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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서먹하던 엄마와 딸, 함께 춤추며 친구가 됐어요







‘커뮤니티 댄스’에서는 팔을 벌리고 걷는 것도 춤이다. 춤이 아니라면 달리 뭐라 표현하겠는가. 몸을 통해 모녀가 서로 알게 하니, 춤이고 이야기다.





‘몸으로 하는 이야기’ 커뮤니티 댄스



한번도 춤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엄마와 딸’들이 댄스 공연을 위해 무대에 선다. 27일과 29일 저녁 7시에 각각 인천아트플랫폼 공연장과 서울광장에서다. 공연의 이름도 ‘엄마와 딸’이다. 그들이 추는 춤은 ‘커뮤니티 댄스’다. 18일부터 딱 7일 동안 핀란드 안무가 한나 브로테루스(43)에게서 춤을 배운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인천아트플랫폼·국제무용협회한국본부가 주최한다. “직장일을 핑계로 아이가 기저귀를 뗀 뒤부터 같이 놀아 준 적이 없어 너무 미안했다”는 엄마 김은영(36)씨와 딸 송미소(7)양. “시간이 갈수록 엄마와의 관계가 과거의 상처에 얽맨다는 느낌이 들었다. 엄마와 잘 소통하고 싶어 참여했다”는 딸 박은주(29)씨와 엄마 한순옥(55)씨 등이 참가자들이다. ‘커뮤니티 댄스’는 그런 춤이다. 직역하면 ‘공동체 춤’인데,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추는 춤이다. 서유럽에는 배울 수 있는 곳이 많지만 우리나라에 알려진 건 최근이다. 콜롬비아에서는 마약과 범죄에 빠진 청소년에게 가르쳤는데 그들의 삶을 바꾸는 데 큰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이 춤은 스텝도, 규칙도, 정해진 동작도 없다. 춤이라기엔 너무 자유롭지만 춤이라는 말 외에 다른 말을 붙이기도 힘들다. 애초에 춤이라는 게 규칙이 있었겠는가. 브로테루스는 “커뮤니티 댄스는 맞고 틀린 게 없다. 자신의 느낌을 그저 몸짓으로 표현하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춤 지도도 이런 식이다. “엄마의 삶을 몸짓으로 표현해 보라.” “한 사람이 자유롭게 몸짓을 펼치고 그걸 따라 해보라.” 그러니까 커뮤니티 댄스는 몸짓으로 이야기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었다.



글=이정봉 기자 , 사진=김성룡 기자



엄마와 딸은 닮아 있었다









엄마 한순옥씨(왼쪽)와 딸 박은주씨가 인천아트플랫폼 D동 자료보관실 앞에서 서로 몸을 맞대는 춤을 추고 있다. 오른쪽에 보이는 조형물은 김형기 작가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





모녀들은 딸의 나이에 따라 두 그룹으로 나뉘어 강습을 받는다. 딸이 12살 이상인 그룹은 2쌍, 미만인 그룹은 5쌍이다. 각기 강습을 듣고 무용 전문가 그룹과 함께 이틀 동안 무대에서 공연을 펼친다.



18일 저녁 ‘12살 이상 그룹’의 첫 수업. 사방을 까맣게 칠한 공연장 위에 두 쌍의 모녀가 천천히 걷고 있었다. 엄마가 앞장 서고 딸이 뒤따라 걸었다. 딸은 앞에 선 엄마의 걸음걸이를 그대로 따랐다. 브로테루스는 “엄마의 다리·골반·팔·어깨의 움직임을 잘 관찰해 그대로 표현하라”고 했다. 한번은 엄마가, 다음 번은 딸이 앞장섰다. 그러고는 느낀 점을 이야기했다.



“엄마는 걸을 때 힘이 없고 발을 끌어. 어깨도 처져 있고.”(딸 박은주씨)



“얘야, 너도 발을 끌더구나.”(엄마 한순옥씨)



둘은 서로의 걸음걸이가 닮았다는 걸 생전 처음으로 깨달았다고 했다.



모녀는 서로의 인생을 표현하는 춤도 췄다. 순옥씨는 처음에는 바닥을 기다 몸을 세워 걷고 점차 지쳐가는 모습을 표현했다. 그는 딸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이가 들수록 딸과 더 친해지고 싶은데 딸은 독립하기를 원하는 것 같다”며 눈물을 훔쳤다.



브로테루스는 동작을 가르치지 않았다. 주제를 던져주고 자유롭게 표현을 이끌었다. 모녀는 서로의 삶을 몸짓으로 알아갔다.



다음 날 모임에서 은주씨는 “새벽 3시까지 잠이 안 와서 밖에 나갔더니 엄마도 잠을 못 이루고 멍하니 있더라”고 말했다. 순옥씨는 “밤에 TV를 끄려고 리모컨 전원 버튼을 눌렀다고 생각했는데 안 꺼져서 정신차리고 보니 전등을 껐다 켜고 있더라”고 했다.



마음이 두근두근대 잠이 안 오는 밤을 지낸 다음 날 엄마와 딸은 손을 꼭 잡고 공연장에 들어왔다.



엄마의 춤선생은 딸









엄마 김은영씨가 딸 송미소양을 안고 자장가를 부르고 있다. 이 역시 ‘커뮤니티 댄스’.



‘12살 미만 그룹’ 어린 딸들은 넓은 공간을 까르륵대는 웃음소리로 가득 채웠다.



소개를 하며 둥글게 모여 앉은 자리에서 바로 춤은 시작됐다. 브로테루스가 짧게 하모니카를 불 때마다 한 다리를 들거나 팔을 곧게 펴는 등 우스꽝스러운 자세를 해 달라고 했다. 처음에 아이들은 쭈뼛쭈뼛하며 엄마의 눈치를 봤다. 엄마들도 서로의 눈치를 살피며 민망해 했지만 조금씩 몸을 움직였다. 딸들은 엄마의 몸짓을 따라했다.



시간이 지나며 긴장이 풀린 아이들의 움직임이 과감해졌다. “자기 자신을 몸짓으로 표현해 보라”는 얘기에 허리로 장단을 타기도 하고, 손을 크게 쓰면서 춤을 췄다. 이제는 엄마들이 딸의 동작을 조금씩 따라 하기 시작했다.



강습은 때로는 체육이 되고 연극이 되기도 했으며 치유프로그램 같은 느낌도 줬다. 무대를 큰 걸음으로 걷다 작은 걸음으로 걸었고, 엎드려 네 개의 손발로 걷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서로의 몸짓을 그대로 모방하는 ‘거울놀이’도 했다.



몸으로 할 수 있는 레퍼토리는 끝이 없었다. 단순한 술래잡기부터가 그랬다. 술래잡기 하는 동작은 ‘그저 뛰는 것’에서 깨금발 하기, 엎드리기, 엉덩이 바닥에 붙이기 등으로 확장했다. 엄마와 딸이 서로의 등에 그림을 그린 뒤 춤으로 이를 표현하는 놀이도 했다. 이런 ‘춤(?)’이 2시간 동안 펼쳐졌다.



현재 국내에서 커뮤니티 댄스를 배울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최지윤 대리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올해 하반기 중 커뮤니티 댄스도 조만간 일반 시민들이 배울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몸은 말보다 훨씬 솔직하죠”











한나 브로테루스 안무가(사진)는 핀란드 공연대학(Theatre Academy) 무용학과를 졸업한 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안무 작품을 만들고 있다. ‘엄마와 딸’ 강습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커뮤니티 댄스는 무엇인가. “대부분의 춤은 어떤 스텝을 따르고 정해진 동작이 있다. 커뮤니티 댄스는 그렇지 않다. 기술도 필요 없다. 누구나 출 수 있다. 노인이나 장애인도 즐길 수 있다. 단지 다른 사람과 함께 춰야 하고 혼자 출 수는 없다. 몸으로부터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그게 바로 커뮤니티 댄스다.”



-이 춤의 목적은 뭔가. “말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자기가 생각하고 있는 그 자체를 표현하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이들을 알아가고 나를 다른 이들과 연결하는 것이다. 몸은 머리에서 나오는 말보다 더 솔직하고 정직하다. 그래서 더 나은, 제대로 된 소통이 가능하다.”



-이번 ‘엄마와 딸’ 강습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것은. “경험이다. 아무런 도구도 없이 단지 엄마나 딸이 움직이는 것을 보는 그 자체. 그 순간의 경험에 눈을 뜨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춤추는데 있어 한국인이 다른 나라 사람과 다른 점이 있다면. “어린이들은 어느 나라를 가봐도 다 똑같다. 어른은 좀 다르다. 남자가 여자를 잘 만지지 못하더라. 뒤에서 허리를 잡는 것을 꺼려했다. 그 점이 이상해 보였다.”



TIP 29일은 100개국에서 춤 축제 여는 ‘세계 춤의 날’



4월 29일은 ‘세계 춤의 날’이다. 근대발레 체계를 확립한 장조르주 노베르(Jean-Georges Noverre, 1727~1810)의 생일이다. 국제무용협회·유네스코 등이 1982년 지정해 기리기 시작했다. 이날은 세계 100여 개국에서 춤의 축제를 즐긴다. 우리나라에서도 오후 7시부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공식 행사가 열리고, 대구·광주·부산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도 공연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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