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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욱 대기자의 경제 패트롤] 한·중 FTA에 왜 소극적인가




박태욱
대기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중국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지난 12~15일 중국을 공식 방문한 김황식 총리는 원자바오(溫家寶·온가보) 중국 총리가 협상개시 선언을 요청해 왔다고 밝혔다. 김 총리의 전언에 따르면 원 총리는 ‘우선 협상을 개시하고 문제는 협상과정에서 논의하면 되는 것 아니겠느냐’는 생각을 내비쳤다는 것이다. 총리회담 직전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천더밍(陳德銘·진덕명) 상무부장이 베이징에서 만나 FTA 논의를 위한 모의방안을 서로 제시한 사실이 천 부장의 입을 통해 확인됐다. 또한 다음 달 한·중·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24일 도쿄에서 열린 3개국 통상장관 회의 기간 중에도 중국은 한국에 FTA 협상개시를 강력히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5월 서울·제주에서 열린 3국 정상회담에서 한·중이 별도로 ‘(2007년 개시한) 양국 간 FTA 타당성에 관한 공동연구를 끝내고 민감한 사안에 대해 추가적으로 의견을 나눈다’는 양해각서(MOU)에 서명한 지 거의 1년 만이다.

 중국의 적극적 태도는 지난달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발표한 ‘바오바(保八·8% 성장목표)’ 포기와 관련, 더욱 주목된다. 중국 정부는 전인대 업무보고를 통해 ‘12차 5개년(2011~2015) 개발계획(12·5규획)’의 기조를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수출 주도에서 내수 확대로 바꾸겠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개발·성장 과정에서 겪어 왔고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자체 모순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중국의 변화는 세계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단계에 이미 접어들었다. 중국의 내수확대가 초래할 가장 큰 변화는 중국의 위상이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바뀌어 나갈 것이란 점이다. 이미 세계 2위에 올랐고 ‘바오바 포기’에도 불구하고 연 8% 이상의 성장이 예상되는 게 중국 경제다. 예컨대 서비스업 비중을 43%에서 47%로 높이기로 한 12·5규획의 결정은 5년 후 약 3000억 달러 규모의 새로운 내수시장이 추가로 연결된다는 얘기다.

 어느 나라나 부족한 국내수요를 메울 소중한 기회를 중국에서 찾고 있다. 하지만 우리에겐 지리적 인접성, 산업적 상보성(相補性)이란 대단히 중요한 장점이 있다. 일본이 비슷한 조건을 갖고 있지만 내용이 다르다. 일본은 기본적으로 동아시아의 일원으로서의 극동(極東)보다는 구미 선진국과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극서(極西)적인 심리를 갖고 있는 나라다. 일찍이 구미국가들과 비슷한 정치이념과 경제발전단계-민주적 정치체제의 선진경제-를 갖춘 유일한 아시아 국가란 자부심을 지우기 어려운 나라다. 최소한 아시아에선 스스로가 표준이고, 발전단계에선 기러기 떼(雁行·안행)의 꼭지점으로 자리매김하는 속생각이 분명히 남아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보다 열려 있다. 오랜 기간 정체에 대한 반성과 앞서나간 나라에 대한 이해와 학습을 통해 현실 적응력을 길러 왔다는 건 그것이 생존전략이었든 나름의 전략적 선택이었든 큰 장점이다. 우리 스스로는 현지화에 대한 부족한 대응을 여전히 꼬집지만 스스로 ‘갈라파고스’로 격리되고 있음을 걱정하는 일본에 비하면 훨씬 낫다. 이런 장점들을 살릴 가장 큰 기회를 세계 최대의 성장경제에서 제시하고 있다.

 총리회담을 하고 귀국한 김 총리는 지난주 국무회의에서 한·중 FTA와 관련, ‘농업 등 취약 분야의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에 대해 세심하고 창의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옳은 말이지만 늘 듣던 얘기, 실행 의지를 느끼기 힘든 얘기다. 그 어떤 협상도 이익만 있을 수는 없다. 중요한 건 상호균형을 전제로 한 전체적 이익의 확대다. 한국 입장에서 중국은 수출의 25%, 전체 교역의 21%를 점하는 최대 교역국이다. 일각에선 FTA로 인한 관세인하·개방 확대와 그로 인한 수출경쟁력·시장 접근성 제고 못지않게 대중 의존도 심화를 걱정하는 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그건 너무 소극적이다. 중국의 변화에 맞춰 우리의 특별한 장점을 어떻게 살릴 것이냐 하는 적극적 자세가 필요하다. 한·중 FTA에 속도감을 붙이고, 이를 발판으로 한·일 FTA를 유도하면서, 궁극적으로 한·중·일 FTA 체결로 연결해 나가는 전략을 빠르고 주도적으로 전개해 나갈 시점이다.

박태욱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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