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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문화재 반환









뉴욕·런던·파리·로마 한복판엔 바늘 모양의 거대한 돌기둥이 우뚝 서 있다. 고대 이집트인이 만든 오벨리스크다. 정확한 쓰임새는 여태 미스터리지만 다산(多産)의 상징인 남근석이란 해석이 적잖다. 대부분 문명권에선 하늘은 남자, 땅은 여자로 통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하늘의 신 우라노와 대지의 신 가이아도 그랬다. 하나 고대 이집트는 달랐다. 하늘의 신 누트는 여신, 땅의 신 게브가 남신(男神)이었다. 그래서 누트를 위해 하늘을 찌르는 남근상이 세워졌다는 거다.



 이처럼 에로틱한 사연이 담긴 오벨리스크가 가장 많은 곳은 이집트 아닌 이탈리아다. 전 세계 29개 중 이집트엔 9개가 있는 반면에 이탈리아엔 11개나 있다. 이집트를 정복한 로마의 황제들이 오벨리스크의 위용에 반해 빼앗아 온 거다. 2000년 전부터 문화재 약탈이 횡행한 셈이다. 이탈리아인들의 오벨리스크 욕심은 20세기에 또 도진다. 1937년 무솔리니가 에티오피아와의 전쟁에서 이기자 이 나라 오벨리스크를 강탈해 온 것이다.



 그후 에티오피아는 범국민 서명운동까지 벌이며 줄기차게 반환을 요구했다. 명분에서 밀린 이탈리아는 마땅한 진입로가 없다는 둥 오만 핑계를 댔다. 그러자 에티오피아는 공항 활주로를 확장하고 새 도로를 내는 등 온갖 성의를 보인다. 국제적 반환 압력도 거세져 결국 2005년 문제의 오벨리스크는 67년 만에 고국에 돌아갔다.



 오벨리스크 귀환에 길을 터준 문화재 반환운동은 ‘엘긴 마블’로 인해 본격화됐다는 게 정설이다. 모나리자에 맞먹는 걸작이라는 엘긴 마블은 원래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에 붙어 있던 조각들이다. 19세기 터키 대사였던 영국 엘긴경(卿)이 빼돌려 지금은 대영박물관에 있다. 아직도 진행 중인 엘긴 마블 반환운동이 세간의 관심을 끌게 된 건 멜리나 메르쿠리라는 그리스 문화장관 덕이 컸다. 미모의 여배우였던 그는 1962년 대영박물관에서 영화 ‘페드라’를 찍다 엘긴 마블을 발견한다. 첫눈에 진가를 알아본 그는 조각품을 끌어안고 꼭 되찾아 오겠노라며 통곡했다. 그후 그는 정치에 투신해 문화장관까지 올라 숨질 때까지 엘긴 마블 반환에 신명을 바친다.



 지난 14일 프랑스에서 외규장각 도서가 돌아온 데 이어 일본 내 조선왕실의궤도 곧 반환된다 한다. 간만의 상쾌한 소식이나 외국을 떠도는 우리 문화재가 아직도 14만 점을 넘는다. 에티오피아에서 보듯 잃었던 유물들을 되찾으려면 지극정성이 최우선임을 명심할 일이다.



남정호 국제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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