국 시카고에 곡물회사를 설립한다고 한다. 농수산물유통공사(aT)를 중심으로 삼성물산·한진·STX가 동참하기로 했다. 첫 번째 목표는 산지엘리베이터 10기를 사들이고, 수출엘리베이터는 4대 메이저의 것을 빌려 쓴다는 방침이다. 업계의 배타성을 감안할 때 말발이 먹힐지 의문이다. 엘리베이터 인수도 몰래 추진해야 한다. 한국 정부가 나섰다고 하면 가격이 뛸 수 있기 때문이다. 발표보다 시설 확보가 앞서야 했다는 말이다. 청와대의 한마디에 대책을 급조한 냄새가 난다.

심상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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