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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기무사 건물, 5000장의 사진으로 남는다





미술관 건립 기록사진 프로젝트
4년 작업 맡은 사진작가 백승우
“역사적 공간의 소멸·탄생 기록”



백승우 작가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건립 장기 기록 사진 프로젝트’의 일부. 사진은 리모델링되는 기무사 본관 건물 내부. 유일하게 원형이 살아남게 됐다.













“서울 기무사터에 미술관이 건립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부터 거기서 꼭 작업을 하고 싶다는 꿈을 품었습니다. 한 역사적 공간이 사라지고 또 하나의 역사적 공간이 탄생하는 거니까요. 미술관 쪽에서 프로젝트를 제안해왔을 때 기쁘게 응했지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건립 과정을 사진으로 남기는 ‘서울관 건립 장기기록 사진 프로젝트’에 참가한 사진작가 백승우(39·사진)씨의 말이다. 서울 소격동 기무사 내부 해체부터 새 건물의 건립, 미술관 개관(2013년 예정)까지 일련의 과정을 사진에 담는 것이다. 저널리스트 출신인 노순택 작가도 동참하고 있다.









이제는 사라진 국군지구병원 건물과 그 앞에 쌓인 철거 잔해



 촬영은 2009년 서울관 건립이 발표되고 그 해 10월 기무사 본관에서 열린 미술전 ‘신호탄’ 때부터 시작됐다. 이후 1년 7개월간 찍은 사진이 5000여 점. 리모델링되는 본관 내외, 소격아파트·테니스장·국군지구병원 등의 철거과정이 다 담겼다. 이어 2013년까지 작업이 계속된다. 외국에서는 건축물이나 도시공간의 역사성에 주목해, 그 과정을 사진으로 남기고 출판화하는 ‘공간 아카이브 프로젝트’가 일반화됐지만 국내에서는 흔치 않은 시도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두 작가의 작품을 추려 개관기념전을 열 계획이다. 동영상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기무사 내부 계단



 “노 작가와 저는 워낙 스타일이 달라서 굳이 역할분담을 하지 않아도, 차별화된 사진이 나올 겁니다. 정치적 비판성이 강한 노 작가와 달리 저는 가급적 공간 변화를 무표정하게 찍고 있습니다. 기무사터가 한국 현대사에서 여러 의미를 갖는 공간이지만, 제가 어떤 시각을 가지고 개입할 경우 오류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는 “예전에 군대를 찍어본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군대란 그 안에 모든 것이 다 있는 축약된 사회다. 공간 역시 묘한 재미가 있다”는 것이다. “기무사는 여러 시간대가 공존하는 공간이더군요. 제가 태어나기도 전인 1967년 신문이 벽지로 발라져 있고, 60년대 신문더미가 뭉치로 발견되기도 했어요.”









국군지구병원 내부의 깨진 유리문.



 기무사는 군사문화의 상징이자, 한국 현대사 격변의 무대다. “처음 촬영 때는 건물에 스산하고 섬찟한 기운이 가득해 촬영을 마치면 탈진하고 잠을 잘 이루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함께 작업하던 여자 조수는 쓰러져 링거를 맞기도 했고요. 이젠 그런 어두운 기운은 많이 사라진 것 같아요.”



 백씨는 현실과 가상의 공간을 대비시키며 사진의 매체적 속성을 탐구하거나, 사진이 가진 이미지 조작의 가능성을 드러내는 작업을 선보여왔다. “밤에 찍어서 낮처럼 보이게 할 수 있는 흑백보다 연출의 여지가 적은 칼라사진”을 고수한다. 2007~2009년 매일유업공장 리노베이션 과정을 촬영한 바 있다.



 강승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건립운영팀장은 “서울관은 그 장소가 가진 역사성에 주목해 거기에서 한국적 스토리를 찾아내고, 공간의 역사성 자체를 콘텐트화할 것”이라며 “이번 사진 프로젝트 역시 그 중 하나”이라고 밝혔다.



 백씨는 다음 달 13일부터 7월31일까지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판단의 보류-한 장의 사진, 여러 개의 진실’ 개인전도 연다. 사진의 객관성·직접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프레임 안팎에 감춰진 ‘보여지지 않는 이야기’에 주목한 작업을 내놓는다. ‘유토피아’(2008) 시리즈는 북한 선전물의 이미지를 왜곡시켜 비현실적 유토피아를 만들어낸 기존 ‘유토피아’ 작품 이미지를 조합해 한 장의 커다란 사진으로 만들고 이를 13개 조각으로 나누어 13개 국가에서 출력, 재조합한 것이다. 다양한 시대와 장소에서 수집하거나 촬영한 공장 사진을 새롭게 재구성한 ‘아카이브 프로젝트’(2011) 등도 선보인다.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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