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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년 ‘위스키의 악몽’ … 소주 주세 35% → 72%

소주 ‘처음처럼’ 한 병(360ml)의 출고가는 868원이다. 제조원가는 400원 남짓이지만 원가의 72%가 주세(酒稅)로 붙는다. 여기에 교육세(30%)·부가세 등이 더해져 출고가가 두 배 이상으로 뛴다. 원래 소주 주세가 이렇게 높은 건 아니었다. 1999년 11월까지만 해도 소주에 붙는 주세는 35%에 불과했다. 반면 수입산이 대부분이었던 위스키의 주세는 100%였다. 지금처럼 소주·위스키에 붙는 세금이 모두 72%로 같아진 건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기구의 99년 판정 때문이다. 캐나다 쇠고기 분쟁을 지켜보는 통상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소주·위스키 분쟁을 참조하라”고 언급하는 이유다.






 유럽연합(EU)이 한국의 주세 제도를 WTO에 제소한 건 97년 4월. 소주와 위스키가 같은 종류의 술인데 국내외 차별을 하는 것은 국제 무역협정에 위반된다는 이유였다. WTO 분쟁 패널은 이듬해 한국 주세 제도가 WTO 협정에 불합치한다고 판정했다. 한국 정부는 “한국의 소주는 희석식이어서 위스키 같은 증류주가 아닌 데다, 시장이 완전히 달라 경쟁하지도 않는다”며 상소했지만, 99년 최종 패소했다. 결국 “소주와 위스키에 같은 세금을 물려야 한다”는 WTO의 권고에 따라 소주 세금은 대폭 올리고 위스키는 내렸다. 제소한 유럽뿐 아니라 미국 등 다른 나라의 위스키도 100%에서 72%로 세금을 낮춰야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캐나다 쇠고기 분쟁이 자칫하면 ‘위스키 악몽’을 재연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국가 간 무역 분쟁이 WTO 제소로 번지고, 여기서 패소해 법령을 수정해야 하는 최악의 사태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최병일 교수는 “EU와 양자협상이 결렬돼 WTO로 가는 바람에 법을 바꿔 모든 나라의 위스키에 대해 세금을 낮춰야 했듯이 WTO 패소로 가축전염병예방법을 바꿔 쇠고기 시장을 전면 개방해야 할 사태가 올 수도 있다”며 “이를 피하려면 WTO 패널의 최종 보고서가 나오기 전에 캐나다와 양자 협의를 마무리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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