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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중소기업에 ‘준법지원인’ 시행은 곤란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오랜 기간 국회에 계류 중이던 상법개정안이 지난 3월 통과돼 내년 4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번 개정은 시장의 변화에 따라 국제 수준의 법·제도 환경을 갖추고 기업 경영의 편의를 도모하겠다는 취지로 추진됐다. 실제로 최저자본금 폐지, 새로운 기업 형태 도입, 이사의 책임 완화, 주식 종류의 다양화 등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될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그러나 개정상법에는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고 투자자를 보호한다는 명분하에 기업에 부담이 되는 새로운 내용이 다수 포함돼 우려 또한 적지 않다. 상장회사에 준법지원인 도입을 의무화한 것, 회사의 사업 기회를 개인적으로 이용하는 행위를 통제하는 ‘회사 기회 유용 금지’를 신설한 것, 이사회 승인을 받아야 하는 이사의 자기거래 승인 범위를 확대한 것 등은 그동안 재계가 도입을 반대해 온 사항이다. 입법화됐지만 기업 현실과 맞지 않으므로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이 중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준법지원인제도다. 기업들은 이미 감사와 사외이사, 내부회계관리제도 등 다양한 내부 통제장치를 도입하고 있기 때문에 이중 규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고액 연봉의 법조인들을 채용하기가 부담스럽고, 대기업들은 사내 변호사를 두고 법무 담당 조직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별도의 준법지원인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외국에서도 의무적으로 도입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

 ‘회사 기회 유용 금지’ 규정은 사업 기회라는 개념이 모호해 법 적용 과정에서 불필요한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예컨대 합작투자 과정에서 신설회사 또는 합작 파트너에게 사업 기회를 이전하거나 구조조정을 위해 분사하는 경우, 중소협력업체에 기술 이전을 하는 경우도 기회 유용이 될 수 있다. 서둘러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기보다는 현행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 등의 규정이 잘 지켜질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았나 싶다.

 또 개정 전에 이사 본인과 회사 간 거래만 이사회 승인 대상이던 것을 이사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발행 주식 10% 이상을 소유한 주요 주주 등으로 확대한 것도 기업 현실에 맞지 않는다. 명분은 좋지만 이렇게 되면 정상적인 계열사와의 거래도 이사회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우리 기업들의 특성상 매번 이사회를 개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이미 입법화됐기 때문에 이제는 법 시행까지 남은 1년의 시간 동안 부작용을 최소화할 대책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우선 준법지원인은 전면 시행해서는 안 되며 제한적인 범위에서 특정해 시범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회사 기회 유용 금지는 신설 규정인 만큼 기회 유용의 사례와 그렇지 않은 사례를 구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마련된다면 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사의 자기거래 승인 대상 규정의 경우 공정성이 확보된 거래, 반복거래, 일정 규모 이하의 거래에 대해서는 이사회 승인을 거치지 않을 수 있도록 특례조항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해 주기 바란다.

 아무리 좋은 약도 정상인에게 투여하면 독이 될 수 있다. 일부의 부도덕한 행위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선량한 다수에게 고통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 상법이 기업인들에게 투명성과 효율성 사이의 조화로운 균형추 역할을 감당해 주기를 바란다.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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