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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윤 기자 VS 이 부장 ┃ ② 해장





지난달 부서 회식을 놓고 팽팽하게 맞섰던 20대 윤 기자와 50대 이 부장. 이번엔 술 마신 다음 날 해장 문제로 다시 각을 세운다.

이 부장은 50대 한국 남자의 전형적인 해장 방식을 고집한다.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한국인이라면 몸이 먼저 찾는다는 시원하고 얼큰한 국물 제일주의다. 반면 20대 윤 기자는 부장의 해장 방식이 부담스럽다며 깔끔한 맛의 쌀국수와 달콤한 바닐라셰이크, 고소한 나가사키 짬뽕을 제안한다. 속 푸는 방법도 참 많이 다르다.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깔끔한 쌀국수 속이 확 풀려요
햄버거에 바닐라셰이크는 어때요

# “묵직한 선짓국보단 깔끔한 쌀국수가 좋아요”





‘사이공’은 베트남인 셰프가 매일 아침 직접 끓인 진하고 깊은 맛의 국물로 유명하다. 면도 무한 리필된다.



‘재미있는 TV 롤러코스터-남녀탐구생활’이라는 TV 프로그램이 있어요. 동일한 상황에 처한 남녀의 판이한 심리와 행동을 리얼하게 다뤄 인기가 많죠. 혹시 ‘직장인 점심시간’ 편을 보셨나요? 거기에 나온 내용이에요.

 오전 11시30분이 되면 여자는 분주해져요. 하루 중 가장 집중력이 높은 순간, 바로 점심 메뉴 선정의 시간이죠. 여자는 심각한 표정으로 컴퓨터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바쁘게 키보드를 두드려요. “김치찌개 먹을까?” “오늘 별로 밥 안 당기는데….” “그럼 파스타나 피자?” “음…, 글쎄.” 다른 대안을 생각하던 여자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는지 웃으며 손가락을 튕겨요. “너 어제 술 마셨다며? 그럼 쌀국수 고, 고!” “오케이!” 진지한 메신저 상의 끝에 이날의 점심 메뉴는 해장 쌀국수로 정해졌어요. 여자는 어제 과음한 동료 여직원과 팔짱을 끼고 회사 앞 쌀국수 집으로 향해요. 주문한 양지차돌 쌀국수가 나오자 이들은 그릇째 들고 국물을 후루룩 들이켜요. 동료 여직원이 “아, 속이 확 풀리는데”라며 쌀국수 한 그릇을 깨끗이 비우자, 여자는 자신의 점심 메뉴 선택에 만족해 해요.

 20대 여자 직장인으로서 “맞아, 맞아” 손뼉 치며 본 에피소드이에요. 쌀국수는 부담 없이 가볍게 속을 달래주고 칼로리도 낮아 제일 먼저 찾는 해장음식이에요. 숙취 해소에 좋은 숙주나물도 듬뿍 들어가고요. 물론 선짓국이나 북엇국이 숙취 해소에 특효라고 하지만 저희 입맛엔 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에요. 선짓국의 묵직함보다는 쌀국수의 깔끔함이 더 당기는 거죠. ‘선주후면(先酒後麵)’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술을 마시고 난 다음에 국수를 먹는다’는 뜻인데요, 진짜 희한하게 술 마시고 나면 그렇게 국수 생각이 나요.

 국수 해장하니까 지난해 방영됐던 드라마 ‘파스타’의 한 장면이 떠오르네요. 늘 티격태격하던 현욱(이선균)과 유경(공효진)은 단 둘이 소주잔 기울이며 서로에 대한 애정을 확인해요. 다음 날 이들은 해장을 해야겠다며 짬뽕을 먹으러 유경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중국집으로 향하죠. 근데 사소한 말다툼이 벌어져 결국 이들의 짬뽕 해장은 무산돼요. 드라마 보다가 괜히 ‘필’ 받은 저만 그날 밤 홀로 짬뽕을 시켜먹었다니까요. 해장이 목적이라면 빨간 짬뽕보다 ‘하얀 짬뽕’을 추천하고 싶어요.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있는데, 과음 후에 맵고 뜨거운 음식을 먹으면 ‘불 난 데 기름 붓는 격’이라고 하네요. 이태원에 있는 ‘문타로’의 나가사키 해물탕은 진한 돼지 사골 육수에, 고온에서 볶은 숙주나물과 홍합·삼겹살이 듬뿍 들어가 담백하면서 구수해요. 쌀국수와는 또 다른 ‘불 맛’을 느낄 수 있죠.

 꼭 국물을 들이켜며 뻘뻘 땀을 흘려야 해장이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전 가끔 미국식 해장도 즐기거든요. 메뉴는 햄버거와 바닐라셰이크이에요. 생각만 해도 느끼하다고요? 안 먹어봤음 말을 하지 마세요. 두툼한 쇠고기 패티가 든 햄버거가 쓰린 속을 든든히 채워주고, 시원한 바닐라셰이크가 달콤하게 갈증을 풀어준다고요. 알코올을 분해하는 데는 무엇보다 단백질이 가장 좋다는 거, 부장님도 잘 아시죠?

윤서현 기자




수제버거 전문점 ‘골든 버거 리퍼블릭’은 직접 반죽하고 구운 수플레 번과 인공감미료를 첨가하지 않은 쇠고기 패티만을 고집한다.

음식점 정보

● 사이공(서울 종로구 수송동 두산위브파빌리온 1층, 02-730-6668)=양지차돌 쌀국수(스몰)6000원·(라지)7000원.

● 문타로(서울 용산구 한남동 제일기획빌딩 옆, 02-796-7232)=나가사키 해물탕 1만5000원(면 추가 3000원).

● 골든 버거 리퍼블릭(서울 강남구 신사동 도산공원 앞, 02-548-0661)=골든버거 9800원, 바닐라 셰이크 7000원.


김칫국·복국·곰칫국·따로국밥 …
‘펄펄 끓는 시원함’이야말로 최고지

# “입가심으로 마시는 김칫국만 한 게 있을까”





4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무교동 북어국집’. 문을 여는 오전 7시부터 해장하려는 손님들로 북적인다.



해장하려고 내가 찾는 맛은 ‘펄펄 끓는 시원함’인데, 사람마다 다 그렇지는 않더군. 그 차이는 세대 때문이 아니라 식성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 동료 따라 해장하러 갔더니 돈가스 집이었어.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답답해진다네. 거기다 피자나 햄버거로 해장한다는 젊은 친구들 보면, 가히 어제 마신 술이 속에서 용솟음칠 것 같지.

 해장을 속풀이라는 뜻의 해장(解腸)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원래는 해정(解)국이야. 국어사전 찾아보면 지금도 한자가 그렇게 적혀 있다네. 성주탕(醒酒湯)이라고도 했지. 모두 숙취를 풀어주는 국이란 뜻이지. 효종갱(曉鍾羹·새벽 종 울릴 때 먹는 국)이라는 해장국이 있었다고 해. 여기서 보면 우리 해장음식은 국이고, 아침에 먹는다는 맥락을 읽을 수 있어.

 내가 애용하는 해장음식은 김칫국이라네. 잘 익은 김치에 굵은 멸치와 다시마 두어 쪽 넣고, 콩나물 있으면 조금 넣고 없으면 말고, 간은 새우젓 국물로 살짝. 아내는 내 귀가가 늦어지면 김칫국을 끓인다네. 나는 아침 해장국보다 술 먹은 뒤 입가심 삼아 국 한 그릇 먹고 자면 속이 개운하더군.

 김칫국으로 내가 첫손꼽는 집은 충남 서산의 삼기식당(동문동 936-6. 041-665-5392)이라네. 꽃게 전문 음식점인데 꽃게장에 김칫국이 따라 나오거든. 따로 팔지는 않아. 그런데 이 국이 별미야. 어쩌면 이리 맛있을까, 먹다보면 국물 속에 답이 있어. 바지락 살(때론 굴)이 수저마다 걸리거든. 게다가 서산은 마늘과 생강의 특산지 아닌가. 바다 가까우니 해산물 풍부하겠고. 김치가 맛있을 조건을 두루 갖췄지. 그 국에 홀려 서산엘 가끔 간다네. 지난 토요일에도 다녀왔지.

 서산뿐이 아니지. 여행하다 근처를 지나면, 한두 시간 전에 배를 채웠어도 일부러 들러 한 그릇 먹고 가야 하는 해장 음식점들이 몇 곳 있다네.

 우선 싱싱한 아욱 듬뿍 넣고 끓이는 된장 복탕으로 유명한 충남 홍성의 삼삼복집(갈산면 상촌리 174-2. 041-633-2145). 전라도 땅으로 넘어가서 전주에는 콩나물해장국과 모주로 길손을 끄는 왱이콩나물국밥(완산구 경원동2가 12-1. 063-287-6980) 집이 있지. 목포에 가면 맑고 칼칼한 연포탕 국물이 해장에 맟춤한 낙지 전문 호산회관(용당2동 1108-5. 061-278-0050)을 권하네.

 부산에선 1인분씩 끓여 내는 뚝배기 복국의 명가 금수복국(해운대구 중1동 1394-65. 051-742-3600)을 추천하네. 대구에 가면 두말할 것 없이 따로국밥이지. 국일따로(중구 전동 7-1. 053-253-7623)가 대표선수라네.

 동해안에선 누가 뭐래도 곰칫국이지. 삼척 바다횟집(정하동 41. 033-574-3543)과 속초 옥미식당(중앙동 468-19. 033-635-8052)에 가면 실망하지 않을 걸세. 용바위식당(강원도 인제군 북면 용대리 401. 033-462-4079)의 황태해장국은 설렁탕 같은 뽀얀 국물이 보신한 기분을 느끼게 하지.

 그러나 알면 뭐하겠나. 서울 벗어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나날을 살다보니 요즘엔 다니던 서울시내 해장국집만 줄기차게 찾는다네.

 이택희 피플·위크앤 데스크




콩나물·선지·쇠고기가 듬뿍 들어가는 ‘강남따로국밥’의 따로국밥. 공깃밥 추가는 무료다.

음식점 정보

● 무교동 북어국집(서울 중구 다동 173, 02-777-3891) 북어해장국 6000원(무한리필)

● 청진옥(서울 종로구 종로1가 24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1층, 02-735-1690) 해장국 7000원

● 금수복국 압구정점(서울 강남구 신사동 627-12, 02-3448-5488) 은복탕 9000원 밀복탕 1만5000원 활복탕 2만5000원

● 강남따로국밥(서울 서초구 잠원동 21-1, 02-543-2527) 따로국밥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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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